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글/김재왕)약사법 개정에 대한 합의가 도출되어 시간은 걸리겠지만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의약분업은 차차 정착이 되어 갈 것 같다. 의약분업은 글자 그대로 의사의 진료와 약사의 조제가 분리되는 일이다. 따라서 환자는 의사의 진료와 약사의 조제를 받기 위해 병원과 약국을 따로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이중의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감을 가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 그 중엔 의사와 약사까지도 모든 것이 한번에 해결되는 간편 위주로 가고 있는 판에 의료만은 왜 긁어 불편하게 만드느냐고 항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편법에 그치지 않고 원칙이 지켜지며, 의사와 약사가 그 원칙에 충실해 주기만 한다면 의약분업은 분명 불편을 능가하는 많은 장점을 가진 게 사실이다. 질병과 그 진단에 대해 공부하지 않은 약사가 무슨 병인가를 진단하고 거기에 따라 약을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었다. 의료의 특징은 각자 자기의 몸이지만 그 불편함이 무엇 때문인지를 자신이 알 수 없다는데 있기 때문에 질환을 가진 이는 전문가의 진단을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약사에게 진단을 맡기던 관행은 우선 편할 수는 있었을 지 모르나 그에 따르는 여러가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또 지금까지 약을 병원에서 의사가 직접 지어주던 것으로 인해 우리가 감수해야 했던 바람직하지 않던 바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수많은 기존의 약 뿐 아니라 날로 개발되는 신약들에 대해 약에 대해 공부한 약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의약분업의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시행초기인 현재로서는 약국에도 많은 전문약이 준비되어 있질 못하지만 각각의 병원이 많은 수의 약을 준비하는 것보다는 약국에서 여러 병원의 약을 준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며 의사가 다양한 처방을 할 수 있어 치료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은 어디까지나 원칙을 지키고 존중할 때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병원과 약국이 담합을 하거나 의사의 조제가 약사에 의해 무단 변경된다면, 그리고 약사가 임의로 치료를 하려고 든다면, 의약분업은 하나마나 불편하고 혼돈스럽기만 할 뿐 아무런 장점을 누리지 못하게 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힘들고 어지러운 것을 조금만 관찰해 보면 우리 스스로가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을 알 수가 있다. 새로이 시행되는 의약분업을 통해 힘이 들더라도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 모두가 보호받고 그러므로써 좀더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