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삼년상(三年喪)인가?(글/정진영)

 '아이고, 아이고!' 왜, 곡을 하는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하고 보는 상장례는 유교적인 것이고, 그것의 한 전형적인 특징은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다. 곡(哭)은 슬픔의 가장 상징적인 표현이다.
곡은 그냥 슬퍼서 우는 것과는 좀 다른 일정한 형식을 가진다. 생각컨대 곡이란 너무 슬퍼해서 난잡해지거나, 한바탕의 울음으로 슬픔을 다해 버리는 것을 적절하게 통제하여 일정기간 동안 지속될 수 있게 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슬픔과 관계없는 형식적인 것이 되기도 하고, 지루하지 않게 그 자체로서 고저장단을 가지기도 한다. 곡은 상주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조문객도 당연히 해야 한다. 그러나 상주와 조문객의 곡은 다르다.
아무튼 전통적인 상례에서 곡이란 필수적이고, 또 그것은 끊어져서도 안 된다. 그래서 조선시대 양반가문에서는 곡비(哭婢)라는 곡을 하는 여자 종을 두고 곡이 끊이지 않게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같은 형식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옛날과 같이 곡하는 전문가를 둘 수도 없고, 계속해서 곡을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상주가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 않더라도 도시의 주거환경이 곡을 최소화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그러면, 왜 곡을 하는가?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 왜 슬픈가? 너무 어처구니없는 질문인가.
내세를 인정하지 않는 유교에 있어서 죽음이란 존재로서의 끝을 의미한다. 부모의 죽음! 자식으로서는 이보다 더 큰 슬픔이 없다. 그래서 거친 옷을 입고, 음식을 멀리하고, 곡을 하는 것이리라.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서 상복에는 가슴과 등에 눈물받이(衰)와 부판(負版)을 달아 흐르는 눈물을 받고 슬픔을 등에 짊어진다. 먹지 못하고 애통하기를 지극히 하다보니 허약해진 신체를 작지인 상장(喪杖)에 의지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 높이 또한 심장부분까지이니 상주는 죄인이라서 고개를 들 수 없기 때문이다. 유교에서의 죽음이란 이렇듯 슬픈 것이고, 곡이란 슬픔을 표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죽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주검을 마무리하는 절차와 의례가 크게 달라진다. 언제나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항상 슬픈 것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시대에 따라, 종교에 따라서는 달리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시 인류들이 죽음을 슬퍼했을까?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계절이 바뀌는 것처럼 그저 자연스런 현상으로 인식했을지도 모른다. '돌아갔다'는 표현은 원시사회이래 죽음에 대한 우리들의 원초적인 생각일 지도 모른다. 더욱이 이 세상을 고난과 고통이 가득찬 것으로, 그리고 죽어서 영생을 얻어 천당이나 극락에 간다고 생각한다면, 이별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그리 슬퍼만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장례의 변천사
유교에서는 죽음이 슬픈 것이니, 장례또한 슬프고 엄숙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장례가 항상 유교식으로 엄숙하고 슬프게만 치러졌던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음주와 가무가 함께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북을 치고 춤추며 노래 부르는 가운데 주검을 묘지로 운반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고구려의 경우만이 아니었다. 김유신의 장례에는 군악대의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화랑 관창의 장례에는 가면을 만들어 쓰고 칼춤을 추어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했다고 한다. 이것은 물론 중국 사람의 관점에서 본 것이거나 특별한 경우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일반적인 행위와 그다지 동떨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불교가 전래되면서부터는 화장또한 일반화 되고 있다. 화장은 그 자체로서 끝나기도 하지만, 매장이 뒤따르기도 한다. 귀족층에서는 매장을 했을 터이지만, 일반 서민들의 경우는 그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선 초기에는 다양한 형태의 상장례가 행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유학자들은 화장이 풍속과 인륜을 해침이 심하다고 걱정하기도 하였고, 상가(喪家)에서 밤에 제사를 올릴 때 남녀 수십 인이 모여 노래하고 춤추거나, 중과 속인(俗人)이 잡희(雜戱)를 벌이며 밤새도록 음주 가무를 즐기는 풍속을 엄히 금해야 함을 역설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유학자들의 걱정과 주장은 다름아닌 유교적인 상장례가 아직 정착되지 못하였음을 의미한다.
조선의 유학자들에게 있어서 유교적인 상장례는 예의 실천일 뿐만 아니라 하층 농민들과의 차별성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절차와 형식을 몰라서도, 그럴만한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도 실행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그들의 정서가 유교적인 딱딱하고 번잡한 의식을 그리 쉽게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농민에게 있어서 음주와 가무로 표현되는 상장례는 고유한 풍습이었고, 이것으로 그들은 예를 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유학자의 입장에서는 농민의 행위는 당연히 속되고 비루한 것이었고, 그들의 예는 고상한 것이었다. 이러한 차별성은 유교사회로서의 조선왕조가 점차 체계화되면서 더욱 강화되어 갔고,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는 사족들의 성장과 더불어 그들의 지방지배를 가능하게 한 실질적인 힘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정에서 지방의 사족들은 족계(族契) 또는 동계(洞契)라는 그들만의 조직을 만들어 상부상조하여 적극적으로 유교적인 예의 실천에 나섰고, 이를 통해 하층민과의 차별성을 확고히 하였다.
