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예술과 안동예술제
한국예술총연합회 안동지부가 주최하는 안동예술제가 올해로 11회째를 맞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간 안동의 문화예술 활동은 어떻게 이루어졌왔는지 분야별로 정리해보고, 안동예총 창단 이후 예술활동들도 짚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있은 제11회 안동예술제를 돌아보고 행사 내용면이나 진행면, 지역민들의 호응도도 같이 살펴 안동 예술의 오늘을 점검해보고 안동예술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모색해본다.
안동의 공연, 전시예술 어떻게 이어져왔나
글 / 엄 재 진
안동은 민속문화의 신앙중심지인 성주의 고향이며 고려조에 들어서 왕성한 불교문화를 정착시켜 화엄철학이 살아있고 조선조에는 유교문화의 본고장으로 역사속의 정신문화를 지탱하는 근본이 되기도 했다. 또 근현대사에 들어 한국 기독교 전파의 4대 중심지 중 한곳으로 기독교와 가톨릭 문화로 하여금 지역문화사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등 안동문화를 말할 때 종교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당대의 문화로만 인정될뿐 지금 안동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당대의 찬란했던 문화와 문화재가 안동문화를 지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대표적 안동문화라 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동이 가지고 있는 전통문화와 기층민들의 문화, 다시말해 화석화되지 않고 살아움직이는 문화를 우리는 지금이라도 보듬고 안동문화의 중심으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안동문화가 현대문화를 이끌어갈 만큼 독창성이나 개성이 뚜렷한가. 아니면 전통문화를 왕성하게 발전시키고 더불어 새로운 현대문화 창출이 타지역에 비해 앞서 있는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안동지역 문화현실은 21세기를 앞두고 암울하고 참담한 실정이다.
이제 그동안 안동지역에서 나름대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열악한 지역 풍토를 발전시키기 위해 활동했던 사람들의 노력을 대충이나마 정리함으로써 21세기 한국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전통문화를 왜 박물관으로 보내려 하는가
그동안 안동지역은 조상들로부터 수백년 전통으로 되물림되고 있는 전통문화에 대한 홀대와 함께 연행자들을 업수이 여겨온 게 사실이다. 흔히 지역문화를 얘기할 때 사람들은 다양한 쟝르의 현대적 문화공연과 전시를 전부로 다루려고 하는 누를 범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를 지탱하는 힘은 바로 문화의 차별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 전통문화의 참 가치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안동에는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예술 조각품이자 신앙물인 하회탈과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으며 한국 최대의 남성놀이인 차전놀이를 비롯해 여성들의 지혜와 우아함이 살아있는 놋다리밟기 등 사람사는 맛이 물씬 풍기는 전통민속놀이가 많이 전승되고 있다. 한두실 상여소리가 그렇고 저전농요와 성주풀이가 바로 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그대로 녹아 살아 숨쉬고 있는 안동지역만의 문화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전통문화들은 자생적으로 보존단체들이 구성돼 보존·전승하고 있으나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문전승집단이기보다 행사를 치르기 위해 학생들을 동원해야 하는 한시집단이 전승을 맡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들 전통문화의 연행기회도 안동민속축제 등을 통해 발표하는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지역민들로부터 함께 공감하고 참여해 우리문화라는 인식을 얻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비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상설공연과 해외공연,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등은 전통문화를 통한 안동의 문화적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80년대 초에 구성된 보존회의 정기공연을 통해 매년 발표되어오다가 95년 지방자치시대와 함께 각종 해외공연으로 안동지역문화를 급부상시키고 있으며 97년부터 마련하고 있는 상설공연과 국제탈춤페스티벌은 안동의 문화적 역량을 과시하고 앞서가는 문화자치시대의 희망을 볼 수 있게 한다. 특히 지난 4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방문으로 인해 안동은 가장 한국적인 문화도시로 인정받게 되었고 안동이 가지고 있는 하회탈놀이를 보기 위해 엄청난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어 이제 비로소 안동문화가 당대 문화의 중심지역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한다.
이같은 전통문화의 발전적 평가와 함께 80년대 들어서 속속 등장한 전문 문화단체들의 활동은 안동문화의 현대적 재창조라는 측면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안동의 공연예술은 누가 담당해오고 있나
안동지역 전통문화가 중앙정부와 경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로 속속 지정되면서 나름대로 전승보존단체들이 결성되어 민속축제와 각종 행사를 통해 발표하는 것과는 별개로 안동지역 공연예술을 담당해오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은 60년대 초반부터 86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 안동시지부가 결성될 때까지 꾸준히 자기모임을 가지고 공연과 전시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살찌워왔다.
안동지역 전시활동은 50-60년대 찻집이나 예식장, 공공건물 등을 이용해 오다가 73년 안동지역사회와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문화회관이 건립되고 25평 규모의 전문전시장인 문화회관 화랑이 개관하면서 본격화됐다.
