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일강 일강만수의 윤회 안동, 안동사람의 숨결을 형상화하는 이수회(글/안상학)-이수에 띄우는 5장의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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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회(二水會)는 안동에서 하나밖에 없는 한국화 그룹이다. 1990년 9월 1일에 안동시립도서관 전시실에서 창립전을 연지 만 10년 만인 지난 2000년 9월 1일 10주년 기념 이수회展을 가졌다. 열 살이라니. 한국화의 오랜 전통에 견주어 보면 산술적으로는 일천하기 짝이 없는 역사를 가졌다.
그러나 끊어진 한국화의 맥을 잇는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리고 향토성, 지역성을 담보한 독특한 에콜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수회의 출연은 어떻게 보면 자연발생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1990년이면 안동대학교에 미술학과가 생긴 이래 근 10년 만이다. 졸업생들이 나름대로 자기 색깔을 찾을 무렵이었으므로 건강한 에콜 형성의 욕구가 분출하던 시기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속내는 또 안동대학교에 몸담고 있는 이범환, 오병인, 권기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수회가 창립하기 전의 안동 한국화단은 주로 교육현장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한국화가들의 간헐적인 활동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불모지였다. 안동시사의 미술 편에 따르면 1975년에 한국미술협회 안동지부가 창립될 당시에는 한국화가가 한 명도 없었다는 데서 알 수 있다. 그 불모의 땅에 묵향 그윽한 두 갈래 물줄기(二水)가 스며든 지 10년 세월이 흐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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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라는 회명에는 한국화에서 빼어놓을 수 없는 소재이자 도구인 물이 들어 있다. 그 물이 두 줄기다. 창립전 도록의 초대말씀에는 "한국화의 현대와 근대의 조화, 회원 상호간의 의욕과 열정을 가다듬으며 회원 각자의 독특한 기법과 조형세계로 자신들의 논리와 스스로의 바른 얼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말에는 이수의 상징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현대라는 물줄기와 근대라는 물줄기가 하나로 만나서 또 다른 물줄기를 생성한다는 조화의 뜻이 담겨 있다. 또 하나이지만 결코 같아지지 않고 저마다의 독특한 세계로 흘러가는 물줄기를 인정한다는 분화의 뜻이 담겨 있다. 이수는 그래서 하나일 수도 있고 또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것은 변증법적인 경계를 넘나들면서 통합과 분리의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엮어간다는 이름의 속성을 가진다.
게다가 이수는 안동의 강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두 물줄기인 낙동강과 반변천이 안동으로 흘러들어 몸을 섞은 채 유장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 현장이 안동이다. 이수일강(二水一江)의 안동,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뜻으로 한 때 영가(永嘉)라고 불려진 이 땅에서 한국화 그룹의 이름으로는 가히 안동맞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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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의 이름이 가지는 신뢰성은 건강한 독자성의 집합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또 그렇게 활동하고 있다. 어떤 유파적인 것을 추구하거나 같아지려는 것을 경계하고 나름의 독특한 세계를 가꾸어가는 것을 자못 대견하게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겸허한 발상이자 건강한 시각이다.
척박한 안동 한국화단의 현실을 인정하고 안동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꾸어 가려는 전망을 가진 것이다. 당시에는 어떤 유파를 가질만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저변이 넓은 것도 더욱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호흡을 길게 한 어떤 좌우명 같은 것을 이름에 새긴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첫 마음을 변함없이 가꾸어온 것이다.
