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실천의 수단으로서의 농담의 중요성(글/김광억)농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문화공동체
우리의 일상생활은 단조롭고 심심해서 농담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개인이 재치를 부려서 남을 웃기는 말재주를 유머라 한다. 신사는 그리고 교양이 있는 사람은 유머감각이 있어야 하고 실제로 유머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유머는 그윽하고 되씹을수록 맛이 나야 격조 높은 것이다. 어떤 심각한 문제나 심지어 기분 나쁜 일까지도 약간의 웃음으로 해결하게 하는 생활속의 여유(餘裕)를 가져다주는 것이 유머이다.
이 유머가 하나의 문학장르를 이루는 것을 곧 해학문학 혹은 골계문학이라고 한다. 그러나 해학이나 골계는 그냥 웃기는 이야기의 모음이 아니다. 그것은 문화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골계문학의 묘미는 그것을 이해할 줄 알고 그 전하는 의미를 금방 파악하여 웃음을 제때에 터뜨릴 수 있을 때 그 진가를 즐길 수 있다. 즉 순간적으로 그 내용과 뜻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때 그 진가를 즐길 수 있다. 즉 순간적으로 그 내용과 뜻을 파악하고 즉각적으로 웃음을 터뜨릴 때 그는 그 문화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 반응이 느리거나 빗나갈 때 그는 그 문화를 즐길 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된다. 그 문화공동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은 금방 깨닫지 못하고 한참 궁리를 해야하고 많은 경우에 옆 사람으로부터 그 농담의 내용과 관계되는 전후의 맥락과 이야기와 그리고 무엇이 문제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보충설명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담 혹은 우스개 소리를 즐기는 것은 그들 사이에 문화적 동질성 혹은 문화적 교통(cultural communication)이 가능하여 일종의 문화 공동체(cultural community)를 확인하고 공동의 문화를 실천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정치적 관계를 표현하는 과정으로서 일찍부터 사회과학의 한 연구 주제가 되어왔다. 친한 사이란 곧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라는 뜻이며, 따라서 농담관계란 정치적, 사회적 공동운명체의 한 표현이 된다. 반면 같은 공동체의 성원이 아니거나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는 농담이 시도되지 않는다. 교통의 코드가 공유되어 있지 않으므로 의사소통이 안될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갈등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 사이에는 무관심이나 회피의 법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지례의 김씨와 무실의 류씨들 사이에 상대방이 가난해서 제수장만을 다른 것으로 대체한다는 농담이 있다. 이 농담은 두 집안 사람들 사이에서는 웃음거리로 즐기는 것인데 만약 다른 성씨의 사람이 이를 그대로 옮기면 두 문중 사이에 우열을 비교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말하자면 김씨와 류씨는 같은 토족(土族)이며 유교전통을 공유하는, 그리고 절친한 사이이므로 누가 더 잘났는가를 경쟁적으로 나타내려는 농담은 그냥 농담이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이들과 사이가 나쁘거나. 전혀 관계가 없는 집안 내지 문중의 사람이 이를 말하면 전혀 다른 맥락에서 해석될 수가 있다.
이런 면에서 김씨와 류씨는 문화적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재삼자, 즉 문화를 공유하지 않은 사람은 이러한 김씨와 류씨 사이의 악의 없는 농담을 즐기기만 하면 된다. 거들만한 입장인 경우에만 거들 수 있다. 그들 사이에는 일년에도 수십번씩 있는 제사를 감당하는데 벅찬 경제적 사정이나, 불편한 교통이 공유되어 있고 물질적 풍요보다 학문이나 예의를 더 가치있는 것으로 추구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가난이 그리 흠이 되지 않으며, 그리고 제사를 포함한 의례의 구조와 생활 관습도 같으므로 농담이 성립되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의 망에 들어있는 종족과 마을이야기
우스개 소리는 먼저 그 지역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 성원들 사이의 구조적 특성, 그리고 관습과 전통을 보여준다. 따라서 그 지역사회의 구조와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전통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우스개 소리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즐길 수가 없다. 농담의 내용과 이의 전개에 사용되는 방언과 독특한 어투와 억양, 그리고 표현법은 구비문학이나 방언연구자 그리고 민속학자의 흥미를 끌어왔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문화연구자에겐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세계와 관행과 관습의 맥락 속에서 비로소 의미가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곧 농담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들의 세계관, 윤리관, 가치관, 성향과 감정을 알 수 있다.
