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랑경북연합회 안동지회-자연사랑의 청신한 새물결(글/최혜란)
나는 안동이 아닌 다른 지역을 생활터전으로 삼아 지내본 적이 없는 전형적인 안동내기이다. 게다가 안동지역의 이러저러한 모임에 비록 참여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대로 동향은 살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연사랑경북연합회'라는 시민단체는 생소하게 들렸다. 3월 중순, 어느 저녁시간에 자연사랑경북연합회 안동지회장인 권영목씨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서도 사전에 전혀 어떤 모임인지 알지 못하고 나갔으니 말이다.
인사를 하고 건네 받은 명함의 한 면은 권영목 지회장의 근무처와 연락처가 인쇄되어 있고, 다른 면에는 자연사랑경북연합회라는 모임의 타이틀이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다.
권영목 회장 비롯한 경상북도자연환경연수원 수료생 3명이 94년부터 시작
자연사랑 경북연합회는 경상북도자연환경연수원(구미에 있는 구,자연학습원) 교육수료생들의 동창회 모임이다. 교육 수료 후에도 지속적인 자연사랑 운동을 펼쳐 나가면서 상호친목을 다지기 위한 순수한 자연사랑 모임으로 1996년 10월 5일 창립되어 현재 구미, 경주, 상주, 영천, 포항, 영천, 안동 등의 각 지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자연체험과정을 통해 지역의 천연기념물 및 문화유적지 답사, 민물어류 관찰, 화석채집, 철새탐조, 야간천체 관찰, 산림박물관 견학 및 타, 시도 자연학습원 견학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모두 가족들과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안동지회는 권영목 회장을 포함한 94년도 연수원 수료생 3명이 '우리지역의 환경은 우리가 직접 뛰면서 지키자'라는 의지로 만들었다. 현재 등록 회원 수가 115명이라고 하니,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안동지회는 말 그대로 자연사랑경북연합회의 지회이다보니 활동은 크게 경북연합회 전체가 연계되어 하는 부분과 안동지회 자체적으로 하는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정기모임은 격월로 열리는데 주로 안동지회가 하는 일은 안동댐, 임하댐 주변 청결운동, 공원의 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 등이며 특히 휴가철에는 길안천과 같이 피서 인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정화활동을 벌인다.
자연에 대한 반성 끊임없이 있어야
권영목 회장은 "환경은 고스란히 후손에게 물려지는 것이죠. 가끔 사람들의 실수로 인해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가슴이 철렁해요. 나무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니까요. 늘 자연에 대한 반성을 인간이라면 끊임없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자연사랑은 보여주기나, 모임의 운영을 위한 정신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인 듯 했다. 잠깐 그의 삶을 들춰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근무지가 수자원공사인 탓도 있지만 늘 오가면서 때를 가리지 않고 안동댐 주변을 정비하고, 작은 쓰레기라도 본인 손으로 직접 줍고 훼손이 심한 지역은 사진을 찍어 현장에 붙여두는 정성까지 보인다. 뿐만이 아니다. 이제 잊혀져 가는 우리의 토속곡식들인 미조, 차조를 비롯해 각종 야생화와 목화까지 집에서 직접 재배한다고 한다.
특히 야생화에 대한 그의 사랑은 유별났다.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고, 사비라도 털어서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야생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많이 높아졌는데, 때로는 그런 사람들이 오히려 야생화를 죄다 캐다 자신의 집 마당에 옮겨다 심는 경우가 있어요. 꽃은 여러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자연의 본래 위치에 그대로 있어야죠. 우리 회원들 중에도 야생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이들이 있는데 우리는 복원에 중점을 두고 노력합니다. 번식시켜서 다시 산에 되심어야 한다고 늘 이야기하죠"
자연사랑경북연합회에서는 많은 회원들이 가족단위로 가입해 활동을 하고 있어서 가족들간의 친목은 물론 주말 나들이겸 보람있는 일들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더욱더 호응을 받고 있다. 회원MT를 비롯해 체육대회나 등반대회, 회원자녀 민박교류, 시군별 회원 교류까지 하고 있으니 자연사랑 실천과 더불어 향기나는 이들을 만나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권영목 회장은 "적어도 제 임기기간 내에는 자치단체의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을 계획입니다. 재정적으로는 조금 힘들어도 자체적인 역량을 기르고 얽매이지 않는 게 중요하죠. 늘 회원들에게 숨어서 활동할 것을 강조해요"라고 한다.
지금껏 그냥 지나쳐보았던 우리 주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공간들을 되새겨 보니 드러내지 않고 애쓴 손길들이 생각나며 한결 더 고마움이 느껴졌다. 그들의 끊임없는 자연사랑은 물론 어느 지역보다 강한 유대감으로 뭉쳐져 오랫동안 활동하는 건강한 시민단체이길 소망해본다.
볼록렌즈가 빛을 모아 불을 일으키듯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한데 모여 자연속에서 인간이, 인간속에서 자연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자연사랑의 청신한 새 물결이 우리사회 구석구석에까지 퍼져 나가기를 희망한다.
자연사랑경북연합회 안동지회 모임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성심약국 앞에 위치한 조이조이피자집(852-1991)으로 찾아가면 된다. 아직 사무실을 마련할 형편이 되지 못해 정이순 회원의 가게를 임시사무실과 겸해 쓰고 있다.<안동>
최 혜 란(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