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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열어가는 안동의 젊은이(글/박명옥)

지역네트워크의 선두주자

안동넷 이상훈씨

'○○ PC방', '○○넷'…. 이제는 길을 걸어가면서 이런 PC방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터넷PC방. 팬티엄급 컴퓨터를 이용해 옛날(?)처럼 문서작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검색을 위해 인터넷도 항해할 수 있는, 신종'방'이다. 그러나, 지난 겨울까지만 해도 PC방은 우리지역의 시가지 중심가나 대학가에서도 간간히 눈에 띄었을 뿐이다. 그랬는데, 불과 몇 달새 속속 생겨나더니 이제는 어딜가나 없는 곳이 없다.
그러나 PC방은커녕, 인터넷이라는 용어조차도 생소하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때에 어느곳보다도 불모지였던 안동에서 정보분야를 개척해온 사람이 있다. 바로 이상훈씨(38). 지역정보망 '안동넷'을 구축해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안동넷 사무실은 사범대학 건물 뒤편으로 자리한 구학군단 건물안에 있었다. 지난 겨울에 우연히 방문한 '안동넷'은 광석동 농협 맞은편에 있었는데, 그 사이 안동대학교 창업보육센터로 이전했다. 아직 산학협력관이 공사중이라 임시공간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컴퓨터 2대와 캐비넷, 책장, 4인용 소파와 작은 테이블, 냉장고. 작은 동아리방 규모의 '안동넷' 사무실에는 이 정도의 살림도구가 놓여있었다. 좁은 사무실에 오밀조밀 놓인 살림은 단촐했지만 '안동넷'이기에 가능한 규모(?)였다. 몇가지 더 갖춰두면 좋은 기기들이야 있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여기서 더 많은 무엇이 필요해뵈지도 않는다.
들어가 이상훈씨와 인사를 나누자마자 그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홈페이지 제작에 대한 문의인 듯 한참 통화가 이어진다. 업무시간에 찾아온 것을 송구해하자 되려 그가 미안해하며 휴대폰을 껐다.(그러나, 필자의 짐작대로 잠시 후에는 아예 사무실 전화로 그를 찾는 호출이 왔다) 아무튼, 업무가 바쁜 것은 좋은 일이겠기에 흐믓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사무실을 이전한 사실이야 이미 다 알고 왔지만 '창업보육센터'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창업보육센터는 안동대학내에 있는 중소기업청 지원의 산학협력기구로 '기술은 있으나 자본은 없는' 지역의 중소규모 업체를 대상으로 공간과 시설, 자본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공간과 인터넷 환경을 필요로 했던 안동넷은 지원을 신청했고,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지난 5월 입주했다. 임시건물이라 아직까지 전용선도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내년 1월에 산학협력관이 완공되어 사무실을 옮기면 전용선이 깔린 상태에서 기술지원도 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하니 호기를 잘 잡은 셈이다. 이런 것을 두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는 정작 컴퓨터 분야를 전공하지는 않았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그는 조경관련 직장에서 10년을 일해오며 그 중의 5년을 서울에서 생활했다. 안동민속박물관의 야외조경이나 소백산 휴양림도 그가 손댄 작업이었다니 그의 조경분야 활동이 그리 소극적이거나 미미하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지역정보사업을 시작한 것은 순전히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조경과 다른 분야의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조경일을 하면서 계속적으로 생각했던 것이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인터넷 관련분야중 여러 가지를 생각해보다 2년전부터 매달린 일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지역 네트워크."
그렇다면, 전공도 아닌 정보분야의 지식을 그는 어떻게 습득했을까? 배움의 계기가 따로이 있었을거라는 필자의 짐작은 그러나 짐작일 따름이었다. 그는 혼자 공부했다. 전 직장에 있으면서부터 7,8년째 공부해왔고, 서울에서 안동으로 옮겨온 후에는 아예 직장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를 끼고 살았다. 하나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지식기반을 그는 그렇게 스스로 쌓아온 것이다.
