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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의 문화관광 개발 어떻게 할 것인가(글/임재해)

우선 안동에 사람이 살아야 한다

문화는 사람들의 삶 속에 있다. 사람 없는 곳에는 문화도 없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는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없고 문화가 전승될 수도 없다. 사람은 문화를 있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문화는 인간다운 삶의 양식이다. 따라서 동물들의 생활양식을 두고 결코 문화라 하지 않는다. 비록 사람들이 동물의 삶으로부터 배울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물들의 문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문화의 핵심인 상징행위를 인간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사람 없는 곳에도 문화가 있는 것으로 가끔씩 착각한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발견되는 것은 문화가 아니라 문화재이다. 옛사람들이 남겨놓은 문화적 유산일뿐 문화자체는 아니다. 문화유산이나 문화적 흔적을 자료로 옛사람들의 문화를 복원할 따름이지 그 자체로 문화라 할 수는 없다. 박물관 수장고에 수많은 유물이 보관되어 있기 예사이지만, 이를 두고 문화재 창고라 할 수는 있어도 문화창고라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는 유형적인 문화재가 있을 수는 있어도 문화가 생산되거나 전승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문화생산은 물론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는 일도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사는 사회야말로 문화창고이자 문화전시장이며 문화생산공장이다. 사람과 문화는 함께 가기 때문이다.

안동을 유교문화 관광지로 개발하려면 무엇보다도 유교문화를 생산하고 보전하며 전승할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문화관광지로 가꾸겠다는 것은 박물관 수장고를 문화관광지로 만들겠다는 발상과 다르지 않다. 특히 유교문화는 정신적인 가치와 규범적인 생활, 윤리적인 도덕률 등 사람들의 실제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집과 서원, 정자 등의 유적과 유물을 통해 쉽사리 갈무리해 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교문화는 그 성격상 특히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 속에 갈무리되어 있을 때 생명력을 지니며 살아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아무런 유적이나 그럴듯한 유물도 가지고 있지 않되 청학동을 찾아간다. 그냥 구경을 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들의 사람에 동참하고자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실제로 서당교육도 받고 유겨전통의 예절도 익힌다. 훈장과 학동들이 모두 한복차림을 하고 전통 유가의 예절을 지키고 있으며, 서당에서는 천자문에서 주역까지 서당식으로 가르칠 뿐 아니라 유교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예절교육과 충효교육도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반촌의 종가를 방문하기보다 사람들이 살고 잇는 청학동이 더 좋은 유교문화 학습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안동을 관광지로 개발한다는 전제 아래 이러저러한 관광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안동에 안동사람이 살도록 만들어야 한다. 안동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 안동의 유교문화는 없다. 청학동은 선비들의 공동체이자 유교문화의 마지막 보루였다. 그들은 100년전의 유교문화를 고스란히 지키고자 그동안 세상사람들과 담을 쌓고 청학동으로 숨어들었다. 그러나 청학동이 세상에 소개되면서 청학동도 이제 하나의 관광지로 변해가고 있다. 그 동안 외부 손님들의 방문을 금기로 여겼으나 언론을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막을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아예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서당식 교육에 외부인들을 참여시키고 있다. 서당교육과 예절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도 벌써 청학동의 본디 모습이 훼손된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청학동처럼 단단한 정신무장을 한 공동체조차도 관광지가 되어 외부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오게 되면 문화적 전통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하회마을은 그러한 변화의 실증적인 보기이다.

관광객의 관광문화도 변화시켜야 한다.

문화유적지 관광도 성지순례와 같은 맥락에서 재인식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경주 불국사나 하회마을에 여행을 간다고 해서 문화관광이 되거나 현장답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단체로 불국사를 구경하며 놀다가 왔으되 불국사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지 못했거나 실제로 불국사에 관한 정보를 새롭게 조사하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면, 그것은 야유회를 계림숲에서 하지 않고 불국사에서 한 것일 뿐이다. 관광객들 틈에 끼여서 하회마을을 돌아봤으되, 하회마을의 전통문화를 체험하지 못하고 하회마을에 대한 지식을 새로 습득사지 못했다면, 그것은 한갓 나들이 관광일 뿐 목적관광으로서 문화관광을 했다고 할 수 없다.

