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내용

한 땀 한 땀 이어가는 작은 이야기- 천연염색 규방공예가 김연호씨(글/서지민)

천연염색과 규방공예를 하는 김연호씨(47)가 ‘자연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서울 인사동 학고재 전시회에 이어 지난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안동시민회관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규방공예, 손누비 바느질, 천연염색 등 시간과 정성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전시로 결실을 맺은 김연호씨. 그야말로 평범한 주부에서 작가로 우뚝 선 그녀를 만나보았다.

산 어귀 아래 운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을 들어섰다. 마당에는 갖가지 화초들과 따뜻한 온실 안에 들어찬 이름모를 꽃들이 주인의 정성스러움을 느끼게 해주었다.
차가운 겨울바람을 피해 들어간 거실 또한 아늑하다. 따뜻한 국화차 한잔을 내어주며 얼굴 한가득 품어져 나온 그녀의 미소는 그윽한 국화향을 품고 있는 듯 했다.

피복비를 아끼고자 했던 그녀의 손재주

안동이라는 곳에서의 전통을 향한 그의 작품 활동은 소박한 소리를 내며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었다.

무엇이든 보면 만들어 내는 손재주를 가진 그녀가 작품 활동을 하기까지의 인연은 처녀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뜨개질 관련 수출회사를 다녔고, 손으로 만드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아했던 것에 잘 맞게 손뜨개 강사 경력도 가지고 있었다.

결혼 후 그보다 더 좋은 사랑은 없겠다 싶어 직접 뜨개질 옷을 지어 아기에게 입히고, 그런 옷을 본 주위로부터의 칭찬은 자신감을 북돋워 주기에 충분했다.

김연호씨에게 있어서 옷을 만들게 되기까지는 결혼생활에서 새댁의 억척스러움이 만들어 낸 소중한 결실이다. 특별한 고급기술이 없었던 그 시절이었지만, 피복비를 아끼고자 했던 그녀의 손재주와 더불어 아이의 엄마로써 아내로써 며느리로써 그녀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주었던 게 아닐까싶다.

며느리로 살아온 인생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고자 10여년에 이르는 시간은 그녀로 하여금 만드는 일을 제쳐두게 했다. 그렇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커가는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의 소중한 역할도 함께 해야 했던 그에게는 당연한 희생이라 여기면서 지내온 세월들이었다.

고운빛깔과의 인연, 샘솟는 열정

조금씩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내고 키워가고 있을 무렵, 양장에서 벗어나 우리 옷, 우리 것, 천연염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옷을 지어입기를 10여 년쯤, 그녀는 스스로 방법을 터득한터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깊이 있는 배움을 찾아 98년도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균관대학교 생활과학대학 강좌에서 복식의 이론과 전통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아침저녁으로 새벽이슬을 맞아가며 서울과 안동을 오가는 여정은 작품의 깊이를 더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배움의 열정과 더불어 여러 장인들과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타지에서의 몇 번에 걸친 굵직한 그룹전시회에 참여한 것은 그만의 탄탄한 작품세계를 이루어 가는 밑바탕이 되었다.

안동과 서울에서 개최된 3회에 이른 그녀의 개인전은 그간 서예를 배우고 사군자를 배우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천연염색에 대한 그녀만의 기법들이 이제 김연호씨 자신의 것이라는 테두리를 형성하여 주위로부터 아낌없는 칭찬을 받고 있다.

전통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변형과 새로운 창출을 시도하며, 또한 작품에서는 그녀만의 독특한 바느질 기법을 선보이고 있으며, 끊임없는 관련분야에 대한 관심과 배움의 실천으로 무엇이나 할 수 있는 여성 김연호라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는 목적이기 보다는 꿈이 있다고 한다. 아이들의 옷을 지어가며 주위의 모든 것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땀 한 땀 이어온 그녀는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이번 서울에서의 전시회는 이제껏 해 온 활동을 중심으로 천연염색, 소품, 전통복식을 보여주는 것 뿐 만 아니라, 발품을 팔아가며 엄마의 전시회 포스터를 붙이는 아들의 사랑과 멀리서 달려온 딸의 애틋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전시회에 그치지 않고, 이것저것 창작에 관한 아이디어를 말하는 모습에서 무한한 창작 욕구도 느낄 수 있었다.

현재는 천연염색연구회와 같은 관련단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혼자서 작품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시간을 내어 안동 영양농업기술센터에서 규방공예 강사로도 활동하여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자연을 닮은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처럼 곱고 화사한 삶이 엿보이는 김연호씨.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듯이, 예쁘고 화사한 자연이 주는 빛깔을 통해 생활속에서 소품들을 만들어 내는 샘솟는 그의 열정에 지금 배움에 있는 나는 박수를 보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