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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대 총장 선출권 논란(글/이정희)

전국 국.공립대가 총장 선출권을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교직원들은 총장 선출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교수들은 여전히 교수들만의 선거를 고집하고 있다.

안동대가 오는 12월 27일 총장 선거를 치르는 것을 비롯해 전국 9개 국.공립대가 선거를 앞두고 있어(12월 4일 기준) 대학 내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국.공립대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세워져 운영되고 있는, 말 그대로 국가나 공공의 대학이기에 시민들이 안동대 총장 선출권 논란을 좀 더 관심있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동대 총장 선출권 논란은 지난 9월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안동대 총장 선출권 논란은 지난 9월부터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안동대 공무원직장협의회와 노동조합, 직원협의회가 <총장 선출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수들만의 투표로 선출되는 현행 총장 선출규정에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공동대책위는 9월 14일까지 전임강사 이상 교원으로 제한돼 있는 총장 선출권을 교직원과 학생들에게도 부여해 주도록 규정을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장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월 선거 공고를 내버렸고 교수들만의 선거 강행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공동대책위는 총장 선출권을 확보하기 위해 집회와 1인 시위를 계속하면서 팽팽히 맞섰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달 11월 27일 열린 1차 총장 후보자 공개토론회에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면서 더욱 깊어졌다. 교직원과 학생 150명이 토론회장인 복지관 세미나실 출입문을 막는 바람에 대부분의 교수가 토론회장에 들어오지 못했고 실내에 있던 총장 후보자 7명의 발언도 가로막아 마찰이 빚어졌다. 선관위는 장소를 옮겨 재차 토론회를 시도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총장 선출권을 둘러싼 교수와 교직원간의 갈등

총장 선출권을 둘러싼 교수와 교직원간의 갈등은 안동대를 비롯해 선거를 앞둔 전국 9개 국.공립대가 모두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에는 대부분 교직원들을 중심으로 총장 선출권 공동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이들이 총장 선출권의 범위를 대학 구성원 모두에게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첫째는 국립대 총장은 교수와 교직원.학생등 대학 구성원들의 대표이면서 지역 사회를 대표하는 사람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단순히 교수들의 대표를 뽑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들만의 성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안동대 공대위는 구성원 수에 따라 교수 7,교직원 2,학생 1의 비율로 투표권을 할당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는 교수 직선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다. 사실 대학 총장선거에서 학연.지연에 따른 파벌이 조성되고 편가르기가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대학 관계자들은 총장선거에 금품이 오간다는 사실도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 심지어 보직을 거래한다고도 한다. 당선자는 자신을 밀어 준 핵심 교수를 보직에 앉히기 마련인데 일부 대학은 전체 교수의 70% 정도가 보직교수인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폐단의 결과는 대학과 지역,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저해시킨다고 단언하고 있다.이번 선거에서 총장 후보로 나온 모 교수는 총장이 되면 교수들의 연봉을 50% 인상시켜 주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국립대의 교수 연봉을 마음대로 올려 주겠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되지만 대학의 비전과 발전상을 제시하기보다는 교수들의 환심을 사, 표를 얻으려는 사실이 직선제의 폐단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학 본부측은 그동안 총장 선출권 개정 여부와 관련해 이미 공고된 사실을 번복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시간도 촉박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대위의 요구를 거절해 왔다.
그러나 다행히 대화 창구가 마련돼 교수 대표와 각 직급별 교직원 대표가 모여 합의안을 도출한 뒤 전체 교수회에 맡겨 이 문제를 결정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지난 98년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은 지금의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겠다고 결의한 바 있다. 현재 사립대학은 대부분 교수 직선제를 폐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공립대도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쪽으로 선거제도를 개선했거나 개선하려고 하고 있다.

더욱이 교육부는 최근 교원들의 합의만 있으면 대학 구성원들도 총장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물론 총장 선출권 개정 여부는 안동대 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둔 전국 국.공립대 모두가 어느 정도 입장을 조율한 뒤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투표권을 확보하려는 교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양측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서 현명하게 판단 내리기를 기대해 본다. 그 판단 기준은 분명 국립대의 설립목적과 안동대가 앉고 있는 책임, 의무가 돼야 할 것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