문화관광은 문화유적지 현장에서 하는 적극적인 문화경험이자 문화지식 확보와 삶의 성숙을 보장하는 현장학습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문화관광에 맞는 관광문화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것은 관광업자 중심의 상업주의적 발상이나 관광주체 중심의 향락주의적 관광 의도와 맞설 수밖에 없다. 생산적 문화관광을 위한 바람직한 관광문화 구상은 문화전문가와 문화향유자 중심의 문화적 성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문화재 보존과 전통문화 계승을 전제로 하며, 현장 문화학습을 통한 일정한 수준의 문화지식 습득을 중요과제로 삼아야 한다. 하회마을을 보기로 문화관광의 대안을 구상해보자.

하회마을에 관광을 감으로써 하회마을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이바지하며 하회마을 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하는 데 이바지하며 하회마을 문화에 대한 지식을 확충할 수 있을 때, 진정한 하회 문화관광이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관광객은 마을에서 일정한 규제도 받고 사전에 특별한 학습활동도 해야 한다. 문화지식 습득을 위해 미리 하회 관련 도서나 비디오 자료들을 봐두는가 하면 이동하는 관광버스 안에서라도 관련 유인물을 통해 사전 지식을 습득하고 안내지나 하회 전문가를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아무런 준비 없이 문화관광을 따라나서거나 이동중에 가무음주를 즐기는 것은 문화공부를 위해 떠나는 사람들의 관광문화는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관광산업을 구상하거나 문화관광을 말하면서도 대부분의 논의들은 관광지를 어떻게 개발하는가 관광정보는 어떻게 홍보하는가 하는 따위의 상품화 논의만 드셌지 이처럼 관광객은 어떤 준비를 해야 문화관광이 가능한가, 또는 관광객은 어떤 준ㅂ를 해야 문화관광이 가능한가, 또는 관광객은 어떠한 방식과 마음가짐으로 관광을 해야 관광문화가 성장되는가 하는 데 대한 논의는 하지 않았다. 관광객의 구체적인 관광준비나 적극적인 관광할동의 변화 없이 문화관광은 형성되지 않으며 관광문화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관광은 관광지의 문화상품이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하는 사람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관광객스스로 문화관광에 대한 준비와 문화지식 확보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절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야 멋모르고 사찰 경내에서 함부로 떠들지만 불공을 드리러 온 신도들이나 불교문화를 공부하러 온 분들은 정숙하다 못해 다소곳하다. 부처님마다 참배하고 절을 올리기까지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교문화 공부를 위해 안동에 오는 사람들도 같은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관광버스는 안동 입구의 톨게이트를 나서면 운전기사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 음악을 끄고 여기서부터 유교문화의 고장인 안동이라는 안내방송과 함께 안동문화에 대한 설명을 녹음자료를 통해 들려준다. 안내자가 있으면 직접 설명을 하도록 한다. 안내자가 별도로 없는 경우에도 자체적으로 유교문화에 대한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각자 읽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본격적인 답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문화보존 전략과 함께 가야 한다

