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으로써가 아니라 생명체가 살아나가는 삶의 터전으로 낙동강 만들기(글/이향미)안동댐, 임하댐이 있는 안동
안개도시 안동. 외지에서 안동을 방문하는 이들은 새벽에 자욱하게 끼는 안개가 운치있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일주일만 지나보면 안개는 공포스러움으로 다가온다. 안동에 호흡기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 안개 때문일 것이다.
안동에 유달리 안개가 많이 끼는 이유는, 바로 76년 안동댐 건설과 93년 임하댐 건설의 영향이다. 이 두 댐 건설로 인한 악영향은 비단 안개뿐만이 아니다. 양 댐이 만들어지면서 댐이 세워지던 자리에 있는 마을이 물에 잠기고, 그곳에 살던 마을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 한 마을에 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이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고향을 물 속에 던진 이들은 다시는 고향을 찾지 못하게 됐다.
이처럼 안동은 안동·임하댐이 건설된 이후 기상·생활환경 악화, 인체와 농작물 피해, 경제 낙후, 넓은 지역의 수몰, 용수보존 정책에 의한 각종 규제 및 제한 등으로 피해는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안동뿐만이 아니라 강을 살리려 애쓰는 유럽의 선진국에서도 댐을 해체하고 있으며, 기존 댐에 대한 전세계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9월, 동강댐 건설 철회과정에서도 확인했듯이 댐건설은 결코 수자원 확보의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자연과 인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낙동강 물관리종합대책으로 낙동강 상부를 이루는 각 지천상류에 대규모 댐을 짓겠다고 무려 14개 지역을 선정하고 있다.
낙동강환경연구센터의 설립
얼마전 이러한 낙동강 물관리종합대책에 반대하며 낙동강 도보순례단이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 황지에서 을숙도까지 낙동강 1천 300리를 걸어서 순례했다. 지리산살리기 국민행동을 모태로 하는 낙동강 도보순례단은 봉화 석포, 승부를 지나 명호, 가송, 도산을 거쳐 안동댐 민속촌에 도착해 천막을 치고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날인 10월 30일, 낙동강 도보순례단은 낙동강 살리기를 위한 상부권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워크샵에 참석하게 되는데, 무엇보다 이 워크샵은 "낙동강을 수자원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은 물론 생명체가 살아나가는 삶의 터전으로서 지속가능한 생태적 전망을 찾는다"는데 뜻을 두고 개최됐다.
안동은 북쪽의 태백산에서 흘러온 낙동강과 동쪽의 일월산에서 흘러온 반변천이 만나서 비로소 한몸으로 흐르다가 안동댐과 임하댐이 건설된 이후 낙동강의 신발원지가 됐다. 낙동강 신발원지인 안동에서 낙동강 살리기를 위한 상부권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이번 워크샵이 개최된 것은 안동이 낙동강을 생태적 전망을 갖고 가꾸어나가는데 중요한 도시임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워크샵을 개최한 낙동강환경연구센터는 올해 법인으로 등록되기 이전부터 낙동강을 살리기위한 전망을 찾기 위해 안동지역에서 여론을 형성해온 시민단체다.
낙동강환경연구센터의 설립은 그동안 댐과 관련하여 활동해오던 사회문제연구소(소장 김성현)를 모태로 출발한다. 그동안 사회문제연구소는 안동· 임하 다목적댐에 의해 파생된 고질적인 문제를 안동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여기고, 시민운동을 펼쳐왔다. 그러다 댐문제에 관해 정리하고 연구해 온 성과를 {댐아리랑}이라는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다. 사회문제연구소는 99년 10월, 낙동강물관리 종합대책에 개입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된 이후 12월 4일 낙동강 상류의 대표단체로서 수질개선을 위한 워크샵을 주관하게 된다. 이 토론을 통해 낙동강 수질개선에서 상류인 안동지역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환경에 접급방식이 단순한 규제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인드에 의한 비전으로의 발상전환이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것이 환경과 삶이 조화를 이룰 수 있어서 환경정책과 주민들간에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임을 밝혔다. 이러한 생산적인 토론에 대해 정부측도 관심을 갖게됐고, 낙동강 물관리 종합대책은 99년 12월 30일에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환경연구단체의 필요성이 요구되었고, 사회문제연구소를 중심으로 학계를 비롯한 전문성을 갖춘 이들과 몇 차례의 모임을 갖고 법인을 설립키로 뜻을 모았다.
현재 용상동에 자리한 낙동강환경연구센터는 올해 6월 17일 태사묘 숭보당에서 개소식과 김명자 환경부장관과 정책간담회를 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낙동강환경연구센터는 낙동강 수계의 환경과 관련된 각종 현안에 대해 조사연구를 수행하고 관련 정보와 자료를 축적해 간행물 발간 등의 활동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과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환경전문단체로 출발했다.
