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를 꿈꾼다(글/정순임)

고교입시제도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1980년 평준화 실시와 1989년 평준화 해제와 선발제 부활, 그리고 2003년 현재 다시 평준화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고 있다 『안동』지에서는 1990년 겨울호(12호)에 평준화 해제이후 선발제 부활에 따르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이미 다룬 바 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흘러 다시 평준화에 논의가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갈팡질팡하는 고교입시정책의 좀 더 발전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바라며 이번호에는 평준화에 찬성하는 쪽 의견을 실었다. 반대하는 쪽 의견도 원고를 받는대로 실을 예정이다. 아래의 의견은 본지와 관계없음을 밝힌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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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딸 고등학교 가기 전에 평준화 해야 되는데. 걱정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공부 못하는 딸래미 둔 엄마들이 그런 이야기 하지? " 농담삼아  찌르는 사람들이 있다. 딸래미가 별반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그건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학교 성적에 따라 어느 고등학교에 갈 것인지가 두부모 자르듯 결정 지워진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이니, 적성교육이니 하는 얘기가 무슨 소용이 있다는 말인가? 중학교에서는 일류 고등학교 교복을 입기 위해 밤 늦도록 학원으로 내 몰려야 하고, 그렇게 일류 고등학교에 가서는 내신 성적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는 게 우리 지역의 현실이다. 지난 해 모 고등학교에서 시험지를 몰래 훔쳐 본 사건이 터졌다. 해당 아이는 시골 학교로 전학을 가고, 그 문제는 쉬- 쉬 덮어졌지만 가슴이 답답하다.

일류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그렇게 되기 위해선 시험을 잘 쳐야 한다는 공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아이는 평소 교실로 가기 위해 가지고 있던 열쇠가 기막힌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교무실로 들어가 학교에 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시험지를 집어 나와 그다지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친구와 함께 보았고, 갑자기 성적이 오른 그 친구로 인해 사건은 들통이 났다는게 내가 아는 사건의 전말이다. 어쩌면 그 아이는 자신이 당한 대우가 부당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공부만 잘하면 된다고 내 몰아놓고서, 그것 이외에 아무런 작정도 없는 아이에게 어느 날 도덕의 잣대를 휘둘렀으니 혼란스러울 것이다. 도대체 누가 그 아이의 인생을 책임 질 수 있다는 말인가?

<<<학교등급으로 아이들이 고통받지 않기를…>>>

몇년 전 상담을 하면서 만난 아이가 생각난다. "내신 성적 등급 맞춰 줄려고 학교 다닐 일 있어요?" 중학교 2학년 때 집을 나가 친구들과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다가 엄마에게 끌려 온 아이가 "그래도 학교는 다녀야지." 하는 내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던 말이다.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현실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아이들에게 구태한 방식은 더 이상 도덕도, 목표도 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7일 대구, 경북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지방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해야 하고, 이를 위해 지방 중소도시에서의 고교 평준화 실시 여부는 자율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웃기는 일이다. 민주당의 대선 공약에 어긋나고 자신이 보여준 대외적 이미지에도 위배되는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것이 정치라 하더라도, 교육은 더 이상 정권유지의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일부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해 대다수 아이들을 들러리로 세워서는 더더욱 안 된다.

 

지금도 여전히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평준화에 대한 요구는 계속되고 있다. 전남 지역에서 평준화 실시가 예정되었고, 김해, 포항, 안동 등 많은 지역에서 평준화를 요구하는 시민대책위원회들이 꾸려져 활동하고 있다. 그 분들께 이자리를 빌어 감사와 신뢰를 전한다. 나는 내 아이가 세상을 공정하고 아름답게 보기를 원한다. 모든 아이들이 성적으로, 일류와 이류라는 학교 등급으로 고통받지 않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고교 평준화는 꼭 이루어져야 하고, 뜻있는 모든 사람이 한 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믿는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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