이제는 관광객을 맞이하는 문화현장 곧 하회마을 관광요원들의 처지에서 하회마을의 문화를 지키며 관광객을 맞이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우선 중요한 것은 하회마을을 전통문화마을답게 역사적으로 전승해온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따라서 여느 마을과 다른 하회마을사람들의 개성 있는 일상생활이 흔들림 없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일상생활과 독자적 개성이 없다면 사람들이 굳이 하회마을을 방문할 까닭이 없다. 문화관광은 평소에 자기가 누리던 문화와 다른 문화를 경험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나가자면 마을 사람들끼리 이를 위한 협의와 노력과 실천이 따라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에 의해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침해받고 생활방식이나 사고방식이 달라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문화마을 하회에 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흥청거리는 민속음식점이나 관광객으로 부산한 용인민속촌에 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관광객이 과도하게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문화적 관광현실에 대하여 관광개발론자들은 하회마을이 관광지로 성공한 것처럼 만족해하고 있다. 만일 이러한 사태가 지속되면 문화적 양식을 갖춘 사람들이나 문화관광 욕구를 지닌 수준 높은 관광객들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 하회마을에 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마을이 문화적으로 죽어버린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하회마을이 정상적인 전통문화마을로 활기차게 살아 숨쉴 수 있는 상황을 전제로, 적정 인원의 관광객만 하회마을에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2, 3일간의 짧은 현지조사를 위해 마을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마을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3, 40명의 학생들을 한꺼번에 특정 마을에 데려가지 않는다. 많아야 10명 내외이다. 왜냐하면 수십 명의 대학생이 마을의 전통문화를 조사한다고 골목마다 쏘다니며 마을 어른들을 불쑥불쑥 찾아다니면 마을사람들의 일상생활 리듬이 깨어지기 때문이다. 문화공부를 한다며 문화를 오염시키는 일은 도덕적으로도 바람직스럽지 않지만 문화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다. 일종의 문화오염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만가만 다니는 관광객이라도 한꺼번에 골목이 비좁게 몰려다니면 마을 문화는 여러모로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살아있는 마을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상업적인 민속촌과 다르다. 외부 관광객의 투입에 따라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하회마을은 살아있는 마을이다. 따라서 적정 수준 이상의 외부인이 마을에 한꺼번에 드나드는 것을 막지 않으면 하회는 관광객의 거리가 될 뿐 결코 마을 사람들의 하회가 될 수 없다. 그러므로 전문가들의 조사와 검토를 거쳐 일정한 수 이상을 마을에 들여보내지 말아야 한다.

하회마을에 관광객이 최대한 100명 정도 들어가서는 정상적인 마을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이 내리면, 100명까지는 계속 들여보내되, 100명이 넘으면 더 이상 들여보내지 않고 입구에서 통제를 한다.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하회마을을 둘러본 사람이 열 명 정도 나오면, 그때 나온 수만큼 들여보내도록 한다. 따라서 외부사람이 항상 100명 이내만 머물도록 하여 하회마을의 본디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만든다. 그러자면 입장료도 그만큼 올려서 받고 사전에 예약을 받아서 되돌아가는 일도 없도록 해야 한다.

물론 입장객이 넘쳐서 마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도 무작정 대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 마을 바깥에 있는 박물관을 관람하도록 안내하거나 일정한 교육공간에 수용하여 하회마을에 관한 각종 영상자료를 보도록 하고 하회마을에 관한 설명도 들으며 하회마을 관련도서를 열람하도록 한다. 오히려 기다리는 동안에 하회마을에 관한 문화지식을 충분하게 습득하게 함으로써 하회마을 현장답사의 효과를 더욱 높이는 생산적 기회로 만드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에는 헛걸음을 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약을 받아서 한꺼번에 관광객들이 폭주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관광객이 마을에 들어갈 때도 개별적으로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않도록 한다. 반드시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10명 또는 20명 단위로 함께 다니며 답사하고 설명을 듣도록 한다. 물론 일정한 구역에 이르렀을 때는 안내원이 30분정도 자유시간을 주어서 자유롭게 돌아볼 수 있는 융통성을 부여할 수도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고품질을 유지해야 한다

안내원은 매표를 하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을 바깥에서부터 관광객을 맞이하는 적극성을 띨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하회마을의 문화공부를 하기 위해 준비된 관광객이 하회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마을 입구에서 기다리지 말고 관광버스가 하회마을 어귀인 큰 고개에 도착하면 하회마을 전문 안내원이 관광버스를 타고 환영인사와 함께 하회마을의 문화적 성격을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그러한 까닭에 관광객이 지켜야 할 수칙을 주지시킨다. 인원을 통제하는 이유와 마을 안에서 큰 소리로 떠들거나 담배를 삼가야 하는 이유,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가서 안 되는 이유 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하회마을에서는 관광객도 하회사람들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등 언행의 조신을 하면서 하회사람이 되어야 진정한 문화관광이 되고 문화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러준다. 이러한 사전 주의와 안내원의 통제가 관광객을 부자유스럽게 느끼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회마을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만들며 유교문화적 분위기를 실감하게 하는 자부심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려 깊게 준비되어야 한다.

