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내용

임하댐의 재앙(글/정동원)

흙탕물의 폐해, 알루미늄의 유해성

우리가 먹는 물에 알루미늄이 녹아 있다? 알루미늄. 알루미늄. 알루미늄이라! 알루미늄이라 함은 중금속 아닌가? 인체에 쌓이고 쌓여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중금속.

때는 〈임하댐의 재앙〉이 방송되기 불과 한달 전. 흙탕물에 알루미늄이 다량 함유돼있다는 사실이, 정수를 해도 알루미늄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그것도 너무 늦게 튀어 나왔다. 지금껏 흙탕물은 물고기를 비롯한 수중생태계에 피해를 주고 먹는 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의 공정에 차질을 주는 존재에 불과했다. 인간의 활동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난데없이 알루미늄이라니….

알루미늄은 흙탕물 자체에 많이 함유돼있고 정수장에서 쓰는 화학약품인 응집제-흙탕물에 떠 있는 흙알갱이는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쉽게 가라앉지 않기 때문에 흙알갱이를 포함한 부유물질을 강제로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에도 많이 들어있었다. 응집제는 알루미늄이 주성분이었고 이 알루미늄이 정수과정에서 흙알갱이와 완전히 반응하지 못하고 먹는 물에 까지 녹아들고 있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펴낸 ‘먹는물 관리 지침서’에는 알루미늄과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가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었다. 유럽 다른 나라의 연구도 언급돼 있었지만 대부분 연구·조사 과정에 다른 변수들이 많아 그대로 믿지는 못한다는 내용이 첨부돼 있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근거가 필요했지만 애꿎은 시간만 흘러갔다.

현재의 임하댐은 탁도가 30NTU 내외로 떨어졌다고 한다. 호수의 일반적인 탁도가 10NTU이니까 정상은 아니지만 많이 맑아진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탁도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알루미늄의 유해성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2·30년 전쯤 영국에서 알루미늄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는 논문이 발표됐지만, 지금도 그 이론을 믿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달랐다. 호주 시드니 정수장에서는 알루미늄의 유해성 때문에 알루미늄 성분의 응집제를 쓰지 않고 있었다. 예전엔 알루미늄 응집제로 흙알갱이를 포함한 부유물질을 제거했는데 10년 전 쯤부터 주민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알루미늄이 아닌 다른 성분의 응집제를 사용하고 있고 다른 많은 나라에서도 알루미늄의 독성을 매우 위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방송시간에 쫓기는 와중에도 알루미늄의 유해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윤곽을 잡았지만 〈임하댐의 재앙〉에서는 호주의 사례를 담을 수 없었다. 호주 대사관을 통해서 시드니 수도사업소에 취재 요청을 했지만 시드니 수도사업소는 취재거부의 뜻을 전해왔다. 알루미늄건이 너무 민감한 사안이어서 호주 국내외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이유였다. 그럴 수밖에, 알루미늄이 알츠하이머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로 그 알루미늄 성분의 응집제를 먹는 물에 넣고 있다니….

알루미늄의 유해성에 대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은 방송을 마치고도 크게 남았다. 흙탕물과 알루미늄 농도의 관계, 알루미늄과 인체유해성과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해서 알려줌과 동시에 임하댐 흙탕물을 정수해 먹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치매증상에 대해 정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숙제로 남겨졌다. 지역 주민들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서도 이 작업은 계속돼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하댐 인근 주민들은 안동MBC가 마련한 탁수 대책 토론회에 방청객으로 참여해 〈임하댐의 재앙〉에서 보도한 알루미늄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다. 알루미늄이 인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개연성을 짚어주는 것과 임하댐 흙탕물을 정수한 물이 실제 주민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게 아닌지를 제시해주는 것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자연의 대반격, 탁수

임하댐 흙탕물의 실태와 원인, 대책 등에 대해서는 〈임하댐의 재앙〉을 비롯해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어, 여기에서 따로 담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댐건설 정책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임하댐의 재앙〉 취재 도중, 청송군 현동면에 건립될 예정인 ‘신풍댐’에서도 흙탕물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신풍댐의 위치는 임하댐과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 않은데 수자원공사는 임하댐의 폐해를 혹독하게 겪고 있으면서도 또다시 제 2의 임하댐을 건설하려 한다는데 어이가 없었다. 물론 신풍댐의 탁수가 임하댐만큼 심각할지, 반대로 일반 호수처럼 탁수 지속현상이 나타나지 않을지는 예측만 할 수 있을 뿐, 아무도 정확하게 모른다.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니까. 또 우리나라의 물 공급 사정, 특히 영천, 경산, 포항 등의 영남지역 물 부족 현상을 감안하면 댐건설 취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신풍댐을 건설하기 전 시행하는 타당성 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댐 건설공사는 아직도 주먹구구식으로 지어지고 있다. 임하댐 흙탕물의 근본 원인은 지질에 있다. 그렇다면 임하댐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신풍댐에서도 흙탕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기초적인 지질조사만 돼 있을 뿐, 흙알갱이 침강실험이나 점토광물 함유 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전혀 없었다.

우리와 달리 일본에서는 댐 건설 전 흙탕물 지속 현상 하나를 예측하는데도 3년여의 시간과 학계등의 전문가들을 투자해서 꼼꼼하게 댐 위치선정을 하고 있다. 지금의 댐건설 정책이 계속되는 한 제2, 제3의 임하댐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임하댐은 탁도가 30NTU 내외로 떨어졌다고 한다. 호수의 일반적인 탁도가 10NTU이니까 정상은 아니지만 많이 맑아진 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탁도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내년 여름 큰 비가 내리면 또다시 임하댐은 붉은 흙탕물로 뒤덮일 것이다.

1,000NTU가 넘는 뻘 같은 흙탕물이 호수에 넘실거리고, 이 흙탕물은 또 다시 호수물과 식물, 물고기, 사람까지도 괴롭힐 것이다. 임하댐의 흙탕물은 댐이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을 것이란 어느 교수의 말처럼, 임하댐은 지표상에서 사라져야할 댐인지도 모른다.

임하댐의 흙탕물 지속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흙탕물은 비가 오면서 자연히 댐으로 유입이 되지만, 즉 발생원인은 쉽게 짐작이 가고 밝혀지고 있지만 그 흙알갱이들이 왜 아직까지 물속을 헤매고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즉 흙탕물 지속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수자원공사의 댐 위치선정 기술은 놀랍다. 흙은 물보다 무거우니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 게 당연한 이치인데, 3년 가까이 흙알갱이를 떠있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일부러 그렇게 만들려고 한다면 현재의 발달된 기술로도 아마 무리가 아닐까 생각된다. 임하댐의 무한한 연구 가치와 방송 소재를 제공해준 수자원공사에 감사드린다고 하면 너무 반어적일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