이러한 차별성은 확보되는 순간 그 본연의 임무를 다한다. 소수로서의 그들만의 행위는 도리어 불안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제는 그들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말하자면 농민을 그들의 체제속으로 끌어들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에 실시되는 대부분의 동계, 동약에서 차등적이기는 하지만 하층민에게도 유교적 의례의 권장과 함께 경제적 지원이 행해지고 있었던 것은 이같은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배 권력의 압력과 이데올로기적 공세,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삶은 그리 쉽게 바뀌지 않았다. 도리어 농민의 음주와 가무가 유교의 슬프고 엄숙한 의례 속으로 침투하여 마침내 조화되어 버렸던 것이다. 오늘날 상가(喪家)와 장례에서 볼 수 있는 비유교적인 모습들은 이같은 과정에서 생성되고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의 장례는 어쩌면 유교적인 것에 우리 고유의 전통이 적절하게 조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유교식이 아니라 한국식인 셈이다. 이렇게 본다면 오늘날 상가에서 보여지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만 같은 행위들도 새롭게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한 예로, 고스톱이 전통사회에서 행해지던 잡희나 음주 가무의 변용이라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억측일까? 아니면 적어도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상가(喪家) 한 모퉁이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3년상인가?
유교적인 상례의 핵심은 3년상에 있다. 3년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듯이 부모상을 당했을 때뿐만이 아니다. 장자(長子)나 남편이 죽었을 때의 부모와 아내에게도 해당한다. 이것은 중자상(衆子喪)과 아내상이 1년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유교가 남자, 그것도 맏아들 중심의 사회질서를 추구하고 있음을 여기서도 잘 볼 수 있다. 
아무튼 전통상례로서의 3년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듯이 그리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은 아니다. 고려시대에는 1백일상이 행해지고 있었고,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군역을 지고 있는 군인들에게 상례를 위해 1백일의 휴가를 주었다. 그렇다고 하여 고려와 조선 전기 일반 서민들이 1백일 상을 그대로 지켰다고는 보기 어렵다.
사실 고려와 조선 초에는 불교식의 화장이 성행하였고, 사찰에 빈소를 마련하여 승려나 노비로 하여금 제를 올리게 하는 것이 허다하였다. 물론 이것은 하층민의 경우가 아니라 지배층 일반의 사정이었다. 우리의 전통상례로서의 3년상이 하층민에 이르기까지 일반화되어 갔던 것은 조선후기 이후였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3년상일까? 1년, 2년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3년이란 너무 길다는 생각도 들 수 있다. 3년이 너무 길다는 것은 오늘날의 생각만은 아니었다. 공자의 제자였던 재아라는 사람도 공자에게 3년이 너무 길다고 푸념을 하면서 1년으로 하면 어떠냐고 물은 적이 있다.
왜, 3년인지 분명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공자의 말을 빌려서 자식이 태어난지 3년이 되어야 부모의 품을 떠나듯이, 자식도 그 기간만큼 죽은 부모를 가슴에 품어야 떠나 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는 육신이 땅에 묻히어 3년이 지나야 온전히 흙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는 이렇게도 이야기할 수가 있을 것이다. 3이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성과 절대성을 가지며, 그 자체로서 완결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아무튼 3년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든, 그것은 대체로 조선 중, 후기이래 우리 전통상례의 상징이 되었다. 그리고 3년상은 이념으로서만이 아니라 조선의 사회경제적인 조건속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즉, 조선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3년상은 학문의 실천이며, 지주로서의 경제적 기반과 유한계급으로서의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더욱이 그것은 지배층으로서의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확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조선사회에서 '효행(孝行)'은 사회적 명성을 얻는 것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출세의 길이기도 하였다. 이들에게 있어서 3년상은 부담이 아니라 특권이었다.


전통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우리 모두가 결코 피할 수도, 요행을 바랄 수도 없는 문제다. 이것은 옛날에도, 지금도, 그리고 먼 미래에도 그러할 만고의 법칙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죽은 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는 개인적인 문제일지 몰라도, 주검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산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상장례 또한 우리가 회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주검을 어떻게 마무리하는가는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죽음, 아니 삶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내세(來世)를 인정하느냐 하는 철학적 종교적인 문제와 관련된다. 나머지 문제는 여기에 부수된 일종의 형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느 때고 형식이 더욱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다. 형식은 표현이고, 내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의 전통적인 상장례는 유교적인 것이다. 옛 것을 그대로 따르지 않더라도 근본은 이에 준한 것이거나 바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유학이 더 이상 우리의 유일한 학문일 수 없고, 사회경제적인 환경이 조선시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조선의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상장례는 교양이고 생활이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에게는 그저 형식이고 이마저도 따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 전통이란 무엇인가?
전통이란 고정불변일 수도 없고, 고수하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다. 전통은 역사적 조건속에서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것이다. 전통이 창조적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그 형식만을 고집할 때, 그것은 이미 역사적 생명을 다한 것이다. 우리의 상장례또한 그러하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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