1981년에는 안동시립도서관이 현대식으로 개축, 30여평의 전시장이 개관되고 82년부터 대관에 들어가 85년에 안동문화원에서 임대 운영해오고 있다.
1991년 세종화랑이 안동지역 최초 전문화랑으로 개관돼 지역 작가들의 전시공간으로 활용되오다 1994년 폐관됐으며 이 과정에서 1993년 안동시민종합회관이 설립 154평 규모의 제1, 2, 3전시실이 개관되어 지역 전시장의 중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 1996년 경북상호신용금고가 지역 문화사업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20평 규모의 전시관을 개관하고 향토 문화의 사랑방 안동에 위탁 운영해오고 있다.
이같은 전시공간을 통해 지금까지 미술, 사진, 시화분야를 통틀어 73년 5회를 비롯해 97년까지 총 5백여회의 주요 전시개최를 나타내고 있다.
공연활동의 경우는 전통적인 민속놀이와 함께 국악, 무용, 음악 등 다양한 공연이 학교 체육관이나 시민운동장, 마을회관, 교회 등에서 연행돼오다가 73년 안동문화회관이 건립되면서 본격적인 공연활동이 전개된다.
1993년 시민종합회관이 건립돼 8백88석의 대공연장과 4백44석의 소공연장이 개관, 많은 공연이 치러지고 있으며 1996년 1천8백석의 안동대학교 문화회관이 건립돼 국내외 대규모 행사를 유치하고 1997년에는 도심 한가운데 문화의 거리가 조성돼 자생적 문화단체들이 공연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 공간을 통해 무용, 국악, 연예, 음악분야의 공연 횟수는 74년부터 97년까지 총 3백90여 회를 나타내고
지금까지는 안동지역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여건을 통해 전시와 공연이 어느 정도 이루어져 왔는가를 살펴보았다. 지금부터는 분야별로 어느 시기에 어떤 예술인들이 어떻게 활동해 왔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도록 하겠다.(1986년 예총 안동지부 창립이전 활동을 중심으로)
안동문학의 태동기 60년대를 시작으로
안동지역 출신으로 문학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너무 방대하기에 생략하고 안동문단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1960년대 이후부터 살펴보겠다.
1960년대를 흔히 안동문학의 태동기로 일컫고 있으며 최초의 문학단체로는 맥향문학동인회를 들 수 있다. 50년대말 경부 출신의 시인 박종우와 이북 출신 소설가 김학원씨가 안동지역 교사로 부임하면서 학생문예 서클인 맥향이 창립되고 이후 학생을 중심으로 한 문예동아리인 목민 카오스 오로라 일요문학동인회 등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단체들은 학생중심의 동아리로 학생계층에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지역 문학사의 대상이 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므로, 1966년 7월 17일 경안여자중학교에서 창립된 안동문학회로부터 문학사를 되짚어야 할 것이다.
안동문학회에는 김원길, 김학섭, 이재호, 조병국, 김성영, 신승박 씨 등이 멤버로 활동해왔으며 1971년 한국문인협회 안동지부가 글밭동인에 의해 창립됐다.
글밭동인은 1964년 4월 김성영, 변호섭, 이홍범, 임병삼 등 당시 20대 초반의 문학지망생들이 청포문학동인회를 결성하고 같은 해 7월에 동인지를 내면서 동인지의 제호로 썼던 글밭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후 안동문학사에는 70년대 김주영, 김원길, 이석구, 김시백을 비롯해 80년대 이오덕, 조영일, 최유근 90년대 권오신, 권혁모, 주영욱, 강인순, 권정생, 이동백, 김두한선생 등이 등단을 통해 문예활동을 이끌어왔다.
또 안동지역 문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1963년 조직된 안동아동문예연구회와 89년 9월 조직된 시조동인 오늘을 비롯해 안동주부문학회, 안동 수필문학회, 참꽃문학회, 안동민족문학회 등이 여러 갈래에서 활동해오고 있다.
안동미술인 1세대 권장, 임규삼 선생을 시작으로
안동지역 미술분야는 50.60년대 태동시기와 70.80년대 미술인구의 저변확대 시기, 그리고 90년대 신세대 미술인의 부상시기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50년대 안동지역 미술인으로는 안동사범학교 말기에 근무한 권장과 임규삼선생을 제 1세대로 들 수 있다. 당시 이들은 주로 전원다방에서 모임을 갖고 권영호(작고), 이수창선생이 주도해 안동지역 최초 미술단체인 향미회를 1964년 11월에 결성했다.
직장 연고를 중심으로 결성된 향미회는 전문미술인 양성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열정적인 창작활동을 보이다가 70년 제7회 회원전을 끝으로 맥이 끊겼다.
70년을 전후한 안동 미술인들의 활동 양상은 65년 안동교육대학과 74년 상지전문대학이 생기면서 우수한 교수들의 유입과 문화회관 전시실의 개관으로 더욱 왕성해진다.
이들 미술인들은 74년 5월과 6월에 시청 분수대에 어린이헌장이 새겨진 조형물과 안동역앞 승공탑을 안동청년회의소와 라이온스클럽에서 의뢰받아 세웠다.
