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글/김연숙)

“누구 나하고 산에 갈 사람?”
멋쟁이 삼촌이 마당가에서 놀고 있는 우리를 보시며 뾰족한 꼬챙이와 자루를 들고 사립을 나서면 공기놀이를 하던 우리는 재미나면 못 들은체하고 재미가 없으면 툭툭 일어서서 따라갑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이 조금만 산을 올라도 등에 땀방울을 만들어 줍니다. 산에 갈 때는 긴 옷을 입어도 벌과 풀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다니다가 보면 얼굴과 손등이 가장 잘 쏘이는 부위입니다.


어릴 적부터 허약해서 동생에게 힘쓰는 일과 동생 돌보는 일을 넘겨준 나는 삼촌 산행에도 도움은커녕 짐이기에 잘 따라가지 않지만 가끔씩 산을 오릅니다. 한참을 오르면 여기 저기 예쁜 송이꽃이 피어 있습니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없는데 솔잎 속에서 떡깔나무 아래서 연신 송이를 캐는 삼촌은 뾰족한 꼬챙이로 뽑아 올린 자리를 꼭꼭 눌러 다른 사람이 몰라보게 흔적을 덮습니다. 부자간에도 비밀이라는 그 자리는 언제나 단골손님의 몫입니다. 삼촌이 송이를 따는 동안, 심심해진 나는 눈을 두리번거리며 깨금나무를 찾습니다. 잘 익은 놈을 골라서 아작거리며 씹는 맛은 일품입니다 그래서 깨소금처럼 고소하다고 깨금이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올해는 유난히 잦은 비로 송이가 풍년이라고 하지만 시장에 가서 정품이 아닌 물건이라도 선뜻 사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봉화에 사는 동생네 집으로 나들이겸 송이 구경을 갑니다.


하늘은 맑고 들판 가득 곡식이 익어갑니다 주렁주렁 달린 사과 감 대추 밤송이 양파 자루 모자를 쓴 수수밭 빨간 고추가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내 삶도 저들처럼 각박하지도 않고 풍요로웠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예전에는 송이를 누구나 부지런하면 딸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산을 팔고 사며 농촌의 고소득이 된 송이가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낼만치 부가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삼촌이 이른 새벽 산에 올라 송이를 들고 부엌에 오면 방까지 풍겨 오던 향기.
국도 끓이고 굽고 볶기도 하고 이웃에게 한 바가지씩 퍼주던 엄마의 여유 지금은 그림의 떡입니다.


동생 내외랑 산에 올라 여기 저기 살핍니다. 여러 가지 야생초속에 보라색 송이꽃도 제 향기를 내 코끝 가득 불어 넣어줍니다. 씹는 맛보다 송이향을 더 좋아하는 내게 주는 선물이라고 넙죽 받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맡아보는 냄새입니다. 자연이 주는 향기에 취해 내 안중에 송이는 없고 시원한 솔바람 풀벌레 울음소리 저 멀리 흐르는 물줄기가 가슴속까지 시원히 뚫어줍니다.
말 못하는 나무와 풀도 제각기 향기를 내뿜으며 살아가는데 나에게는 무슨 향기가 날까 생각해 봅니다. 반백의 세월동안 뚜렷이 그려 놓은 그림도 향기도 남에게 내어 놓을 것이 없습니다.


한참을 돌아다니는데,
“심 봤다.”
계부의 우렁찬 목소리가 산속으로 들려옵니다. 급히 가 보니 솔잎을 뚫고 고개를 내민 송이 오형제, 한 폭의 살아 있는 그림입니다. 그이가 나도 따 보자며 손을 내밉니다.
동생은 가뭄이 들면 저 먼 도랑 가에서 물을 끌어와 송이 밭에 뿌린다면서 송이를 따가는 사람들이 흙을 파헤쳐 송이 밭을 망쳐서 한달쯤 산에서 야영을 한다고 힘들어합니다. 쉬운 돈벌이는 하나도 없구나 생각이 듭니다. 내려오는 길에 송이보다 더 맛있다는 능이버섯도음식과 이야기조금 땄습니다.


체구도 작은 게 부모님 모시고 시집 살랴 수박 농사지으랴 사람들 태우고 다니며 일꾼들 뒷바라지까지 묵묵히 견뎌 내는걸 보면 참 대견합니다. 나는 덜렁 덜렁 아무렇게나 사는데 말입니다.


산을 내려와 솥뚜껑에다 돼지고기와 송이를 구워서 싱싱한 야채에 싸서 노오란 된장과 함께 즐기는 맛 천하 일미입니다 저녁을 먹고 노을빛이 아름다운 시골길을 나섭니다. 동생이 잘 손질해서 은박지에다 싸서 냉동실에 넣어둔 송이를 내밀며 “언니 작아서 미안해”합니다
그 순간 마치 내가 동생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예쁜 동생에게 보답할게 없지만 피를 나눈 형제란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청량산을 끼고 돌아오다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손님들과 함께 송이전골을 맛나게 끓일 연구를 하면서 바람과 함께 집으로 신나게 달려봅니다.<안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