작은 키 나무들 산다(글/권오신)

작은 키 나무들 산다
                           
                            권 오 신


 


큰 키 나무들이 위만 보고 자라
가지 뻗고 잎을 달아 하늘을 다 가려도
그 틈새 한 뼘 햇살 받으며 작은 키 나무들 산다.


 


오르지 못할 곳 쳐다보지 않은 줄 알아
제 분수만한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큰 나무 그늘에 묻혀 작은 키 나무들 산다.


 


큰 키 나무들 제 무게를 못 이겨
비바람에 쓰러지고 폭설에 꺾여져도
작아서 오히려 편안히 작은 키 나무들 산다.


 


더 높이 오를수록 더 많이 흔들리기에
욕망은 채울수록 갈증은 더 커지기에
그들은 세상사는 법을 낮은 데서 익힌다.




권오신 1977년「시조문학」으로 등단했으며 ‘문협안동지부장’, ‘경북문협시조분과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시조동인 ‘오늘’ 회원이며 경안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시집 「네 생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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