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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레모음곡 백조의 호수(글/권정옥)

모스크바에서 처음 느끼는 것은 무뚝뚝하고 냉정하고 거만한 표정의 사람들과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10-14차선의 넓은 도로, 가는 곳곳마다 세워져 있는 영웅들의 동상, 거대하고 위엄있고 오래된 건물들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접하게 되면 처음에는 무척이나 완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되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보면 그곳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따뜻하고 유쾌하며 정서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에 놀라게 된다. 특히나 발레, 오페라 공연장 또는 연주회장에서 "브라보"를 외치며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그들을 대할 때면 더욱 그러하다.
내가 알고 지내던 러시아 사람들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겉으로 보여지는 냉담하고 무뚝뚝한 표정(외국인에 대한)은 나폴레옹이나 히틀러의 침공을 받았던 역사적인 상처와 거의 6개월동안이나 끊임없이 내리는 눈과 늘 구름이 끼어 있는 날씨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러시아 음악사의 두 악파
러시아 음악사를 살펴보면 19세기 후반 러시아의 정치, 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한쪽은 슬라브인의 이상화된 과거의 상을 사랑하는 보수적인 [슬라브주의자]들이고 다른 한쪽은 산업의 발달, 서구의 사상이나 이상에 동조하는 [서구주의자]들이다. 음악 역시 국민주의적 성격을 띤 작곡가들은 [슬라브주의자]들은 페테르스브르크를 중심으로 북쪽에서 활동하였으며 [서구주의자]들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슬라브주의자]들은 발라키레프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 5인조(림스키 코르사코프, 쿠이, 모로딘, 무소르그스키, 발라키레프)로 러시아 민요를 연구하고. 민요의 선율에 바탕을 둔 음악을 발달시켜 국민주의 음악으로 불리워지게 되었으며 이들은 차차 동방세계의 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서구주의자]들은 안톤 루빈스타인과 니콜라이 루빈스타인 형제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최초의 음악학교인 모스크바 음악원을 설립하였으며 그들의 제자인 표트르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 스크리아빈에 의하여 서구주의 음악이 발전되어 나갔다.
이 두 악파들은 얼핏 보기에는 서로 다른 음악관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그들의 음악을 분석해보면 결국은 모두가 러시아적이면서도 국제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러시아 음악의 특징은 장대하고 음울한 것 같으면서도 아름답고 열정적인 면이 내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차이콥스키의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곡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차이콥스키의 발레 모음곡 <백조의 호수>이다. 차이콥스키는 1840년 보친크스 태생으로 음악적인 가정에서 자라지는 않았지만 어린시절부터 음악을 매우 좋아하고 음에 대하여 상당히 민감하였다. 부친의 뜻에 따라 법률공부를 하고 법무성에 취직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가 없어서 페테르브르크 음악원에 입학하여 본격적인 음악수업을 시작했다. 그후 그는 모스크바 음악원의 교수로 12년동안 재직하면서 작곡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는 부인 안토니아와 심한 성격차이로 이혼한 뒤 교직을 떠나게 된다. 그후 음악을 사랑하던 폰 메크 부인과, 러시아 황제로부터 후원금을 받으면서 스위스, 이탈리아, 영국 등지에서 작곡가와 지휘자로 활동하게 된다. 콜레라에 걸려 53세를 일기로 죽기까지 그는 많은 교향곡, 실내악곡, 협주곡, 모음곡을 남겼다.
발레모음곡인 <백조의 호수>는 그가 남긴 세편의 발레모음곡 중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곡이다. 처음 이 곡은 1871년 그의 누이 알렉산드르의 아이들을 위해 작곡한 것으로 규모가 작은 것이었으나, 1875년 볼쇼이 극장 지배인 베기세프로부터 발레음악을 위촉받자 독일의 전설 <백조의 호수>를 줄거리로 다시 손질하여 오늘날 4막 36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서주부는 b단조 4/4박자로 느리고 구슬픈 곡이 오보에의 독주로 시작되고 이 주제는 <백조의 주제>로서 첼로와 바이올린이 이어 받아 점차 곡이 고조된다.
제 1막(1~8곡)에서 지크프리트 왕자의 성인식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축하하며 춤을 추게 된다. 이때 왕비가 나타나 아들에게 약혼자를 정할 것을 권한다.
제 2막(9~18곡)에서는 지크프리트 왕자앞에 왕녀 오데트가 백조의 모습으로 나타나 자신들이 마녀 로트바르트에게 유괴당하여 낮에는 백조의 모습으로 변하게 되는 것을 이야기하자 부엉이의 모습으로 변신한 로트바르트가 방해한다. 지크프리트 왕자는 오데트 왕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이것은 바이올린 독주로 13곡에서 연주된다.
제 3막(19~31곡)에서 왕비는 왕자의 약혼 후보자로 여섯 사람의 왕녀를 소개한다. 그러나 지크프리트 왕자는 오데트 왕녀만을 기다릴 뿐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 때에 빛깔만 검을 뿐 오데트 왕녀의 모습을 한 로트바르트의 딸 오디르가 나타나자 지크프리트는 오데트 왕녀로 착각을 하고 오디르를 약혼자로 할 것을 왕비에게 이야기한다.
제 4막(32~36곡)은 자기의 잘못을 깨달은 지크프리트 왕자가 오데트를 찾아온다. 슬픔에 잠긴 두 사람이 호수에 몸을 던지자 두 사람의 애정이 로트바르트의 마력을 극복하여 오데트는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 때 음악은 a단조로 오보에가 <백조의 주제>를 연주하고 다시 b장조로서 <백조의 주제>가 힘차게 연주되다가 조용히 사라지듯이 끝나게 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