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국제탈춤축제99의 점검과 개선방안(글/류선경)
안동국제탈춤축제가 올해로 3회째를 넘겼다. 축제의 본질이 관광객의 견인과 이에 따른 관광산업의 육성에 있다면 안동국제탈춤축제는 지역경제에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이제 궤도에 오른 안동국제탈춤축제의 득과 실을 분석해본다.
지역관광의 시너지 효과
지난 10월 1일부터 열흘간 열린 안동국제탈춤축제에는 모두 50만 6천여명의 관광객이 찾아들었다. 외국인도 6천여명이나 방문했다. 지역단위의 단일행사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라는 것이 안동시측의 분석이다. 지난 97년 1회 축제때 34만명, 지난해 2회때 40만 1천명이던 점과 비교해보면 매 대회 대략 10만여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탈춤축제는 지역관광의 시너지효과도 증대시켰다. 평소 도산서원의 관람객은 평균 502명이었지만, 축제기간에는 963명으로 92%나 늘어났다. 하회마을은 평소 1천 737명에서 축제기간 중 4천 93명으로 무려 136%나 증가했다. 봉정사도 평소 199명에서 488명으로 56%정도 늘어났다.
특히 하회마을은 축제기간중 토요일 144%, 일요일 152%의 증가율을 보여 주말의 탈춤공연이 관광객 증가에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분석해본 탈춤축제
국제탈춤축제의 수입과 지출 결산내역을 보자.
먼저 수입내역을 보면 지난해 총수입이 5억9천여만원이던 것이 올해는 8억4천여만원으로 대략 2억4천5백여만원이 늘어났다. 보조금은 국비 1천만원, 도비 2천만원이 줄어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8천만원이 늘어났다. 이는 안동시의 보조금이 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억1천만원이나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자체조달분인 입장권 판매수입은 1억1천8백여만원으로 6천8백여만원이 늘었고 상가분양비는 6천3백여만원, 기타 공연료와 광고료 등이 3천5백여만원이다.
수입내역을 분석해보면 우선 전체 수입에서 자체조달의 비중은 지난해 19%에서 올해는 33%로 신장돼 행사비의 자체조달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입장권 예매가격은 3배나 인상됐는데도 수입은 겨우 1.7배정도 늘었고, 현장판매도 2.2배 신장에 그쳤다.
이는 탈춤공연 자체에 흥미가 덜하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
특산물매장의 점포 56개가 모두 분양되면 분양수입이 2천 2백여만원이지만, 실제 분양수입은 42%에 불과해 상가분양에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광고수입은 지난해 없던 것이 올해는 2천만원으로 늘어나 광고수입의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지출내역을 보면 모두 8억4천여만원으로 수입과 같지만, 적립금이 1억7천여만원이란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적립금 6천여만원보다 1억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연단초청비와 부대행사비, 전시행사비, 홍보활동비가 늘어난데 비해, 시설비와 식전후 행사비는 줄었다.
홍보활동비는 전체적으로 1천만원정도 늘어났지만, 주목할 점은 설명회비가 8백만원이나 늘어났고, 광고비는 한푼도 없었다는 것이다. 설명회와 광고의 가치에서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할 것인가는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내용이다.
하여튼 행사기간과 규모를 늘린만큼 수입과 지출이 늘었지만 적립금이 1억원이상 늘었다는 점은 다시 한 번 눈여겨볼만한 내용이다.
관광객 지출을 통해 본 문제점
탈춤축제 사무국이 설문조사를 통해 추산한 내용을 보면 안동시민은 한사람당 지난해보다 4천3백여원이 늘어난 2만여원을 썼고, 외국인은 지난해보다 1만7천여원이 늘어난 9만3천원을 지출했다. 반면에 외지 관광객들은 지난해보다 만원이 적은 3만6천원을 지출했다.
이같은 조사내용을 기초로 외지교통비의 지출가능성과 관람료의 이중계산 가능성을 고려해 지역내 지출액을 계산해보면, 안동 시민의 지출액은 한사람당 1만7천원이며, 외지인은 2만8천원이 된다.
특히 외지인의 지출내역 가운데 숙박비와 기념품구입비가 각각 5천원이고 식사비가 7천원인 점에서 숙박시설 확충과 특산품 판매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로 유입된 관광객의 지출액을 보면 숙박비 3억6천만원, 식사비 11억원, 기념품 구입비 6억6천만원 등 모두 35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보다 14억원 정도 늘어난 것이다.