경상도 북부지역 특히 안동, 의성, 예천, 영주, 봉화, 청송, 영양, 영덕군은 전통시대부터 행정체계상으로나 교통과 통신의 조건에서 안동을 중심점으로 한 사회적·문화적 왕래를 하여왔으며, 따라서 이들은 언어와 음식과 세시풍속과 관습이 서로 비슷할 뿐 아니라 세대를 두고 중복적인 혼인관계가 성립되어 있다. 자연히 안동이 중심이 된 안동문화권을 형성하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지역은 조선조에 퇴계 학맥을 주류로 형성된 성리학의 한 가닥인 영남학파의 중심을 이루어 왔으며 따라서 유교전통을 강하게 지녀왔다. 그러한 영향으로 인사하는 법을 비롯한 일상생활에서의 예학이 발달하고 제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이러한 부문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 사회적 문화적 전통과 관계가 깊다.
안동지역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종족마을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이다. 안동시내를 중심으로 동쪽의 임하면과 임동면 일대에는 내앞(川前)마을을 중심으로 하여 신덕, 망천 일대에 의성 김씨들이 세거하고 무실(水谷)과 박실(朴谷)에는 전주 류씨들이 있으며 금소에는 예천 임씨들이 있다. 동남쪽의 길안면에는 안동 김씨와 안동 권씨들이 있고, 서쪽의 서후면에는 안동 장씨와 의성 김씨의 일파, 그리고 풍산면 일대에는 안동 김씨, 풍산 김씨, 선성 이씨 등이, 그리고 풍천면에는 풍산 류씨와 안동 권씨, 순흥 안씨, 순천 김씨들이 전통적인 대규모 종족마을을 형성하여 왔다. 북쪽의 예안면과 와룡면 그리고 녹전면 일대에는 진성 이씨, 영천 이씨, 평산 신씨, 광산 김씨, 봉화 금씨들이, 북후면에는 진주 강씨, 안동 권씨들이, 그리고 낙동강 건너 남쪽의 남후면과 일직면에는 한산 이씨와 달성 서씨들이 세거해 왔다. 이들 중에는 전통적인 재지 사족의 후예들이 많으며 이들은 전통시대의 신분 계급의 배경과 당파에 따라서 중층적인 혼인과 사회적 교류의 망을 형성하여 왔다. 그리고 그 전통은 지금도 상당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실린 이야기의 대부분은 의성 김씨 문중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특히 지례파로 속칭되는 지례 마을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여 지금은 임하댐 건설로 인하여 수몰되어 버린 국란(菊蘭)마을과 무실과 박실의 전주 류씨들과의 이야기가 많다. 지례파는 내 앞에 터를 잡은 의성 김씨의 다섯 종중 가운데 맏 종족에 속한 분파로서 숙종조의 대사간을 지낸 지촌 김방걸을 배출한 집안이다. 지촌은 당시 남인 영수의 한사람으로서 정치적 역량이 컸다.
그는 표은 김시온의 제4자로서 표은은 병자호란을 겪게되자 청을 멀리하고 숭정처사(崇貞處士)를 자칭하고 지례마을 가까운 곳(도연)에 은거하면서 선비로서의 절개를 지켰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의성 김씨들은 안동일대에서 학문으로나 정치적으로 현달한 지방 사족의 명예를 누려오고 있는 종족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같은 임하면과 임동면에 세거해 온 전주 류씨들과는 특별히 외가와 처가의 관계를 맺고 친밀하여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 받는다. 동문수학을 하고 혼인망을 형성하는 문중들은 같은 집안처럼 서로를 인정하고 지지하면서 공동운명체적인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선의의 경쟁을 하게 마련이다.
안동은 경상도 내륙지방으로써 교통이 그리 편리한 곳이 아니었고 토지도 부족하지 않았으며 자연히 경제적으로 풍요한 곳은 아니었다. 또한 양반이라고 해서 모두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향유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 부유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은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글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은 사람들로서 물질보다 정신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였고 특히 지식과 예를 중시하였다. 그들은 집안에 학자 혹은 훌륭한 선비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가에 가치를 두고, 행동을 결정함에 있어서 명분과 이념을 중시하는 전통을 지닌다. 그들은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을 중시하여 이를 대표적으로 담당하는 종손에게는 문중 차원에서 특별 지원을 하였다. 안동지역이 종가가 잘 보전되고 종법사상의 전통이 강하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경제사정의 열악성과 유교적 조상숭배 제도의 결합이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사회에는 또한 전통적인 사회신분에 의한 계급 제도의 잔재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재지 사족들은 주로 남인계열에 속하였고 특히 퇴계(退溪)의 문도(門徒)로써 노론계열의 집안과는 혼인망과 예법을 달리한다. 사람들 사이에는 신분적 배경과 학맥과 당파에 따른 사회적 관계가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서 남인 계열의 재지 사족 특히 의성 김씨들이 맺는 사회적 관계의 망에 들어있는 종족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룬다.