1975년 6월에는 안동미술협회 안동지부가 창립되고 1979년 12월에 서양화 단일 그룹의 토전이 창립전을 가졌다. 이에 앞서 향미회 회원이었던 권영렬선생의 주도로 향미일요화가회가 1979년 6월 창립전을 가졌다.
1973년 문화회관 화랑 개관 이후 김영철 동양화전, 이수창 수채화전, 인상파 1백주년기념전, 7미회전, 권순일 동양화전, 권영호 유작전 등이 개최됐다.
80년대 들어서 안동미술계의 양상은 대학을 위주로 한 전문인이 배출됨에 따라 점차 활기를 띄기 시작해 피카소 일대기전 과 한일학생미술교류전등 국외 작품 유치활동도 왕성해졌다.
이 과정에서 현 가톨릭 상지대학 산업디자인과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아미전이란 모임을 가지고 창립전을 가진다.
1982년 문화원 화랑이 개관되고 초대전으로 교수작품 초대전이 열렸으며 그해 7월 상지대 공예디자인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도도회가 안동문화회관에서 창립전을 가졌다.
1983년에는 제10회 경상북도 미술대전이 개최되고 그해 9월 안동문화회관 설립 10주년 기념 초대전이 열렸으며 10월 제16회 미협 안동지부전이 개최됐다.
이 밖에 예총 안동지부 창립이후에도 안동지역 미술계에서는 심현회(1987-) 참숲동인회(1986-) 수연회(1987-93) 이수회(1990-)등 단체들이 모임을 가지고 지역 미술계를 이끌고 있으며 안동서도회(1973-)와 목연서도회(1982-)의 활동도 두드러지고 있다.
50년대 음악인구 저변확대에 기여한 고등학교 악대부
안동지역 음악분야의 활동은 기독교가 타지역에 비해 빨리 들어와 찬송가와 악기를 통한 서양음악의 보급이 빨랐으며 1950년대 각 고등학교의 악대부는 음악인구의 저변확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음악에 대한 천시속에서도 50년대와 60년대 초반까지는 안동지역에서 음악인들의 훌륭한 음악대학으로의 진학이 가장 많았던 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1960년대 들어서 연세대 음대교수였던 이춘길선생의 노력으로 68년 안동시립합창단이 결성돼 활동해오다 2년 후 해체됐다. 이후 합창단의 명맥은 남녀 고등학생 중심의 예램 합창단(1971년 창단)으로 이어지고 이것마저도 입시제도의 변화로 해체됐다.
이와는 반대로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의 안동음악분야 활동은 침체기를 맞았으며 1982년 심대섭, 김재근 등 몇 사람이 뜻을 모아 한국음악협회 안동지부를 창립하게 됐다. 음협 결성 이후 취주악단, 합주단, 교향악단 등을 초청해 활발한 연주활동을 했으며 당시 연주자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지 않고 연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 음협안동지부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연주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1989년 안동시민 합창단이 결성돼 8회의 정기연주회와 영호남 합창제, 경북합창제 등의 활동을 펴오고 있다.
1988년에 창단된 안동남성합창단은 전문합창단으로 10회의 정기연주회와 경북합창제, 안동예술제, 순회연주회 등을 담당해오고 있으며 이후 안동 장로합창단 벨칸토 성악연구회 홍익 클래식 아카데미 등이 속속 결성 활동해오고 있다.
1990년에 창단된 안동교향악단은 공연마다 연주자 부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9회에 걸친 정기연주회를 통해 안동음악사를 이끌어오고 있다.
하회탈놀이 복원 공연의 국악활동 주도
해방 이후 안동지역 국악활동은 주로 마을 단위나 개인활동으로 이뤄져 왔으나 하회별신굿탈놀이 복원 노력과 국악협회의 결성으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활동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하회탈놀이의 복원 공연은 1974년 6월 8일 경북여성복지회 공연을 시작으로 1975년 5월31일, 6월22일, 7월19일로 이어지면서 춤사위에 대한 논의도 계속됐다. 복원 공연은 1976년 이후에도 계속됐으며 매년 5-10여차례의 공연을 통해 초기 안동 국악공연 활동을 주도해왔다.
하회탈놀이의 안동 국악활동의 주도는 이후 1984년까지 계속되었는데 84년 국악협회 안동지부가 결성됐으며 초기 50여명의 회원이 농악, 무용, 민요, 시조, 기획 등 5개 분과로 나눠져 활동하기 시작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농악분과에는 30여명의 회원이 있었으며 안동지역에서 이름난 치배였던 권태원씨가 상쇠를 맡았다. 민요분과에는 이장학씨가 맡아 목도소리, 칭칭이 등 토착민요를 불렀다.
