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글/정광영)모래
참으로 아득하여라
닮아 없어진 날들
하나 커다란 바위였을 적
천둥 번개 몰아쳐
쩍쩍 몸은 갈라지고
어두운 밤을 견디며
피 흐르는 가슴으로 개울을 건넜네
깨어진 정강이엔
진달래 뿌리 내려
볕 바른 봄을 골라
활짝활짝 꽃을 피우고
뻐꾸기 울음소리에
괜시리 슬퍼지더니
素月이 써 내려가던
애닯은 시 한 편
소녀가 흘린 눈물 자국에
햇살이 눈부셨네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細雨 내리고
강물은 너훌너훌 흘러 내릴 때
온몸 씻으며
거추장스러운 관념을
하나하나 떼어내던 황홀함이여
어느덧 河口에 닿아
생각조차 다 부서진 육신에
꿈만 남았으니
이제는 눈을 감아도
하늘 가득 담긴다.
정광영 {시조문학} 추천으로 등단했으며, 시조 동인 '오늘', '나래'의 회원으로 활동하 고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안동문화원 사무국장 으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