한국화단은 유파에 민감한 편이다. 예를 들면 광주하면 의제 허백련, 목포 하면 남농 허건이라는 등식을 말한다. 그럼 안동은 어떤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안동은 아직 다양한 색채를 지닌 여럿이 모여 어떤 한 줄기로 나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런 단계는 다양한 모색과 다원적 시도가 전제되기 마련이다. 이수회가 창립하는 마당에서 밝힌 뜻은 그런 단계의 다른 뜻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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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회의 창립 회원은 권기윤, 권오특, 길인성, 김규승, 남병미, 류상번, 박이우, 서동희, 송점용, 신태수, 양순열 등 모두 11명이다. 이들의 학맥은 서울대, 경희대, 영남대, 효성여대, 안동대 등이다. 대학마다 다른 색깔을 지닌 스승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여러 색깔을 지닌 회원들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성질을 지녔다. 서울대의 박세원, 서세옥, 박노수, 정탁영, 신영상, 이종상 등과 경희대의 이열모(현 건국대), 영남대의 민경갑, 장선백 등의 영향은 회원들의 다양성을 멀리서 파악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안동대학은 이환범, 오병인, 권기윤의 영향을 얼마간 인정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학맥이 이수회의 창립정신을 결정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십 년, 2000년 9월 10주년 기념전까지 모두 18차례의 그룹전을 가졌다. 현재 활동하는 회원은 권오특, 권후남, 김경림, 김규승, 김미영, 김복자, 김영애, 류상번, 민영기, 박근희, 송점용, 신태수, 양순열, 윤지영, 이건우, 조응완 등 18명이다. 이들 중 안동대학교 출신이 절반인 8명이다. 바람직한 모습이다. 출발할 때 안동대학교 출신들의 입지와 인적자원이 미미했지만 지금은 그룹 안에서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저변이 확대된 것이다. 반면에 외부 유입된 회원의 수는 3명이다. 권기윤, 길인성, 성화영, 강숙희 등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회에서 벗어나서 10주년 기념전에 찬조출품을 하는 등 이수회와 인연을 잇고 있다.
10년 세월 동안 나온 도록을 일별해보면 개개인의 작품세계는 약속한 바대로 각자의 색깔을 심화시켜온 것을 알 수 있다. 권오특, 김규승, 류상번, 송점용 등 유학파들은 자기류의 세계에 더 몰입하여 일정한 경지에 다다른 성과를 가졌다. 권기윤은 안동대학교에 몸담으며 꾸준히 정진하여 실경산수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여 한국화단의 주목을 끌고 있다. 몇 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안동대학교 출신들은 권기윤의 영향을 얼마간 받은 가운데서도 나름의 자기류를 찾아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에 신태수는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여 여러차례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밖에도 양순렬 등도 나름의 세계에 몰입하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안동대학을 축으로 하는 일군의 회원들의 작품은 특정한 유파적 경향성을 띠고 있는 것을 작품을 통해서 쉽게 알 수 있다. 이는 영남대학 출신들의 작품 경향에서 맡을 수 있는 어떤 동일성의 문제와 상통한다. 건강한 유파의 창출 단계에 접어든 느낌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우려하는 바는 같아지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크게 하나의 흐름으로 읽히더라도 분명히 다른 자기 류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이수회는, 하나의 유파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흐름을 아우르며 한 군데로 나아가고자 하는 창립의지를 되새길 때 비로소 내재된 진가가 스스로 그렇게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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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견하자면, 이수회는 언제가는 이수일강(二水一江)의 차원에서 벗어나 일강만수(一江萬水)가 되는 날이 와야한다는 것이다. 불모의 땅에 수묵향 그윽한 붓을 들고 일군 지금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는 장구한 세월을 창조해 가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서야 비로소 안동에 이수회라는 한국화단이 자리잡은 것일 뿐이라는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한층 더 도약하기 위한 정진을 할 때다.
안동은 이수회의 그림 속에서처럼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 많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냄새 또한 어디 못지 않은 서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화의 측면에서 보면 안동에서 활동하는 한국화가들은 어쩌면 복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때로 너무 낯익은 것이어서 지나칠 수도 있을 것이다. 때로 너무 친숙한 이야기여서 아름다운 인간의 이야기를 흘려들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수록 안동땅에 깃들여 있는 전통과 근현대를 조화롭게 발견하고, 인간의 가슴속까지 들여다보는 눈을 통하여 나름의 세계를 가꾸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은 인간의 생명이다. 물은 한국화의 처음이자 끝이다. 이수회는 무릇 물의 생명성을 화폭으로 옮기는 신성한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생명력이 무서운 작금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감로수가 되기를 바란다. 물은 흐름을 멈추는 순간 끝이다. 이수일강, 일강만수의 윤회를 거듭하며 나날이 생명력을 더하는, 가없는 흐름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