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부′와 ′안동시′의 우호합작도시 의향서 체결을 지켜보며(글/이윤화)
금년은 퇴계 선생 탄신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따라서 그것을 기념하여 국제학술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행사가 "세계유교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준비되고 있다. 몇 해 전 세간에 널리 회자되었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주장이 무색할 정도로, 유교가 다시 21세기 우리 사회의 윤리적 패러다임으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도올이라는 희대의 논객이 아니더라도 공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존재이다. 유교라는 것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통문화의 중요한 정신적 문화유산으로 여전히 남아 기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유교가 1919년 전후 5·4운동시기와 1960-70년대의 문화대혁명 시기에 타파해야 할 전통을 대표하여 좌절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작금의 중국 대륙에서의 유교선양작업은 한 시대가 마감되고 새로운 시대가 전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교가 이제는 개혁개방을 이끌고 그것을 중국의 전통안에 용해시키는 작용을 하는 필요한 사상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조선성리학을 대표하는 퇴계 이황선생의 고향인 안동과 유가의 창시자 공자의 고향인 곡부(曲阜)가 구체적 교류를 시작하는 두 도시간에 우호합작도시 의향서를 체결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역사성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곡부시는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웃해 있는 맹자의 고향 추성(鄒城)시와 함께 중국의 추로지향(鄒魯之鄕)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대부분 한국인들은 공자는 알아도 곡부가 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향인지는 잘 모른다. 곡부는 주(周)나라가 건립되면서 주공(周公)의 아들 백금(伯禽)이 분봉된 노나라의 수도였다. 따라서 맹자에 의해 정리된 도통(道統) 즉 요·순·우·문왕·무왕·주공·공자로 이어지는 성현의 맥이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이후 기원전 249년에 초가 노나라를 멸하고 노현을 건립하였다가 기원후 수나라 때인 596년 곡부라 처음으로 칭해졌고, 1986년 곡부시로 승격하였다. 곡부시는 유학의 창시자 공자의 고향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공무원이 1차로 공포한 전국 24개 역사문화 도시 중 하나였다.
곡부는 산둥성의 노서(魯西)평원과 노중(魯中)산악지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산둥성 수도 제남시(濟南市)로부터 135km, 서남의 제녕시(濟寧市)로부터는 45km 떨어져 잇다. 동으로는 사수(사수)와 가깝고, 서로는 연주(연주)와 접하고 있으며, 남으로는 맹자의 고향 추성시와 이어져 있다.
곡부는 우리 고장 안동과 마찬가지로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데, 문물·역사유적이 모두 300여곳, 현급이상 중점문물보호단위가 111점, 그 중 국가급 문화재가 공묘(공묘)·공부(공부)·공림(공림) 등 세 곳이고, 성급(성급) 문화재가 열 한 곳이다. 특히 삼공(삼공)으로 불리우는 공묘와 공부 그리고 공림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그 가운데 공묘는 건축사적으로 북경의 자금성과 하북성의 승덕(승덕: 예전에는 열하(열하)로 칭해지던 곳)에 잇는 청대 황제의 별장인 피서산장(피서산장)과 함께 중국의 3대 건축군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리고 공묘의 대성전(대성전)과 북경 자금성의 태화전(태화전), 태산이 위치한 태안시(태안시)에 있는 대묘(대묘)의 천황전(천황전)은 중국의 3대 건축물이다. 아울러 공부(공부)는 천하제일가(천하제일가)로 공림(공림)은 세계 역사상 단일 가족묘지로는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인구는 1999년말 기준으로 약 62만명으로서 15개 민족 중 한족이 90%이상을 차지한다. 교통환경으로는 시 구역에 종횡으로 철도가 지나가고 도로는 매우 발달한 편이다. 북경에서 상해로 가는 주 철도 노선이 서북쪽으로 지나가는 등 다섯 노선의 철도가 부근을 지나가고 있다. 전시에 걸쳐있는 철로의 길이는 약 82km, 기차역은 여덟 곳에 달한다.
곡부시는 역사문화도시로써 많은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데, 1993년 기준 관거 수입이 1억 3천 만원 (당시 한국화폐 130억원), 관광객이 경우 1993년 110만명 정도였던 것이 2000년에는 이미 300만(외국인 포함)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공자의 탄생지로서 세계적인 유교문화유산인 공묘·공부·공림과 함께 공자의 숨결을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곡부시와 한국 유교문화의 중심지로서 한국의 추로지향이라 일컫는 안동시가, 특히 유교문화권 개발과 2001년 퇴계 탄신 50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두 도시의 실질적인 교류를 도모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으로 안동대학교 퇴계학 연구소는 중국 산동사회과학원 유학 연구소와 1993년 이래 매년 학술대회를 번갈아 개최하며 상호이해를 증진시켜오단 중, 1999년 11월 안동대학교 퇴계학연구소 주최 한중유학연토회에 참가한 중국 산동사회과학원 유학연구소 진계지(진계지) 소장에게 교류와 관련하여 곡부시의 의사를 타진해 줄 것을 구두로 부탁하였던 것이다. 그 이후의 추진과정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2000년 2월 안동시의 교류희망 의사를 안동시장의 명의로 산동사회과학원 유학연구소 소장을 통해 곡부시에 전달함.