안동넷은 그렇게 공부해오면서 2년전부터 준비해왔다고 한다.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면서 사업성도 생각하고, 인터넷분야로 이것저것 고려해본 후 내린 결론이 '안동넷'이었다. 정보관련 사업은 자금이 있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바로 시작했다. 지난 1월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 안동에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자체가 잡혀있지 않았다. 지면으로 해오거나 TV, 라디오 매체를 통해 하던 광고와 성격이 다른 홈페이지를 사람들은 쉽게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 인지도가 낮은 안동에서 지역 업주들을 상대로 발로 뛰며 홍보를 하러다니고, 홈페이지 제작을 권했던 이상훈씨는 매번 이런 대답만 들어야 했다. "괜찮은 것 같은데 , 우리는 다음에 하겠습니다."
그러나 안동의 사업주들 사이에서는 이제 홍보를 위한 홈페이지 제작 바람이 불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안동넷의 일도 많아졌다. 초고속 전용선을 비롯한 환경이 구축된 서울쪽에서는 이미 활성화 단계로 접어들었으나 안동은 아직 열악한 상태다. 기반여건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업주들이 홈페이지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많은 네티즌들이 안동넷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단계라는 게 그의 평가다.
인터넷 정보검색서비스 <심마니>에서 '안동넷'을 찾아보면 '경북 안동의 지역정보사이트로 관광안내와 특산물소개와 판매, 알뜰시장, 구인구직정보, 쇼핑몰과 지역업체 소개'라는 설명이 뜬다(?). 그와 더불어 안동넷은 지역업체의 홈페이지 제작 및 웹호스팅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안동넷 회원은 9백명 남짓.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20대로 청소년들이나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 30대후반부터 40대까지의 TV세대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다. 그렇지만 그는 내년 하반기에는 웹 TV 개발로 중장년층 회원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안동넷은 지난 2월부터 동호회 개설을 허용해 '주당회'를 비롯한 6개 동호회가 생겨났는데 동호회별로 10~2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동호회 개설과 관련한 네트워크 이용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 동문·동호회 개설을 최대한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지역에 바탕하는 네트워크로 당연한 처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안동넷은 지역 네크워크라는 이유로, 그리고 선두주자라는 이유로 여러 가지 기여를 해오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도청유치주민연합처럼 지역사회의 이익에 바탕하는 단체의 경우 무료로 홈페이지 제작을 해준다거나 홈페이지를 제작하고도 운영해나가지 못하는 업주를 위해서 홈페이지 유지관리도 기꺼이 해주고 있는 것이다.
안동넷은 현재 접속건수 7만회를 넘어설 정도로 호응도가 높다. 아직 시작한지 오래지 않고 순전히 이상훈씨와 직원 권순영(24)씨 둘만이 꾸려온 사업이라 정보가 부족한 면이 있지만 이용자들도 그닥 큰 불만은 없다고 한다. 아직은 지켜보는 단계이기 때문임을 이상훈씨 자신도 알고 있다.
그러나, 지켜보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안동넷을 발견하거나 소문을 듣고 한번 찾아와본 사람은 다들 놀란단다. 그저 지나다 '어느 정도겠지' 짐작하고 들어와보는 정돈데 실제로 안동넷은 기대 이상으로 잘 꾸려져있기 때문이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알지 못하던 지역 네트워크가 단기간에 이만큼 발전해온 것에 더욱 놀라는 것일 게다. 이상훈씨의 말을 빌자면, 타지역의 경우에도 독자적으로 자생한 지역 네트워크가 있지만 안동넷 정도로까지는 아직 드물단다. 7월부터 불기 시작한 홈페이지 바람이 여전한 지금 현재 그는 지역 토탈 사이트까지 구상하고 있다.