농담속에 나타난 안동사람의 기질
농담 또는 우스개 소리를 통하여 우리는 지역의 문화적 특성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성격도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농담이 사람들의 정서나 심리적 특성을 반영하며, 농담의 실천에는 그 내용뿐 만 아니라 이야기 전개의 리듬과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역의 방언과 관습과 역사적 경험에 의하여 빚어지는 것으로서, 그러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독특한 지역정서와 감정이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예를 들어 안동 사람들의 농담은 그리 왁자지껄하지 않고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대체로 싱거우리 만치 무뚝뚝하고 말수가 적다. 그래서 글로 읽는 것보다 그 독특한 사투리와 억양이 들어가야 제대로 맛을 알 수 있다. 그들의 농담은 수수하고 약간은 템포가 느리며 점잖으며, 그래서 폭소보다 너털웃음을 웃게되는 경우가 더 많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에게 재수거리를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이야기나 계약서에 상대방을 대신하여 자기도장을 찍는 이야기는 그들이 그냥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자기 마음과 같다는 신뢰 속에 살고 있는, 흔히 법이 없이도 살 사람임을 증명해 준다. 이런 점들은 안동사람들이 순하고 아직 양반기질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존심이 강하다. 물을 건너 주다가도 자신을 업신여기는 또는 자기만 잘난 줄 아는 상대방을 그대로 물 속에 놔버리는 불뚝 밸이 그러하다.
농담에 나타난 시대변천과 반응
농담은 또한 사회사적인 가치를 갖는다. 물론 우스개 소리는 시간적 제약을 벗어나서 언제나 엊그제의 일처럼 말해지지만 우리가 거쳐온 사회의 역사적 과정을 추억하게 만든다. 인사하는 법이나 문상하는 법 그리고 음식의 변천이 거기에 있으며, 가난했던 시절 긴 겨울밤에 동네 청년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선하고 한잔 술이 있으면 글짓기를 하며 즐기던 문화전통도 볼 수 있다. 정식으로 글을 배운바 없는 하인이나 머슴도 한문에다 한글을 섞어서 시를 짓는 재치와 익살을 부릴 줄 안다. 어리숙함 속에서 번쩍이는 기지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 현지조사 나온 교육국 관리에게 맥주를 주전자에 데워서 대접하였다는 실제의 일화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이야기 속에는 얼마나 지레가 외진 곳에 있었는가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교육에 지극한 관심을 기울여 왔던 전통과 자기의 풍습대로 극진한 예를 차렸던 양반의 일면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회사적 기록이 들어있다.
이러한 사회사적 농담은 촌에서 안동 읍내를 처음 간 사람이 안동이 서울만큼 크냐고 질문한 것이나, 일제시대의 경험 이야기나, 자동차나 손전등 그리고 기차를 접하면서 생겨난 일화들에서도 보여진다. 또한 밭을 일구는 힘겨운 노동이나, 삼태기를 빌리는 모습, 자기가 걸터앉은 나무 가지를 자르는 일화, 논둑의 물구멍 막는 법을 유언으로 남기는 모습, 학교 다니는 경험, 군입대의 경험 등등에서 쑥맥과 엉뚱함의 모습이 보이지만 그것들은 시대적 변천에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면서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요즈음 들어 외국인이 지례를 방문하면서 남긴 일화들에게서도 한국풍습이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재미있게 음미할 수 있다.