아울러 국제탈춤축제의 지역소득 유발효과는 대략 25억8천여만원이며, 여기에다 출연료와 인건비를 합하면 모두 26억5천만원으로 계산된다. (자료제공:안동권발전연구소)
행사 진행의 개선점
안동국제탈춤축제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공연은 아홉 마리의 사자가 역동적으로 춤을 추는 대만의 사자춤이었다. 하지만 이번 축제때는 아홉 마리중 여섯 마리만이 공연했다. 비좁은 공연장 때문이었다.
공연의 규모를 생각하지 않은 허술한 준비 때문에 공연의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더구나 관객들은 사자의 묘기를 별도로 보기 위해 공연 중간에 공연장 밖으로 나가야 했다. 행사 팜플렛에 적힌 공연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명색이 국제축제인 만큼 공연장과 공연시간의 엄격함은 반드시 보완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는가? 안동시와 축제추진위, 사무국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많았다. 민간주도의 행사라는 취지와는 달리 예산집행권을 가진 안동시가 지나치게 개입하면서 곳곳에서 갈등과 반목이 적지않게 노출됐다.
추진위원회 역시도 행사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고 섭외와 예약 등의 이선지원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더 큰 문제는 행사준비였다.
특산물 판매장과 탈, 도예전시장에서는 축제당일까지 전시물을 볼 수 없었고, 미처 정비되지 않은 전시장만이 둥그러니 관광객을 맞았다.
행사안내소도 마찬가지였다. 안내소가 입구 좌측 한켠에 있어 관람객들은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심지어 행사 팜플렛을 받지 못한 관람객도 있었다.
외국 관광객을 위한 안내소에는 영문자 I를 표기하도록 했지만 이런 표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음식점의 위치와 크기, 개수가 변경되면서 상인들의 불만도 많았다. 매년 계속되는 축제를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처사라는 비난이 당연히 나왔다.
편의시설 미비는 가장 큰 문제였다. 휴지통이 전혀 보이지 않아 관람객들은 갖고 가거나 그냥 버렸다. 관람객들은 졸지에 염치없는 사람들이 돼버렸고 운영요원들은 쓰레기를 치우느라 몸살을 앓았다.
상가문제와 편의시설은 해마다 지적된 내용이었지만 올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행사관련자들이 타부서로 이동되면서 행사진행의 노하우가 축척되지 못한 결과다. 잘하고도 욕을 먹은 편의시설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안동권발전연구소의 축제검토안
안동권발전연구소는 탈춤축제 전반을 검토했다.
안동권발전연구소는 우선 축제기간이 늘어났지만 축제의 기본적인 구도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관람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콘테스트 등을 살려 축제의 역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축제기간이 주말과 주중으로 구성돼 있는 만큼 주말은 관광객 위주로, 그리고 주중은 지역민들의 경연의 장으로 구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공연과 공연사이의 간격이 한시간씩이나 벌어져 지루해진 관객들이 공연장 밖으로 떠나면서 공연장의 집중력이 떨어진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공연장 외에 시가지에서는 축제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는 점도 큰 문제로 지적됐다.
강변축제장도 공간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해 전시장 방면은 상대적으로 죽은 공간이 됐고, 축제의 흥을 돋우기 위해 마련된 부대행사 역시 지나치게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마당극의 날', '인형극의 날', '잡색놀음의 날' 등 날마다 주제를 정해 그날에 부합하는 공연을 유기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안동권발전연구소는 설명했다.
다듬고 키워야 할 탈춤축제
안동국제탈춤축제는 이런저런 문제의 노출에도 불구하고 북부지방에서는 유일한 국제규모의 축제이다.
또한 아직까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그리 크지 않고, 행사준비나 진행상의 미숙함도 많지만, 3회 대회를 거치면서 이제는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축제의 목적은 아무래도 많은 관광객을 견인하고 그래서 그들이 이 지역에 하루라도 더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 그 결과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데 있을 것이다.
축제의 문제는 이미 다양하게 또한 심도있게 노출됐고, 그렇다면 관건은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하느냐 하는 점이다.
내년에도 이같은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성공적인 축제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노출된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와 아울러 해마다 개선해 나가는 것은 관광객의 일시적인 증가보다도 훨씬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아직은 국제탈춤축제의 성공과 실패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세살박이 어린아이를 두고 장래성을 점치고, 3년살이의 결과로 모든 것을 속단하는 것은 너무 성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축제를 다듬고 키우려는 애정이 더욱 필요할 때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