지역정보 네트워크를 처음 시도한 개척자로서 그는 "(정보화에서) 개인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잘만 하면 시민들의 교육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인터넷PC방들이 게임방으로 전락해가는 것도 그는 안타깝다. 북부신문에 '왜 인터넷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한 적이 있는 그가 인터넷 분야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소책자를 1천부나 만들어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어디다 어떻게 쓸 지 계획하고 만든 것은 아니나 시민들을 대상으로 배포할 것 같단다. 안동넷을 구축한 사람으로 안동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도 그의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새로운 것이 계속 쏟아져나오고 변화주기가 예견되는 만큼 긴장감은 어쩔 수 없어요. 변화해가는 정보사업에서 계속적인 도전을 받게 될 거고 계속 공부해 나가야죠. 그리고, '희망'이 있어요. 지금은 어렵지만."
이 일에 매달리는 한 계속 움직여야 함을 그는 잘 알고 있었고, 또 계속 움직여갈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바로 이상훈씨 자신이었다. 희망! 그가 새로운 일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용기와 인내도 바로 그 희망에서 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상기시켜준다. '좋아서 하는 일'임을. 좋아서 하는 일에서는 스트레스도 적게 받는다며 그는 웃는다.
스스로 안동사람이지만 안동에서 인터넷 관련사업을 시작하면서 힘들었던 점을 꼽아보라고 하자 안동사람은 무뚝뚝한 성격에,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점과 안동의 인구가 18만 정도라는 점을 꼽고 정보산업에는 열악한 도시가 '틀림없다'고 한다. 다행인 것은 학생들이 많고 상권이 몰려있다는 점. 그런 안동에서 그는 떠날 생각이 없다. 계속 이 사업을 이끌어갈 생각이다. '하고싶어서 하는 일, 가는데까지 가보겠다'는 그의 결심은 더 이상 무모하지 않다.
지역넷을 표방하는 안동넷을 이끌어온 그는 인터넷 시장이 열리면 안동넷이 지역민을 위해 좌표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제일 먼저 시작한 사람, 안동넷의 이상훈씨는 그래서 좌표가 될 수 있으리라. 위험요소를 안고 맨처음 시작한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21세기 시민사회를 열어가는

YMCA 박장동씨

사무실을 이전한 관계로 어렵게 찾아간 YMCA 건물은 옥동의 끄트머리 어느 산기슭 아래 있었다. 인터뷰 약속을 하면서 미리 위치를 물었지만 도무지 건물이 있는지 없는지 가늠해보지도 못한채 무작정 걸어내려가본 후에야, 산에 가려지면 그 높은 4층 건물도 안 보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1층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간 오전 10시께는 두 사람의 남자직원만이 있었다. 차를 마시며 잠시 기다리는 동안 오늘 만날 주인공 박장동씨가 들어왔다. 말쑥해보이는 차림새이고 이미지다. 말쑥해보인다는 이미지는 그저 양복을 걸친 옷차림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그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러했다는 말이다. 조금은 헐렁해보이는 양복이 편안해보이면서도 단정했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얼굴표정이 차분해보였다. 그가 잘 웃지 않아 좀 긴장되기도 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내 익숙해졌다.
박장동씨는 안동 YMCA 총무간사다. 총무라는 직함대로 모든 일을 맡아봐야하는 자리에서 그는 전반적인 사업을 총괄하며 잘 이끌어왔다는 평을 들어왔다.