무용분과에는 오숙자 선생을 중심으로 20여명이 활동했으며 국악협회 초기 경주지역에서 초빙한 국악강사 부부의 열정으로 남향란, 윤기명선생이 이후 안동지역 무용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국악협회는 1984년 창립이후 그해 9월27일에 안동민속축제 무용, 농악, 민요경연대회를 개최해 국악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후 안동대 졸업생으로 구성된 놀이패 한이 1986년에 결성,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최초로 풍물강습회를 개최하는 등 국악 저변확대에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88년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임진택씨를 초청해 똥바다공연을 개최했으나 국악에 대한 기량 부족과 전망부재 등으로 그해 3월에 해체되고 같은 해 4월 권대성, 정승만 등 4명이 같은 사무실에서 민족문화 연구회를 결성했다.
민족문화연구회는 풍물강습회는 물론 창작판소리 함성을 만들어내는 등 열의를 보이다가 해체되고 1989년10월 놀이패 둥근이 결성 이후 국악협회와 함께 안동지역 국악사를 주도했다.
놀이패 둥근이 해체된 87년까지의 활동은 60여회의 풍물강습회, 50여회의 문화교실, 마당극 3회, 초청공연 4회, 각종 기회공연 5회 등을 포함해 1백여회 이상의 공연을 실시했으며 회장은 이미령, 장세한, 이경옥, 권두현, 엄재진, 임화성 등이 맡았다.
이후 90년에 풍물굿패 넋이 결성됐으며 95년 풍물마당, 98년 전미경 가야금 연구소 등이 등장해 지금까지 안동 국악활동을 담당해오고 있다.
김상규 교수에 의해 안동지역무용 싹터
안동지역 무용의 토양은 여느 공연보다 척박해 훌륭한 공연예술이 기대에 크게 못미쳤던 게 사실이다.
지역 무용분야의 공연에는 전통민속무용인 하회별신굿탈놀이와 굿춤인 무속무, 수동별신굿, 성주풀이굿, 지애밟기 등에서 추어졌던 춤들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근대인 60년대에서 80년대에는 무용교육자인 김상규교수(1922-1989)를 통해 안동지역 무용의 싹이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상규교수는 1960년 안동교육대학에 부임하면서 무용써클인 카리티에스를 창단시켜 조직적이고 집단화된 무용 전문인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또 63년부터 89년까지는 김상규 무용단을 만들어 13회에 걸친 공연을 함으로써 안동무용의 저변확대와 수준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최원경선생은 김상규교수의 부인으로 67-69년까지 육완순무용연구소에서 현대무용을, 66-73년까지 송범무용연구소에서 현대무용, 발레, 한국무용을 전공해 73년부터 10년 초반까지 안동에 최원경무용연구소를 열어 무용전문인과 교육무용가를 배출했다.
오숙자선생은 어릴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해 55년 서울 국립국악원 무용과에서 기예를 더욱 성숙시켰으며 60년대 초반부터 안동에 정착해 수많은 제자를 배출했다. 그리고 성주풀이보존회를 결성해 지금까지 문화재 지정을 추진해오고 있다.
안동지역 무용단체로는 무용협회 안동지부(1992년)와 솔뫼댄스 컴퍼니 한국무용교육협회 안동지부 오숙자 고전무용학원 아카데미 무용학원 수정 발레학원 등이 있으며 98년 이후 안동대 체육학과에 무용전공이 생겨나면서 정숙희교수와 박성실강사 등을 통해 안동지역 무용사를 새롭게 다듬고 있다.
안동대를 중심으로 한 무용활동은 한국무용계의 거목들을 불러 공연하거나 학생들을 전국경연대회에 출전시켜 좋은 성적을 내는 등 안동무용계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안동연극계 활동 미비
안동의 연극단체는 수에서도 얼마되지 않을뿐 아니라 상당수의 단체가 이미 활동을 중단한 상태로 연극계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다.
안동의 연극사를 살펴볼 때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한 단체는 극단 관객으로 1984년 창단해 20여회의 공연을 개쵀해왔다. 1984년 이용사선생을 대표로 발족한 관객은 이듬해인 95년 2월 토끼와 포수를 시작으로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창작희곡을 부대화하는데 주력해왔다.
이후 1987년 한국연극협회 안동지부가 창립되면서 전국적인 연계속에서 활동의 기회를 넓혀 1997년 폐츄니아를 짓밟은 여인에 이르기까지 21회의 공연을 해오고 있다.
극단 한맥은 안동대 연극반인 토담 출신들과 사회인이 어울려 1989년10월 결성돼 1989년 고도를 기다리며를 시작으로 94년 풍인에 이르기까지 7회 공연을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1989년 10월에 결성된 놀이패 둥근이 선보인 못다핀 꿈을 위하여(1991년)와 고향 아리랑(1993년)등 두 작품은 민족극 운동 선상에서의 마당극 공연이라는 측면에서 연극사의 새로운 흐름을 안동에 유입 정착시키려 한 점에서 큰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안동에 소재하고 있는 안동대학교 동아리인 극단 토담과 가톨릭 상지대학 극예술연구회, 안동과학대학 햄릿 등은 각각 17회와 18회의 공연을 통해 나름대로 지역 연극계를 지탱해오고 있다.
