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 묘방석(글/장종규)
퇴계로를 따라 안동 시내를 막 벗어나면 국도를 가로지르는 중앙선 철길이 만든 굴다리를 만나게 되고 그 굴다리를 지나면서 작은 개울 너머로 마주 보이는 마을이 와룡면 서지동이다. 마을의 민가뒤 산자락에 학봉신도비각이 보이고 비각으로부터 20여M 위쪽에 선생의 묘소가 있다.
소에 올라서면 오른쪽 망두석 아래 놓여있는 글씨가 새겨진 둥근 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높이 150CM, 너비 170CM, 둘레 480CM크기의 이 바위에는 기이한 형태로 남아있는 정 자욱을 피해 해서로 쓴 단아한 필체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글씨를 쓴 사람은 알 수가 없고, 글자의 크기와 자수는 20*20CM크기 12자와 10*10CM크기 188자이다.
바위 상단을 빙둘러 '명조선학봉김선생사순지묘"라고 새긴 큰글자 아래 세로로 앞면에는 조선 선조때의 학자인 한강 정구가 지은 학봉의 행적을 새기고, 뒷면에는 서애 문인으로 홍문관교리를 지낸 창석 이준이 기록한 돌에 대한 사연을 새겼다.
이 준의 기록은 "이 돌은 선생의 장례시 광중에서 나온 것인데, 모양은 큰북 같고 돌결이 고르고 부드러워 굴러서 묘 왼쪽에 두고 그 위에 정한강이 지은 선생의 간략한 행적을 새긴 것이다."라고 사실을 적고 이어서 " 이돌이 흙속에서 몇 겁의 세월을 견디다가 마침 선생의 의관을 갈무리할 때 나와서 선생의 행적을 기록하는데 쓰이니 조물자의 뜻이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