그는 89년부터 YMCA 활동을 시작했다. 11년째 YMCA에서 일해온 그가 처음 발딛은 곳은 포항 YMCA. 군부정권하의 80년대를 살면서 삶에 대해 고민했던 그는 청년회모임을 통해 사회운동, 시민운동쪽 일을 시작했다. 청년회활동을 하며 가졌던 그의 고민은 80년대로 봐서는 본질적, 현실적인 문제들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에는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졸업과 더불어 대기업 입사시험도 치르고 취업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쪽과 연결되었다. 신앙적인 연루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그렇게 그는 신앙적인 바탕, 사회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그 자신의 판단에서 YMCA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YMCA 활동을 시작한 포항에서 5년간 몸담으면서 실무자 훈련을 받았다. 지역 YMCA의 책임자로 일하기 위해서는 먼저 YMCA기구와 운영전반에 관한 일들을 4, 5년간 파악하는 것이 순서였던가 보다. 전국의 50여개 지역 YMCA는 훈련받은 실무중심자가 없어 운영이 어려운 곳이 많았는데 안동 YMCA도 열악한 곳에 속했다. 당시 안동 YMCA는 실무체계인 교사들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포항에서 5년간 실무자 훈련을 받은 그는 운영이 어려운 지역 중 안동으로 발령받았다. 이것이 박장동씨가 안동에 살게 된 계기다.
세세하게 얘기하진 않았지만 생활공간을 옮기고 책임자로 일을 시작한 후 그는 인간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5년 정도가 지나면서 틀이 잡혀져가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기반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겪은 어려움은 YMCA의 구조로 볼 때 지도부나 실무체계의 임원들보다도 몸소겪은 책임자인 박장동씨만이 알 것이었다.
과거와 비교해서 달라진 변화나 발전이 있는가고 묻자 그는 지금도 힘들고 어려우나 이제는 조직구성이 정상적인 체제로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실무자로 일해온 박장동 간사의 역할이 적지 않았겠구나는 반응에도 그는, 실무자와 유지지도자간의 공영체제에서 역할파트가 있고, 이제는 활동기반에 완충조건이 갖춰지고 있기 때문이지 자신이 잘 해서는 아니라고 겸손히 대답한다. 그러나 그 자신의 개인적인 노력을 어찌 묵과할 수 있을까. 그가 안동대학 행정경영대학원에서 지역정책학을 공부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한 부분일텐데 말이다. 그 과정에서 그가 공부하는 내용은 지방자치 실현에 시민단체의 대안제시와 역할 규명에 관한 것이다.
세간에 흔히 알려져있듯 YMCA는 시민운동, 청소년건전육성사업을 벌여오고 있으며 소비자보호, 환경사업 등의 연대사업도 벌여오고 있다. 우선 YMCA는 시민운동쪽으로 NGO(비정부민간단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희망이 없는 현실의 정치력에 국민들은 신선한 느낌, 동의자가 많은 상태의 제도적 힘을 바라며, 그래서 시민의 힘이 좌우할 수 있는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한데, 박간사는 YMCA가 정치력의 견제역할을 앞으로도 해나갈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나 98년도 안동시의회 의정활동을 평가한 후 반발을 사기도 한 것을 보면 시민단체의 활동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 분위기였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인정하는 분위기가 돼가고 있단다. 인정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를 주동할 수도 있다고.
YMCA를 시민운동보다는 청소년관련사업으로 더 많이 인식하고 있다고 하자(이 점은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박간사는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어 국가정책에서 늘 밀리는 세대이므로, 청소년관련사업도 시민단체인 YMCA의 주요분야라고 설명한다. 안동에도 청소년들은 많으나 청소년 제도는 미비한 실정이라며 4만 5천 청소년들을 행정적으로 시청의 주사 한 사람이 맡아보는 실정을 지적했다. 청소년들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이며 정책의 대안제시를 통해 청소년 운동, 나아가 문화운동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매달 한 번 발행되는 청소년 신문과 가요제, 녹색탐험캠프, 어울마당, 송년음악축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기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YMCA가 안동교회앞에서 이곳으로 옮겨온 것에는 재정문제도 있었지만 유아교육을 위한 장소로 이곳이 더 적합하리라는 고려도 있었다. 청소년전문간사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박장동 총무간사가 하는 일은 아이들 태우러 다니고, 간사들 월급주고 하는 살림살이와 관계되는 것들이란다.