그러나 안동연극계는 외형적으로 대학극단을 제외하고는 극단 관객밖에 없으며 활동성에서도 일년에 한차례만 공연하고 있어 부끄러운 현상이다.
사진동호인들의 왕성한 사진활동
안동의 사진분야의 역사는 1920년대에 일본에 건너가 3개월의 야간사진학교를 수료한 후 안동역 앞에서 안동 최초의 사진관인 금강사진관을 열고 25년동안 영업해 온 이인홍선생부터 시작돼 대륙사진관의 윤수안선생과 중앙사진관의 임봉우선생 등의 제자를 만들어냈다.
1967년 안동사우회가 윤수암, 이인호, 김석기씨 등 3인으로 결성돼 안동에서는 처음으로 사진작품 전시회를 열었으며 이후 이 단체는 회원 확충과 더불어 1971년 제1회 안동민속축제에 전시회를 열고 수차례의 전시회와 촬영회를 가졌다.
70년대 중엽이후 안동사우회의 활동은 거의 중단되고 78년 안동의 본격적인 창작사진가들의 모임인 예영회라는 단체가 결성돼 1979년 11월 30일 첫 전시회를 열고 작품을 실은 도록도 만들었다. 이후 1981년 6월 예영회를 모체로 한 영가사우회가 새롭게 결성되고 8일뒤인 6월 22일 5월의 전시회 준비를 주도했던 사람이 중심이 돼 안동사진동호회가 결성됐다.
80년대 들어 사진인구의 저변확대와 활성화기를 맞이하게 되며 계철순씨의 지속적인 개인전 개최와 유광수씨의 경북도 미술대전 연속 입상을 비롯해 많은 사진인들이 국내외 공모전을 통한 작품발표가 이어졌다.
이 당시 지역 사진분야에서는 유광수, 홍성광, 임정태, 김복영씨 등이 국내외 공모전을 통한 특·입선의 성과를 나타냈으며 주부대학과 문화원 문화학교, 신부대학 등에서 사진강의를 맡아 사진인구의 저변을 확대했다.
1986년 3월부터 안동문화회관 202호실을 사진상설전시장으로 개설하고 이후 3년동안 운영해왔으며 1985년 12월 25일 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설치위가 구성되고 86년 1월 사협 안동지부가 정식으로 발족하면서 이후 인근 지역 사진인구 확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1988년 2월 9일에 영상사우회가 결성되고 이듬해 11월에 회원 15명이 작품 45점으로 창립전시회를 가졌으며 1990년부터 안동영상회라 이름을 바꾸고 젊은 회원을 중심으로 의욕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같은해 사협 안동지부에서는 제1회 전국사진작품공모전을 개최해 전국에서 작품 1천544점이 접수됐으며 수상작을 9월3일부터 7일까지 시립도서관에서 전시했으며 지금까지 10차례의 전국사진 공모전을 개최해오고 있다.
이 밖에 1988년 3월 명승사우회가 결성돼 91년 첫회원전을 비롯해 촬영기행을 통해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1991년 6월 창립된 새안동사우회와 1997년 2월에 결성된 예향사우회등도 야외촬영을 나가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화자치시대를 위한 행정지원 절실
지금까지 살펴본 안동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의 공연과 전시활동은 그동안 자생적인 요구와 의욕으로 만들어지면서 나름대로 안동문화를 살찌워오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문화자치시대를 만들고 안동문화가 한국문화의 중심에서 주도하여 새로운 현대문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길은 행정분야의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와 안동시에서도 이같은 필요성에 따라 다각적인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으나 문화예술에 대한 정부지원은 정부 전체 예산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안동시의 경우도 예술분야 예산이 전체예산의 1.03%(1998년 기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지금의 안동문화 현상에 대해 행정분야에만 그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지방화시대를 맞아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측면이 강조되고 각종 문화축제를 만들어내는 현실속에서 행정기관이 올바른 문화적 마인드를 가지고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한다면 문화자치시대를 앞당기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특히 안동예술제와 안동민속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발과 같은 지역문화 축제의 장이 마련되고 있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발표나 공연기회를 확대시키는 정책은 지역문화발전의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와함께 97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안동국제탈춤축제와 하회탈놀이 상설공연 등은 그 가치에서도 전국적으로 인정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을 무더기로 유입해 안동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문화의 거리 조성은 그동안 실내공연에만 치중됐던 공연예술을 야외로 끌어내 지역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자생적인 소규모 문화단체들에게 공연 기회를 줌으로써 다양하고 광범위한 공연예술의 발전을 가져오고 있다.