▶ 2000년 3월9일 산동성 제남시를 방문한 곡부시 부시장 일행과 진계시소장이 만나 안동시의 교류의사를 전하고 그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아 연락을 해옴.
▶ 2000년 5월20일 곡부시장 명의로 정식문건을 보내 안동시의 교류희망에 찬성하고, 교류의 범위를 "우호합작도시"관계로 할 것을 제의해옴.
▶ 2000년 6월8일 곡부시의 제의에 대하여 원칙상 동의하고 안동시장 명의의 정식 의향서를 보냄.
▶ 2000년 7월26일-30일 유교문화권개발 관련 보도특집을 위해 안동 MBC 취재팀이 곡부시를 방문하였을 때 안도시장의 교류의사를 다시 전달하고 실무방문단의 상호교환에 합의함.
곡부시는 안동시의 의향서에 근거하여 산동성 인민정부에 허가를 요청하고, 정식 허가에 앞서 안동시에 대한 실무방문을 하기로 결정, 2000년 9월 5일 실무방문단 3명의 명단을 보내옴.
▶ 2000년 10월30일 곡부시 우호고찰 방문단 일행 조원산(조원산: 곡부시인민정부 대외우호협회 회장), 공상성(공상성: 공부시인민정부 외사교무판공실 주임), 노량(노량: 곡브시인민정부 외사교무판공실 과장) 등 3명이 안동에 도착함.
▶ 2001년 1월-4월 의향서의 구체적 내용과 안동시 대표단의 곡부방문에 대하여 협의함.
이상과 같은 과정을 거쳐 2001년 5월 7일-10일 안동시장·안동시의회의장 등을 비롯한 안동시 대표단 일행이 곡부시를 방문하여 우호합작도시 의향서를 우선 체결하고, 금년 10월 세계유교문화축제가 열리게 될 안동에서 곡부시장 등이 참여하여 정식 우호합작도시 협정서에 서명하기로 하였다. 이제 명실공히 두 도시간의 우호협력관계가 공식화된 것이다.
1980년대 후반 중국이 개혁·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이래, 특히 9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의 적지 않은 도시들간에 우호도시 협정을 맺어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교류의 상대방인 중국측이 원하는 것은 거의 예외없이 경제교류로서 한국 측의 투자와 물자구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이에 반해 한국 측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실적쌓기에 급급한 면이 없지 않다. 쌍방이 모두 교류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실질적인 성과를 나누어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금번 안동시와 곡부시와의 교류는 기왕의 형식적인 교류들과 차별된다. 즉 두 지역 모두가 유교문화자원을 가장 중요한 발전의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안동의 경우 도산서원을 비롯한 유형·무형의 많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있듯이, 곡부의 경우도 공묘·공부·공림 등 세계문화유산을 비롯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다.
그 외에도 곡부사범대학과 지역대학간의 교류가 가능하고, 최근 중국의 중앙정부가 크게 관심을 가지고 공자연구의 메카로 육성하려는 "공자연구원"이 일차 공사를 마치고 개원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동의 "한국국학진흥원"과 실질적인 교류가 가능하다. 경제적으로 중국의 대외수출량 1위라고 자랑하고 있는 "공부가주"와 이곳 안동의 민속주 사이에 상호협력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문화단체 상호간의 교류가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전망은 밝다고 하겠다. 특히 곡부에서 매년 9월 26일부터 10월 10일까지 열리는 "곡부국제공자문화제"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곡부방문을 통하여 안동시는 우선 구체적으로 세계유교문화축제에 곡부 궐리빈사의 공연단을 초청하기로 하였고, 공자관련 전시회를 곡부시의 자료협조를 받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구체적이고 작은 교류부터 상호신뢰를 가지고 실천할 때 보다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정식 우호합작도시관계가 체결되고 나면 공무원의 상호파견, 경제단체민간단체의 교류 등을 통해 두 도시간의 교류는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곡부와의 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노고가 있었다는 점을 명기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 같은 교류의 의의를 수용하고 나서 우호합작도시관계 체결에 적극성을 보여준 정동호 시장과, 자신의 업무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교류의 역사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한 추진력을 보여준 하재인 문화관광과장 그리고 관계직원들, 중국과의 교류라면 항상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며 좋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이진구 문화회관 관장 등 여러 사람의 수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두 도시의 교류를 통해 모든 사람이 그 성과를 함께 나누어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더욱 중요한 일이 남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