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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TA2000-안동특별(?)공연(글/서동석)

NANTA 2000 안동특별공연!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공연이었다.그러나 특별이라는 단어를 붙여놓은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공연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주니 잘 보고 고맙게 여기 라고 하는 뜻이 담긴 것 같아 어째 기분이 찜찜하다. 안동의 문화적 토양에 발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공연을 유치하여 생색도 내고 경제적 효과도 누려보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PMC환퍼포먼스(대표:송승환)의 'NANTA 2000' 공연이 안동에 왔다. 보통이 아닌 특별이라는 이름을 달고 3월 4일∼5일 이틀간 3회에 걸쳐 공연을 했다. NANTA가 특별한 공연이기는 하다. NANTA는 80여분의 공연시간동안 대사없이(목소리는 있었다) 주방기구인 냄비와 프라이팬·주걱·국자 등을 가지고 소리를 만들어 내는 뮤지컬이다. 더구나 그 소리는 우리의 장단인 것이다. 그리고 대형 스피커를 통해 퍼부어지던 울림은 심장의 고동을 한껏 높여 주었다. 형식적인 면에서 특별함이 있는 것이다.

비언어극으로는 NANTA 이전에 이미 스텀프나 탭덕스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들은 짜여진 이야기가 없는 단순한 소리의 모음이었다. 스텀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하는 NANTA는 모방을 했으되 새로운 창조가 있었다. 소리의 모음에 이야기 구조를 첨가한 것이다. 내용면에서도 특별함이 있는 것이다.

주방장 헤드와 피메일(여자), 섹시가이, 매니저의 조카인 네퓨는 6시까지 한시간 안에 '결혼피로연 요리를 만들라'는 매니저의 명령을 받는다. 이렇게 공연은 시작되어 4명의 요리사들은 각자의 솜씨를 뽐내며 공연을 풀어 나갔다. 낙하산 인사로 들어 온 네퓨와의 갈등 속에 요리사들은 각자 빈대떡과 철판요리, 스타국수, 통돼지 요리 등을 준비한다. 요리를 만드는 과정속에서 표현된 다양한 비트의 장단과 변화있는 내용의 몸짓들은 관중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여자 요리사의 현란한 칵테일 만드는 솜씨, 섹시가이와 네퓨의 한판 무술 대결, 그리고 관객 가운데 남녀 한쌍을 무대로 불러 결혼식을 시키는 등 다양한 극 중 변화는 다이나믹한 사물 장단의 울림과 함께 관객들을 공연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공연 그 자체로는 어디에 내 놓아도 손색이 없을 훌륭한 것이었다. 시종일관 다음 장면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펼쳐질까 하고 기대하게끔 만들었던 정말 재미있고 신나는 공연이었다. 그러나 단 한가지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특별이라는 단어였다.

특별이라는 말은 두 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가능한 일을 더 멋지게 해 냈을 때 특별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했을 때 특별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NANTA가 스텀프나 탭덕스를 모방했건 아니건 간에 그들이 생각했던 바를 더욱 멋지게 표현했으니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뒤의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왜 하필 안동공연에 특별이라는 말을 사용했는가 하는 것이다. 내용에 다른 곳에서 공연한 것과 구별되는 특별한 것이 있었던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니다. '21세기 버젼, 외국공연 버젼 그대로 안동에 옵니다.'라고 광고를 했으니까. 그렇다면 NANTA의 공연 일정에 안동은 포함되지 않았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불가능한 일을 성사시켰으니 특별이 된 것이다.

안동에 NANTA 공연이 오게 된 데 대한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니 이러쿵 저러쿵하는 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그렇지만 왠지 공연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주니 잘 보고 고맙게 여겨라는 뜻이 특별이라는 단어에 담긴 것 같아 어째 기분이 찜찜하다. 한편으로는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엄청난 호평을 들었던 공연을 보게 되었으니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특별이라는 단어는 관객의 자존심을 구겨 버렸다. 안동사람들이 타 지역사람들보다 많이 못한가? 아니면, 입장료를 훨씬 싸게 내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보는 것이니 당당한 기분으로 즐겁게 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얼마 전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쥬라기공원 때문에 문화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당장 우리 정부는 문화사업에 집중 투자하라는 명령을 내렸고, 관계자들은 열심히 그 명령을 받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한 성공한 자들의 영광만 바라보았을 뿐 그들이 퍼 부은 엄청난 노력에는 신경쓰지 않았다. 한마디로 모래바닥 위에 고층건물을 지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엉뚱한 신지식인이 하나 탄생하기도 하였다.

NANTA 2000 안동특별공연도 마찬가지이다. 특별이라는 단어가 경제적 논리만 가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안동의 문화적 토양에 발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공연을 유치하여 생색도 내고 경제적 효과도 누려보자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뜻 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특별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트집을 잡는 사람은 나 하나뿐일 수도 있다. 사실 스스로도 공연을 즐기며 신나게 감상하였다. 이런 것쯤이야 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안동 사람들은 특별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것만 좋아한다 라고 오해를 하는 건 싫다. 경제적 효과가 조금 작더라도 다양한 공연문화가 안동에 들어오고, 그래서 안동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가슴을 트이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쓸데없는 트집을 잡아보는 것이다. 다양한 공연문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안동의 문화적 바탕이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것은 혼자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줘야 하는 것이다. 졸업식장의 작별 노래처럼….

서 동 석(경북지역사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