문화의 거리에서 공연된 문화예술만해도 첫해에 50여회 이듬해에 70여회가 치러진 결과를 가져왔다. 문향의 고장 안동이 이름에 걸맞는 문화예술 활동이 되기위해서는 문화예술인들의 끊임없는 창작의욕과 왕성한 활동력과 함께 행정기관과 시민들의 지역문화 사랑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한발 다가선 11회 안동예술제
글 / 박 명 옥
잔잔한 플룻음과 화려한 무대복을 입은 여성 소프라노의 노래, 질서있게 배치된 갖가지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음율…. 누구든 길을 가다 이런 장면을 마주한다면, 아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노래소리나 연주음을 듣는다면, 무심히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잠시 멈춰서서 구경하거나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오지 않을까? 어쩌면 무대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해 공연장 앞을 떠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나 자신, 부지런히 예술행사를 찾아다니기보다 눈에 띄는 공연장 앞에서 발길을 멈추는 부류의 향유층인 탓에 길가다 만나는 거리공연에는 늘 반가워진다. 지난 9월 중순에 열린 안동예술제는 그래서 더 반갑고 인상깊었다. 물론, 이번 예술제를 그저 지나다 본 것은 아니다. 외려, 원고를 청탁받고 일정을 꼼꼼히 체크해가면서 찾아다녔다. 원고때문이 아니더라도 이번 예술제는 챙기고 싶었지만, 나의 경우처럼 안동의 대다수 시민들은 아직 예술행사를 찾아가며 볼 정도의 향유수준에 있지 않다. 과연 안동시민들 중 얼마가 예술행사를 찾아다니며 볼까?
여하튼, 지난 9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이하 예총) 안동지부 주최의 안동예술제가 열한번째 막을 올렸다. 기존의 닫힌공간에서 열린공간으로 이동, 문화의 거리를 중심무대로 안동지역 예술인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총체적으로 보여준 안동예술제. 열한번째 안동예술제를 돌아보기로 하자.
11회 안동예술제는 아직은 한낮의 햇살이 마냥 따갑게 느껴지는 가을의 문턱, 9월 중순을 시간적 배경으로 열렸다. 9월 10일부터 15일까지 6일동안 열린 이번 예술제는 예총 산하의 문인협회, 미술협회, 음악협회, 사진작가협회, 연예협회, 연극협회, 무용협회, 음악협회의 7개 단체가 문화의 거리 특설무대를 중심으로 시민종합회관, 안동문화회관 일원에서 클래식음악을 비롯한 문학강연, 국악, 인형극, 마임, 주부가요제, 무용 공연을 선보이고 사진과 미술작품, 시화 전시회도 가졌다.
개막식과 개막공연
9월 10일 저녁, 문화의 거리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는 개막공연에 앞서 개막식이 열렸다. 민족예술인총연합회(이하 민예총) 임재해 안동지부장, 권오을 한나라당 의원,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임형규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개막식에서 예총 김원길 안동지부장은 예총이 예술이라는 문화행사를 하는 단체이며 문화와 예술은 분리된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전통문화가 잘 보존되어온 안동은 타도시에 비해 우수한 문화예술을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막식에 이은 개막공연은 음악협회(지부장 김재근) 주관으로 진행되었는데, 30여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위에 자리했고 그 앞으로는 질서있게 배치된 3백석의 관람공간과 그 주변으로 문화의 거리를 메우고 선 사람들까지 6,7백여명의 시민들이 예술제 개막공연을 지켜보았다. 시내 중심가에 마련된 문화의 거리인 만큼 주변상가의 불빛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지만 이날만은 특설무대에 쏟아지던 조명이 어두워가는 시가지를 그 어느 빛보다도 밝게 비추고 있었다. 보기드문 풍경과 공연소리에 지나가는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관람했으며 안동예술제는 그렇게 시내중심가에서 잔잔한 플룻합주와 성악가들의 노래, 갖가지 악기들이 만들어내는 음율과 남성합창단의 합창으로 시민, 학생들과 커다란 공감대를 만들며 시작되고 있었다.
상가앞에서 개막공연을 관람하던 임인혁(26·학생)씨는 "문화의 거리에서 열리는 행사가 있으면 지나다가도 관람하는 편이다. 안동에는 오늘과 같은 문화행사가 자주 없는데, 이번처럼 한정된 공간을 벗어난 행사가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예술제에 기꺼운 반응을 보였다.
예술제의 공연장을 조흥은행 앞 문화의 거리에 설치한 것은 좀더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제를 가능하게 했으나, 이미 건물이 들어선 상태에서 만들어진 문화의 거리 공연공간이 좁아 선 채로 관람하던 관객들이나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일대 상점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해 이전부터 지적돼온 문화의 거리 공연공간의 협소함이 다시 언급되기도 했다.
그리고 야외공연의 경우 악기음이며 노래소리가 분산되는 탓에 행사주체들의 입장에서는 실내공연에 비해 공연에 대한 부담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이날은 특히 무대 뒤편에 설치된 발전기의 기계음이 공연중에 계속 들리는 문제가 있었다. 다음날 행사에서는 발전기를 관람석 뒤편으로 이동, 이날처럼 마이크를 통해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뒷편 객석에서는 여전히 기계음이 들리기도 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인형극 공연
행사 이틀째인 11일, 예총 주최의 안동예술제에서 민예총의 찬조행사로 열린 인형극 공연은 주말이라는 시간적 여유 때문인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인형극의 특성 때문인지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뤘다. 엄마들의 손을 잡고 혹은 아버지까지 동행해서 인형극을 보러온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 많았으나 유아들이나 아기를 업고 나온 엄마들도 적지 않았다.
