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집, 전집(글/한경희)광야에서 부르리라
이육사 탄신 100주년을 맞는 올해 이육사 시집과 전집이 출판되었다. 시집『광야에서 부르리라』(이육사문학관, 2004.)는 안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손병희 교수가 엮어낸 것이다. 이 시집에는 이육사의 장질인 이동영 선생이 소장하던 친필유고 「바다의 마음」, 「편복(??)」과 함께 최근에 발굴된 시조까지 실려 있다. 특히 이육사의 시조는 처음 발굴된 것인데 신석초 시인에게 보낸 편지에 포함된 것으로 신홍순 선생(신석초 시인 후손) 이 제공한 것이다.
이육사 시집, 전집이 시집에서 심혈을 기울인 점으로 보이는 것은 이육사가 시를 처음 발표할 당시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고자 애쓴 점이다. 띄어쓰기, 외래어 표기 등은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한글맞춤법을 따르고 있다고. 한자가 낯선 세대들을 위해 한자 다음에 한글을 병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육사 시집은 1946년 동생 이원조의 발문이 붙은 것을 초간본을 시작으로, 1964년 이육사 시비건립과 함께 기념본이 나왔으며, 조카 이동영이 다섯 차례 시집을 엮었다. 그 후 연구자들이 본격적으로 엮은 전집이 나오게 된다.
올해 손병희 교수가 엮은 이 시집은 새로이 발굴된 작품을 싣고 있기 때문에 그간에 나온 어떤 시집보다 작품면에서 충실하다. 여기에 「서울신문」에서 게재했던「잃어진 고향」, 「산(山)」, 「화제(畵題)」의 시도 추가하고 있다.
더구나 시집 말미에 이육사론을 보태어 탄신 100주년의 감회를 함께 나누는 장으로 할애하고 있다. 신석초 「이육사의 인물」에는 이육사의 면모가 잘 묘사되어 있다. 신석초의 이런 글을 통해 당시 이육사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첫인상’이라 기억하는 그의 글을 잠시 옮겨보기로 한다. ‘그의 얼굴은 둥근 편이었다. 뚜렷한 달덩이 같은 얼굴이란 표현은 그와 같은 용모를 말함이리라. 얼굴빛이 그리 희지는 않았지만 유리처럼 맑고 깨끗하고 구김새가 없었다. 한 점 티끌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 위에 상냥하고 관대하고 친밀감을 주는 눈과 조용한 말씨’의 신사적인 품격이라고 쓰고 있다. 신석초는 다른 글에서도 이육사는 안동 방언을 쓰기보다는 표준말을 썼다고 회고하기도 하였다.
또, ‘철마다 새 옷을 갈아입고 언제나 옷매무새가 단정하고 여름에도 타이를 풀지 않는 예의바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 한다. 여기서 신석초는 본래 성격보다 필요성에 의해 이렇게 했을 것이라고 한다. 이 필요성이란 것이 바로 독립운동을 가리키는 것 같다.
이 글에서 독립운동에 정신이 쏠려 있던 이육사가 어떻게 시를 쓰고 발표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글귀가 있다. 정인보 선생의 정신적인 운동에 생각을 같이하고 『신조선』잡지 간행을 무보수로 도와주다가 잡지의 지면을 메우기 위해 시를 싣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석초는 이육사와 자주 만나 어울렸는데, 매우 바쁜 사람이었다고 한다. ‘친구들과 함께 있다가도 몇 번씩 시간 약속이 있다고 하여 자리를 떴다. 그러나 우리와 약속한 시간에는 반드시 돌아왔다고 기억한다. 그 동안에 누구와 만났으며 무슨 일을 하였는지 그것은 그도 말하지 않았고 우리도 굳이 묻지 않았다.’ 이때를 기억하며 신석초는 ‘지사로서 지하운동가로서 매우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술도 아주 잘하는 ‘대주호’로 평가하고 있으며 주량이 커서 만취를 해도 조용했다고 한다. ‘조용히 말술을 마시는 사람’으로 기억하는 모양이다. 또 알려지지 않은 여성이 한 명 있었다고도 하는데 「반묘」, 「해후」등의 시는 그 여성에게 준 시라고 신석초는 말한다. 이렇듯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육사의 일상생활을 신석초의 산문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김종길 「이육사의 시」, 김용직 「시와 역사의식」도 이육사의 시를 어떻게 읽을 것인지 그 지침을 제시해 주는 중요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육사전집
김용직, 손병희 교수가 함께 펴낸『이육사 전집』(깊은샘, 2004.) 도 새롭게 발굴한 작품을 싣고 있다. 이것은 그 동안 알려지지 못했던 이육사의 작품이 탄신 100주년의 계기로 다수 발굴되어 이육사 연구에 풍부한 자료를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이 전집은 그간에 나온 시집, 전집이 일반독자를 상대로 해서 일으킨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전공자용으로 책을 꾸렸다. 일반독자 대상의 경우 이육사의 문학세계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이 인정되지만 사실여부의 구분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안목으로 이육사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이 전집은 게재지를 찾아서 밝혀내고, 장르구분을 명확하게 했으며, 오식인 경우 고쳐 싣고 있다. 이렇게 전거를 일일이 찾아서 밝히는 일이 전집작업에서 제일 중요한 일임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간 간행된 전집에 비해 최근에 발굴된 작품을 포함하고 있다. 동명이인의 작품이 잘못 수록된 것들을 포함, 서지적인 문제가 있는 것들을 바로 잡아서 새로이 전집을 엮었다. 이 전집 역시,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데 충실하였다. 시, 서간문은 원전제일주의 원칙을 고수해서 구식철자법과 사투리도 원형 그대로 두었다. 그러나 수필, 문예비평, 시사평론은 현대어투로 바꾸었다.
새로이 발굴된 자료는 신석초에게 보낸 세 편의 편지글과 고향 친족에게 보내는 편지글이다.「경부선 차중에서-신석초에게」 (1940.4),「삼량진에서-신석초에게」(1940.4), 「경주옥룡암에서-신석초에게」(1942.8) 특히 고향친족에게 보낸 편지 「이원석 군에게」(1942.11) 라는 글은 당시 이육사가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응하여 북경을 다니면서 국외탈출을 모색하고 있던 시기이기 때문에 이육사 연구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이육사가 조선일보 대구지국 기자로 있을 때 쓴 「대구 약령시(藥令市)의 유래」이다. 그동안 제목만 알려졌었는데 내용을 발굴하여 싣고 있다. 또 토막글인 「『시학』설문에 대한 응답」으로 잡지 『시학』5집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글이다. 시집과 전집을 통해 새롭게 발굴된 작품은 일곱 편이나 된다.
새롭게 발간된 이육사 시집과 전집은 자료가 발굴되어 작품과 작가이해의 풍부한 바탕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렇듯 작품의 발굴과 확보는 작가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육사 관련 신간이 ‘이육사 연구’의 필요성과 위상을 정립하는데 뜻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