마을에 들어갈 때도 짧게는 2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 관광객의 요구와 수준에 따라 다양한 코스의 안내와 전문적인 설명 내용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물론 시간 단위가 아니라 1박에서부터 장기체류형까지 본격적인 문화답사 및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별도로 운영한다. 그에 따른 입장료도 누진적으로 높여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마을을 나오도록 지도하여 제멋대로 마을에 머물며 돌아다닐 수 없도록 통제해야 한다. 머무는 시간에 따라 또는 문화적 요구 수준에 따라 둘러볼 곳과 설명의 내용도 수준에 맞도록 개발해 두어야 한다. 장시간 머무를수록 고품질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게 만든다. 1박 이상의 체류형 관광객들은 숙식의 문화체험 기회를 가지게 할 뿐 아니라, 필요한 경우 안내원이 아닌 마을사람들과 직접 만나 하회마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면담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주선한다.

한옥에서 침대가 아닌 온돌방에 요를 깔고 잔다든가, 안동 간고등어나 시래기국 등 안동 고유의 음식으로 차려진 한정식을 먹도록 한다는가, 더 적극적으로는 가족들의 생일잔치나 혼례를 하회마을 사람들의 전통 방식에 따라 체험하도록 한다. 전문적인 문화경험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여 하회마을의 제사나 차례 또는 묘사를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전 예약에 따라 소수 인원이 참여 관찰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음복까지 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문화체험 내용은 하회마을의 다양한 문화전통에 따라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

문화경험을 위한 숙박이 아니라, 지금처럼 상업적 이익을 위한 물량 위주의 단체 민박이나 어느 곳에서든 먹을 수 있는 차림표로 음식을 파는 일은 하회마을 안에서 금지되어야 한다. 해수욕장 주변이나 일반 관광지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는 상업화된 민박으로서 잠자리나 토속음식이 아니어서, 마치 하회마을에 손님으로 초대받거나 예사 가정을 방문하여 음식 대접을 받고 하룻저녁 묵어가는 것과 같은 방식의 침식과 숙식이 가능해야 진정한 문화경험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오늘날 문화상품이 다품종 소량생산 고품질을 유지하듯이, 관광 문화프로그램도 같은 범주에서 품질적으로 제약되면서 다양한 갈래로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은 도떼기 시장바닥이나 다름없이 마을이 혼란스럽고 항상 뜨내기들로 붐비며 소란스럽다. 균일한 입장료를 받으면서 대량으로 몰려오는 관광객의 입장수에 따라 관광소득을 올리겠다는 것은 소품종 대량생산 저품질의 관광문화에 만족하고 있는 셈이다. 마치 유원지처럼 언제 누가 무슨 목적으로든 입장료만 내면 마을을 함부로 드나들 수 있도록 한 것은 문화관광이 아니라 대중관광의 수준에서 하회마을 관광을 머물게 하고 있다.

문화산업과 문화상품화의 본디 이치에 입각해서 하회마을 관광 현실을 진단한다면 하회마을은 아직도 문화관광의 대상이 아니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런 문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관광객을 염두에 둔 창의적인 문화프로그램은커녕 순전히 관광객의 대중적 취향과 소비적 경향에 휘둘러 오히려 하회마을 사람들이 변질되어 가고 있다. 저마다 다투어 방 팔고 밥 팔아 개인적으로 주머니나 불리는 요식업소로 급격하게 전환되는 상황을 보면 하회마을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문화관광을 위해 준비된 관광객이 하회마을에 찾아와도 하회마을 사람들이 이들 관광객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기껏 방이나 세 놓고 음식이나 팔 요량을 하고 있다면, 문화관광의 미래는 없다. 그러므로 문화프로그램의 다품종 소량생산 고품질 유지를 통해서 정선된 소수 관광객을 통해 장기 지속적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 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