자연 아이들이 많아 주변이 산만해졌는데,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무대와 관람석 사이, 객석사이를 오가는 아이들과 관람석에서 마구 떠들어대는 소리로 야외행사장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개막공연때와 달리 정렬돼있던 관람석의 배열도 무질서해졌다. 다행히, 아이들은 흥미거리를 발견하면 곧 몰입하는 면이 있어 많은 어린이들은 인형극에 열중했고, 이것이 모처럼 열린 인형극을 의미있게 했다. 그리고 다른 행사들에서처럼 인형극 나름의 배경처리없이 무대에 걸린 플랜카드를 그대로 배경으로 활용했는데, 인형들의 크기가 작아 시선을 모으지 못했으며, 그렇게 배경이 난잡한데다 두 번째 극의 경우 내용이 지루해 집중도가 떨어지기도 했다.
남양유업에 근무한다는 용상동의 김진현(34)씨는 부인과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을 관람했다. 인형극을 마친 후에도 자리를 뜨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다음 행사인 가을밤의 국악향연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인형극을 관람한 소감을 묻자 그는 "안동에서 인형극을 관람하기는 첨인데 예술제안에 유아를 위한 행사가 있어서 반갑습니다. 우연히 지나다 알았지만, 아무래도 지역에서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지요."라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매우 반가워했다.
가을밤 풍성한 국악향연
가을밤의 국악향연은 인형극에 이어 문화의 거리에서 진행됐다. 인형극을 관람한 후 돌아가지 않고, 모처럼의 가족나들이의 의미를 예술제 안에서 더 찾고자 한 가족단위 관람객들과, 국악공연 일정을 챙겨서 일부러 찾은 시민들까지 저녁 7시 30분 문화의 거리는 다시 가득 메워졌다.
전날 음협주관의 개막공연에서 가야금 제주로만 선보인 국악을 이날 국악향연에서는 풍성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공연내용의 흐름을 위해 프로그램 순서가 변경되기는 했으나 안동국악단의 정악합주, 수연장지곡으로 시작해 참넋의 선반판굿으로 한바탕 마무리짓기까지 전병규씨의 대금독주 경풍년, 참넋의 삼도설장구와 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의 가야금병창 고고천변, 정악합주 천년만세, 그리고 안동국악단의 웃다리풍물은 시민들에게 모처럼 제대로된 국악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대금의 명연주자 전병규씨의 대금연주도 보기드문 공연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초등학생들의 가야금병창과 정악합주가 인상적이었다.
판토마임
이날 인형극 공연과 국악향연의 사이 시간에는 시민종합회관 소공연장에서 마임이스트 고재경의 마임이 상연되었다. 예술제에서 연극협회(지부장 김종호) 주관의 극이 선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40여명의 어린이들을 포함한 가족단위 관객들과 청소년, 일반인까지 관람층이 다양했다. 공연도 관객인 어린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 적절한 상황을 유도하는 등 출연자와 관객간의 호흡도 잘 맞았다. 그러나 마임이 첫시도임에 비해 시민들이 호응도는 낮은 편이었는데, 이는 마임형식의 극이 생소한 데서 온 결과로 보인다.
주부들을 위한 가요제
주부가요제가 열리던 13일 시민종합회관 대공연장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이 가득 메워졌다. 가요제가 시작된 후로도 관람객은 계속적으로 늘어 대공연장 1층 관람석이 거의 꽉 찰 정도였다. 주부가요제를 보러온 시민들은 줄잡아 7,8백여명. 주부와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노소가 한자리에 모인 주부가요제를 관람하며 가요가 클래식보다 더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음악임을 새삼 깨달았다.
안동 팝오케스트라의 반주로 출전한 주부들이 차례로 노래를 부르자 객석에서는 플랜카드나 카드섹션을 동원, 응원전을 열띠게 펼쳤으며 참가자들이 등장할 때와 노래를 마칠 때면 박수호응도 대단했다. 예술제 안에서 이렇듯 많은 관객에, 높은 호응도를 보인 행사는 가요제가 유일했는데 가요의 대중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연예협회(지부장 박주태) 주관의 주부가요제를 안동예술제 안에서 개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개막공연이나 인형극공연과 같은 행사에서 끌어안지 못한 시민들을 예술제의 관객으로 앉힐 수 있었다.
