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안동′은 여전히 안동다와야 한다(글/편집부)지역문화를 생각하는 뜻있는 몇 사람들이 <안동>이란 잡지를 만들기 시작한 지 벌써 십 년을 넘어서게 되었다. 잡지도 65권이나 쌓였다. 솔직히 이 잡지를 처음 만든 사람들 스스로도 잡지가 10년이란 세월을 넘게 이어가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잡지를 만드는 주체가 조직적인 단체도 아니고 또 이 잡지에 대한 기대도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남에게 읽히려면 계속 좋은글도 실려야 하고 책을 만들려면 만만치 않는 경비가 소요되는데, 이점에 대해 뚜렷하게 책임질 사람도, 그럴듯한 대책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은지 십 년을 넘게 계속 모였고 사랑방에서 꽃피운 이야기는 65권의 책으로 기록되어 남겨지게 되었다. 일년이 과거 십 년에 맞먹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요즈음 십 년 세월 동안, 사랑방은 평범한 사람들의 애환을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생생히 기록했다. 사랑방은 위세등등한 정치가나 지역유지, 세련되고 돈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들이 오늘의 우리문화를 좌지우지하고 언젠가 우리의 삶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이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애절한 삶을 진솔하게 이야기하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가 늘 보잘 것 없고, 시시하게 들리고 시대의 변화를 애써 외면하는 것 같아, 심지어 가까이 서 있는 사람들조차 답답하고 안쓰럽게 여겼으리라.
시대착오적인 과거문화에 지나치게 젖어있다는 애정어린 충고를 받기도 하고, 정치적 입장이나 상업주의를 지나치게 경계하는 신경과민이 잡지의 입지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불만도 들었다. 소수의 입담이 너무 길어 독자를 괴롭히는 일, 혹은 늘 하던 이야기나 전문적인 어려운 말 때문에 사랑방 소리가 자꾸 멀리 들린다는 하소연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얘기들은 모두 {안동}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고 또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인다. 사랑방은 십 년의 자기모습을 되돌아보았다. 그 결론은 모두에게 다 좋은 것은 결국 아무에게도 좋지 않다는 교훈을 되새기면서 안동지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 잡지는 세상의 변화에 둔감하기는 해도 인정에 미련을 두는 시골사람들의 소박한 마음을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 조상의 영광으로 현재의 초라함을 보상받으려는 게 아니라, 한 시대의 정신을 이끌었던 조상들의 마음씀씀이를 본받기 위함이다.
요즈음, 시대의 변화를 이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나 그 변화에 약삭빠르게 따라가는 사람들은 그 변화를 통해 무엇을 얻으려는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의 성취를 과시하여 이웃을 비참하게 만들고 나름대로 안정되게 사는 이웃의 평범한 삶을 들뜨게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사랑방은 우리를 전혀 감동시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보다는 차리리 인간의 도리를 아둔하리 만큼 고수했던 조상들의 이야기를 더 되새기며 이 무서운 경쟁의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더 인간적일 수 있나를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안동다운 사랑방의 이야기가 될 것을 믿으면서 새천년 첫걸음을 뗀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