그러나 실질적인 박장동 간사의 역할은 시민운동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기획집행하는 것이다. 그는 한가지 예로 곧 발족할 예정인 새교육공동체를 이야기했는데 교육청이나 학교가 아닌 전교조와 시민단체 등이 노력해 바람직한 교육발전을 꾀하자는 의미에서 결성하려는 협의체라고 한다. 그리고 YMCA의 사업전반에서 자발적인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데, 현재 자원봉사센터에는 중도에 탈락하지 않고 활동해온 책임자가 현재 40명으로 꾸준히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본향도 아닌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어려운 점을 묻자 그는 좀 망설이다가 개인적인, 그러나 객관적인 자세로 대답한다.
"안동분들은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반면에, 또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안동 사람들이지요. 안동에는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 변화를 요구하고 필요성에 의해 참여하는 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러나 외지인들의 요구와 참여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요. 실제로 변하려면 안동사람들이 변해야 합니다."
안동사람들의 이러한 보수성은 시민운동의 조건으로는 열악한 것이다. 시민단체에 힘이 실리지 않는 상태가 유지되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자발적 의식과 시민성 사이의 거리가 유지될 수밖에 없고,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시민운동은 잠재될 것이 뻔하다고 그는 말한다.
"관습과 기존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21세기는 생각의 틀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 아닙니까? 시의회가 결성되는 지방자치시대에 시민들의 자발성이나 의식은 제도적인 면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시기에 주민들에게는 자발성의 훈련이 필요합니다. "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지방자치를 만들어가야 하는데 아직도 우리의 선거문화는 뽑고 난 후의 감시·감독하는 책임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보수적이고, 변화에 둔감하고, 그래서 조금은 정체되어 있는 안동사람들에게 그는 시민단체에 가입하거나 혹은 후원회원만이라도 되어보기를 권한다. 내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작은 지원에서부터 시민성의 자발성이 담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성을 가지고 참여해 지역자치, 주민자치를 실현하도록 하는 역할자가 YMCA라고, 그 자신도 그 역할자임을 자처한다.
보수적이고 시민운동에 열악한 조건을 지닌 안동은, 그가 한사람의 시민으로 5년동안 몸담고 살아온 곳이다. 그는 한국 YMCA에 전국 인사권이 있으므로 옮겨갈 가능성도 내비췄다. 그리고 옮겨가게 된다면 그 지역 역시 시민운동이 척박한 곳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고보면 아직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가 몸담아 온 안동에서는 이제 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활동이나 역할에 대한 필요성이 차츰 인식되고 있다. 시민사회의 필요성에 대한 인정이 그에 앞서고 그를 바탕으로 찾는 이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사무실을 나서 옥동의 비탈진 길을 오르는데, 안동 YMCA 총무간사 한 분을 만나고 가는 길이 아니라 시민단체 한 곳을 알고 가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그는 우리사회에서, 특히 우리지역에서 요구되어지는 시민운동에 몸담고 그 한 길에서 묵묵히 걸어온 사람이었다. 그를 생각하며 깨닫는다. 원고를 손대기까지 내내 무겁던 마음은 지방자치시대를 살면서 하나의 시민권, 당연히 주어지는 의무에 무감했던 스스로에 대한 일종의 자격지심이 아니었을까.

앞서 만나본 안동넷 이상훈씨와 박장동 간사를 두고 생각하건데, 지식의 측면에서, 그리고 제도적 측면에서 우리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은 지식정보화 사회, 그리고 시민사회일 것이다. 그리고 안동또한 그 큰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두 사람은 그 두 가지 사회를 알고 있었고 미래를 준비하며 자신의 영역에서 일을 해왔다. 인터넷 바람이 불기 전에 지금을 내다보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이상훈씨, 그리고 군부독재와 중앙집권정부의 시대를 지나 지방자치를 열어가며 그안의 시민운동을 발로 뛰며 꾸려온 박장동 간사. 두 사람은 모두 보수적이고 정체된 안동에서 무형의 질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왔다. 두 사람이 보여주었듯 새로운 것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야말로 21세기를 살아가면서 가장 필요한 삶의 덕목이 아닐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