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의 길 찾아야 할 안동의 전통문화(글/류선경)
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규모가 커지고 국내는 물론 세계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양반의 고장 안동이 하회별신굿탈놀이로 대표되는 민촌의 고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제탈춤페스티벌에 대한 기대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반면에 안동의 양반문화가 안동민속촌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면 이에 대응하는 노력도 해야할 것이다. 서로 배척할 수 없는 엄연한 전통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6대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기반으로 출발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3회째인 올 축제에는 해외 6개국 8개 단체와 국내 14개 단체가 참가했다. 특히 해외 참가국 중에는 일본과 대만, 중국,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는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에서도 참여해 국제적인 축제의 외양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 문화관광부 집중육성 6대 축제로 선정되어 앞으로의 성장가능성도 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게다가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국제적인 축제와 견줄만한 내용으로 가꾸기 위한 관계자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관계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만큼 애딘버러나 아비뇽, 뮌헨축제를 부러워할 것만은 아니라는 기대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문화관광에 대한 주민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고, 동시에 이같은 문화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려보려는 지역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가는 듯해 고맙고 뿌듯한 느낌도 크다고 할 것이다.
안동사람, 안동양반
안동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안동에서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먼저 따고 들어가는 점수가 있다고 한다. 혼사가 오가는 자리나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안동사람'하면 대개 양반을 떠올리고, 점잖고 예의 바르리라는 기대가 적절히 섞이면서 후한 점수를 얻는다고 한다. 가뜩이나 양반의 체통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혼사나 인사자리에서 이같은 대접을 받는다면 그 우쭐함은 더할 수 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양반들은 소위 민촌의 놀음인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양반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 같아 불만이 많고 민촌놀음의 모임인 국제탈춤페스티벌이 더욱 짜증나는보다. 탈춤축제의 규모가 커지고 국내는 물론 세계의 관심이 높아질수록 양반의 고장 안동이 하회별신굿탈놀이로 대표되는 민촌으로 변하는 게 아니냐는 염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은연중 '안동양반'으로 상징되는 안동이 안동민속촌으로 변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개중의 일부는 이미 안동은 민속촌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그렇게 보면 딴은 그럴 법도 하다.
안동은 전통과 문화가 살아숨쉬는 고장이요, 실제로 인물과 문화재의 수로 봐서도 국내에서는 견줄만한 지역이 없다. 조선인물의 반이 영남에서 나고 영남인물의 반이 안동에서 났다는 얘기가 있듯이 안동이 배출한 소위 명망가와 투사, 선비는 셀 수 없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안동에 산재한 문화재역시 지정문화재만도 2백50여점으로 경주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고, 비지정문화재까지 합하면 전국에서 비견할 곳이 없다.
가문의 명예와 가문이 소장한 문화재를 안동양반의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들이 민촌의 놀음인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여러 탈춤들을 모아 축제를 여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법도 하다.
안동의 양반정신을 잇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안동인들은 선조들이 가꾸어온 정신을 이어가고, 그 정신을 현대에 되살리는 일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간다. 봉제사와 접빈객의 미덕이 아직도 살아있고, 그 전통의 실현여부가 가문의 체통과 자존심을 대변한다.
그러나 모든 안동인이 다 그럴까? 안동에서 얼마나 많은 유학자가 배출됐으며, 문화재나 서책은 또 얼마나 되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안동양반이 탄생된 토양과 안동양반의 실체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관심은 또 얼마나 있을까? 실제로 양반가문을 자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도 지체와 학식을 내세우며 문중자랑만 하고 별신굿탈놀이에 대한 비판만 할 줄 안다는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가문의 족보를 보물인양 챙기고 재실을 중수하며, 문집을 간행하는 것만이 안동양반의 모습일까? 허상의 양반에게서 양반의 허상을 배우고 익힌 어린 세대들은 과연 무엇을 습득하고 이어갈까? 30년, 50년이 지난 후에도 안동의 양반문화가 지금처럼 여전히 존재할 수 있을까?
'안동양반'이 '안동민속촌'으로 변절될 수 있다는 우려는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충효비 건립
안동에 충효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일송 김동삼 선생과 정부인 장씨, 두분의 충효비 건립을 두고 세간에 말들이 많다. 이들의 업적을 기려 당연히 세워야 한다고 역설하는 인사들이 있고,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삼갔던 조상의 뜻을 어기는 것이라며 저어하는 인사들도 있다.
세간의 여론은 분분하지만 충효비 건립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러다보니 너무 내세우지 말자는 당초의 논란은 간데가 없고 이제는 남의 조상 충효비가 서면 내 조상도 서야 한다는 새로운 논란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안동의 인물이 한둘이 아닐진데 후손들이 너도나도 충효비 건립에 나서게 되면 안동은 충효비의 도시가 되지 않을까하는 웃지못할 염려도 나온다.
그런데 곰곰히 따지고 보면 실제로 안동에는 인물을 기리는 비가 전혀 없다. 심지어 퇴계 이황선생의 비조차도 안동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다. 후손들이 자신의 몸을 항상 낮췄던 퇴계선생의 뜻을 받들어 그렇다고 한다.
조상을 내세우지 않으려는 겸손의 뜻이라는 것이 후손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의 이면에서는 어쩌면 후손들간의 경쟁심리가 비건립을 막지는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역으로 드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워낙 말많은 안동이 아닌가? 추모비가 지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계승하자는 목적으로 추진된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 적절히 합의될 수 있지도 않을까?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말만 줄인다면 말이다.
안동의 정신문화 되살리는 방안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은 일부 비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리라는 것이 대다수 주민의 생각일 것이다. 이같은 축제가 필요하다는 것또한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동의 상징이 안동양반에서 안동민속촌으로 변질될 우려가 상존한다면 마땅히 이에 대응하는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안동대 동양철학과에서는 안동의 양반문화를 중심으로 한 세미나 등을 준비하며 안동의 양반정신을 되새겨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안동시도 영주시에 선두를 내주기는 했지만 뒤늦게나마 안동양반과 선비를 주제로 한 캐릭터를 개발해 상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들로 구성된 문화지킴이들은 매월 마지막 토요일마다 지역문화재를 순회하며 청소도 하고 문화재를 배우며 문화재에 대한 이해를 돕고 보존하자는 시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동양반, 안동민속촌에 대한 여러가지 걱정이 무성한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들이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문화는 그 문화를 알고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이 그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할 때 활짝 피어날 수 있다.
안동양반과 안동민속촌은 말 그대로 당대의 문화이며, 서로 배척할 수 없는 엄연한 전통문화일 터이다. 배척이 아닌 공존의 길을 찾는 것이 문화주체들의 소명이며 아울러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을 모두 이해하려는 노력은 주체는 물론 객체 모두의 몫일 것이다.
말이 많은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것이 건강한 토론이라면 더 좋고 설령 토론이 아닌 비난 일변도라 하더라도 괜찮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난 일변도라 하더라도 상대의 진실을 알게 된다면 그 시점에서는 상대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닌 것이 다시 아닐때는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안동에는 아닌 것은 무조건 아니라는 왜곡된 대쪽정신이 너무 강하지 않나 싶다. 편견일수도 있는 그런 왜곡은 안동의 힘을 갈수록 약화시킬 뿐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