낙동강 살리기의 대안
법인 설립이후, 가시적 사업으로 지난 10월 30일 낙동강 살리기를 위한 상부권의 역할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워크샵을 개최한 것이다. 워크샵에서 발제를 맡았던 낙동강환경연구센터 이사장 김성현씨는 최근 수질조사를 하기 위해 타지 출장이 부쩍 잦다. 수질조사를 하면서 "대구, 포항, 울산 등 낙동강 하류의 고질적인 수질오염의 원인중에 하나는 유역에 비해 용수공급을 맡고 있는 수계권이 너무 넓게 확대되어 유지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각 지역별로 강이나 하천에 분포되어 있는 기초적인 수량 분석도 뒷받침하지 않은 채 무계획적인 산업도시 조성과 도시확장이 결국 유역권 밖으로부터 많은 양의 용수 요구를 초래했고, 무분별한 수계권 확대로 인한 과다한 용수공급은 낙동강 본류의 유지수 부족을 낳았다. 이에따라 수질오염도 심화됐다"며 "우리나라 수질오염은 BOD나 COD의 수질오염 수치에만 민감한 나머지 강수량 분석에 따른 유지수와의 역학관계가 무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장주의가 배태해온 가장 커다란 고통을 받고 있는 곳이 낙동강과 그 주변지역이다. 낙동강과 그 주변지역은 지난 91년 페놀사태 이후 구체적인 생활상의 고통으로 이 비극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 상부를 이루는 각 지천상류에 대규모 댐을 짓겠다고 무려 14개 지역을 선정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은 지역에는 골프장, 온천단지 등 대규모 위락시설의 환상을 심고 있다. 또 낙동강 중부를 이루고 있는 구미와 대구지역에는 각기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있거나 새로이 조성할 계획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과정에서 낙동강오염 증가 가능성 때문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민들에게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지역간의 분열만 초래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지역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농지를 잠식하여 대규모 댐, 공단, 각종 위락단지 조성으로는 또 한번 지역민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낙동강환경연구센터에서 내놓은 것이 안동을 중심으로 한 낙동강 상류지역을 친환경적 모델도시로 만든다는 것이다. 김성현씨는 "안동은 한국에서 차지하고 있는 역사적 가치, 시대별로 살아있는 유구한 역사 현장, 수려한 자연환경, 시대·계층·주제별로 다양하게 형성된 문화 등등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하는 역사문화, 테마관광, 자연생태계, 학술교육, 국제회의, 내륙유통경제, 행정도시로 개발한다면 전망이 매우 밝을 것이라 믿습니다. 특히, 낙동강 신발원지인 안동을 문화중심의 친환경적 도시로 만듦으로써 상류의 고질적인 낙후와 하류의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어찌보면 뜬구름을 잡는 듯하지만, 환경오염의 해법을 문화적인 마인드에서 찾는다는 것이 솔깃하게 들렸다.
현재 낙동강 환경연구센터는 ▲안동지역의 환경친화적 개발로의 전망에 대해 연구 ▲낙동강의 습지에 대한 연구 ▲환경운동단체, 전문가, 도시자치단체가 유기적으로 정책연구를 수행한다는 기본 방향으로, 환경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과 더불어 조사, 연구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위원회(사회환경분과위원회, 문화환경분과위원회, 자연생태분과위원회, 환경공학분과위원회, 환경정책분과위원회), 환경교육분과위원회, 여성분과위원회, 시민연대분과위원회 등의 분과를 두고 있어 환경오염에 대한 과학적 인식과 대안모색을 위한 실천적인 사업이 병행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은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지만 ▲안동댐·임하댐의 수질오염원 실태조사 ▲생태계 도시의 입지에 관한 연구 ▲안동지역의 환경친화적 개발의 방향과 전망에 관한 연구 ▲하천 생태계 조사 ▲낙동강의 지속적인 수질개선 방안 ▲낙동강 둔치의 개선방안 ▲낙동강의 습지보존과 자원으로서의 전망 등의 연구사업을 펼치고 있다.
낙동강환경연구센터의 이러한 활동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절대적인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김성현씨는 "낙동강이 오늘날 낙똥강이 된 것은 물을 가둬 댐을 건설하면서부터다."라고 했다. 물을 경제적인 용수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오늘날 어디에서나 더럽혀진 물 앞에서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게 됐다. 물오염의 대책으로 바닷물을 담화수로 만드는 방법이 나오기도 하고, 인공강우를 만드는 법이 개발되기도 한다. 물을 인간이 지배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자연을 깨끗하게 우리 주변으로 되돌려놓기 위해서는 물을 생명으로 여기고 물을 아꼈던 선인들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 우리 주변에서 깨끗한 물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