반어법의 익살
이들의 농담은 한번 웃고 나면 그만인 것이 아니라 곱씹으면서 그윽한 맛을 느씰 수 있다. 거기에는 촌철살인하는 기지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원래의 터인 내앞 마을을 가서 보고는 이렇게 훌륭한 집안과 왜 우리는 혼인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학봉과 족인의 어처구니없는 질문은 한편으로는 학봉의 자손들이 어리숙하다든가 잠시 깜빡하는 건망증이 있다는 뜻으로 웃을 수 있다. 게다가 학봉파는 퇴계학파의 거두인 학봉 김성일의 자손이므로 머리 좋고 학식 있는 그 문중을 일부러 어리석은 것처럼 빗대어 말하는 것이다. 안동사람들은 반가움이나 기쁨을 그 반대로 표현하는 반어법의 익살을 가끔 부린다. 즉 아낙네들이 반가우면 "자네 날 안보는 줄 알았지"하거나 귀여운 아이에게 "너 미워서 못살겠다"라고 짐짓 덤덤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러한 반어법적 익살의 풍습 속에서 이 농담이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 농담 밑에는 내앞 김씨로 통하는 의성 김씨들의 자부심이 들어 있다. 학봉의 자손들도 자신의 종가가 그리고 맏 집안이 그렇게 훌륭한지를 와 보면 알게되고 존경하게 된다는 뜻이 숨겨있기 때문에 그것은 의성 김씨 전체에게 즐거운 농담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농담은 퇴계 후손 중에서 항렬과 촌수를 잘 몰라서 퇴계를 아제로 부르게 된 사람의 이야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 이야기가 재미있는 이유는 그가 성리학의 대가요 영남 예학의 종주인 퇴계의 족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보통 사람이 그랬다면 이야기 거리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 그 사람이나 그 문중을 흠잡는 이야기가 되어 버릴 것이다. 뛰어난 사람의 실수나 어리석음을 발견할 때 우리는 웃을 수 있는 것이다.
안동의 우스개소리에 실린 농담은 흔히 안동사람들이 유교적 전통에 비교적 많이 젖어있고 명분과 이념을 앞세우는 면이 강하면서도 동시에 순박하고 또한 재치가 넘치는 사람들임을 보여준다. 안동사람들도 웃음이 있으며 다만 어떻게 웃느냐가 다를 뿐이다. 필자 김원길 형이 이미 지적했듯이 우리들의 농담이 대부분 남을 골려주는 것이 많은데 비하여 안동의 우스개소리에 실린 농담은 대개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남에게 특별한 손해를 끼치거나 남을 모욕하고 비방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약간은 모자란 듯하고 어눌하며 모든 것이 자기 탓인 양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선하여 요즈음 같은 경쟁시대에서는 전혀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안동양반이라 일컫는 사람들은 약삭빠른 계산을 할 줄 모르고 급격히 변하는 세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 사람들은 속인 놈이 나쁘지 속은 내가 나쁘냐 하는 식의 태도를 견지한다. 이 태도는 자기의식과 자기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동시에 그러한 태도 뒤에는 물질적 풍요나 기술적 편익보다 정신적인 고양과 윤리적인 입장을 더 중시하는 인간관과 생활관이 숨어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여기 실린 이야기가 주는 웃음과 의미를 느낄 줄 아는 사람은 곧 정서적으로나 실생활의 경험에서 안동사람과 같은 문화공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농담 공유의 범주는 사회 문화적인 단위로서 행정적인 경계선을 넘어서 일정한 문화권을 형성하게 된다. 곧 농담은 사회적 통합을 위한 기능을 한다.
또한 지금까지 읽은 대부분의 이야기는 지례를 포함한 의성 김씨들의 일생에서 남겨진 일화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말은 곧 의성 김씨들은 두고두고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일화를 하나씩 남기고 죽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그들의 기발한 언행은 그것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살아남은 것이리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즉 그들이 재치와 기지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엉뚱하고 답답하고 어리숙한 행동과 언어 그리고 사건들에게서 웃음과 해학을 발견한 살아있는 지례 사람들의 유머감각이 바로 이들의 모습을 끊임없이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에 대한 애정과 생활 속의 유머감각이 없었다면 그들의 이웃들의 행동들은 아무런 의미나 가치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농담은 그것을 즐기는 사람의 문화를 나타내는 것이며 살아있는 사람들의 문화적 구성물이며 발명품이다. 김원길 형은 그 문화 속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농담들을 수집할 수 있었고, 또한 책으로 엮을 욕심이 날 만큼 즐길 줄 아는 것이다. 어쨌든 농담들을 통하여 사람들은 지역사회를 하나의 문화적 공동체로 만들고 과거와 현재, 조상과 자손의 끊임없는 만남과 전통과 역사의 전수를 실천한다. 안동사람들의 농담은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되고 음미될 수 있을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