가요제 본선에 진출한 14명의 주부들 중 안기동에 거주하는 장순남(32)씨는 "주부들은 늘상 그렇잖아요. 반복되는 일에, 별다른 문화행사를 찾아다니지도 못하는데, 이렇게 주부들을 위한 행사가 따로 마련되니 좋아요."라며 주부가요제에 대해 기꺼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주부가요제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실내공연으로 치러지기는 했으나 행사장의 시설적인 면에서 몇가지 문제가 지적됐는데, 우선 스피커 음량때문에 팝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너무 컸고 그 바람에 출전한 주부들의 노래는 잘 들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잔잔한 분위기의 노래일 경우 더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관객들의 열띤 분위기탓도 있었겠지만 가요제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부터 장내가 너무 더워 연신 부채질하느라 편안한 관람이 어렵기도 했다.
통일과 문학 강연회
한편, 주부가요제가 열리던 시간, 안동문화회관 대강당에서는 문인협회(지부장 권세홍) 주관의 문학강연회가 열렸다. 지역에서 문학강연회는 이전에도 더러 있었으나 안동예술제 안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이날 강연은 소설가 이호철 선생이 통일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강연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문협 권세홍 지부장은 "금강산 관광에서처럼 민간차원의 교류가 시작된 시점에서 문학을 통해 분단문제를 고민, 통일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선정했다. 정치나 외교, 관주도로 할 수 없는 부분에서는 문학으로 접근해갈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강연회에는 30여명의 청중들만이 참석, 계획보다 조촐하게 치러졌는데 이에 대해 권회장은 대단위 청중대상일 때보다 피부에 와닿는 강연이 됐다며 체제를 벗어난 인간적인 교감이 수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강연회 참석인원이 소수에 그친 것은 아쉬운 감을 남기는데 통일과 문학이라는 주제 자체의 무게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통일문제가 새롭게 부각되는 시점이기는 하나 문단에서는 아직 이렇할 움직임이 일지 않은 상태에서 문학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며, 성격이 다르긴 해도 예술제 안에서 주부가요제와 같은 시간에 치러졌다는 점에서는 시간 배정의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미술, 사진, 시화 전시회
미술협회(지부장 신동국) 전시회와 시화전, 사진작가협회 회원전은 모두 안동예술제 개막과 더불어 시작되어 행사기간 내내 전시가 이루어졌다. 미술협회에서는 39회 미술협회 전시회와 소년소녀 가장돕기 소품판매전을 겸했는데 소품판매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소년소녀가장돕기로 기탁해 미담이 되기도 했다. 전시된 작품은 총 46점으로 최부원의 비상을 비롯한 조소 9점과 한국화 5점, 서양화 20점, 서예작품 8점과 공예품 4점이 전시되었다.
사진작가협회(지부장 김복영) 주관의 사진전은 14회 사협회원전과 99 안동지역사진동아리친선촬영대회 출품작을 연합전시했다. 전시된 작품은 총 91점으로 진기석 씨를 비롯한 사협회원 27명의 작품과 사진동아리친선촬영대회 대상 수상작 현영희씨의 작품을 비롯해 70점이 전시되었다.
문인협회의 시화전에는 권혁모의 금강산에서, 신영희의 가을이면을 비롯한 시화 17점이 전시되었다.
세 전시회 모두 10일부터 전시를 시작해 전시 이틀째인 11일 초대전을 가졌으며 예술제를 마치는 날까지 전시기간 내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시물을 모두 문화의 거리에 전시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시민종합회관 전시실을 전시장으로 썼다.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면에서는 효과가 덜했지만 작년의 경우 전시물의 관리에 소모인력이 만만치 않았던 문제가 있기도 했고 올해는 주부가요제를 비롯한 몇몇 예술제 행사를 시민종합회관 공연장에 분산배치해 예술제를 참관한 시민들의 동선적인 면에서는 어느 정도 보완이 되었다.
그리고 일부 전시의 경우 홍보팜플렛에 몇회째 정기전시라고만 나타내기도 했는데, 이러한 협회측만의 행사표기는 각각의 공연이나 행사가 개별행사로 치러지는 인상을 주었다. 표기상의 누락이라고 해도 개별적으로 치러지던 행사를 어렵게 예술제안에서 묶어낸 만큼 각 행사의 팜플렛에도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
현대무용, 한국무용, 발레를 한자리에
상설행사인 전시회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마지막 행사인 무용협회(지부장 남향란) 정기공연은 행사 마지막날인 15일 저녁 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었다. 7회를 맞는 무용협회정기공연이기도 했던 이번 공연에서는 예총간에 자매결연을 맺은 전주지부 무용단의 공연도 선보였는데, 안동지부 무용단이 현대무용과 한국무용, 발레를 공연한 데 이어 전주무용단은 장고춤과 풍류도, 메쥬를 공연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을 함께 접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
그러나 두 지역의 무용이 함께 공연되었음에도 공연시간은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모처럼 찾은 무용공연에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대다수 관람객들이 중고등학생들이었고 일반인들은 극히 드물었는데,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고교 여학생들은 자의로 참관하기보다 학교의 단체관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리를 이리저리 옮겨다니거나 동행한 친구들과 큰소리로 이야기하는 등 공연내내 산만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지역학교에서 청소년들에게 예술행사를 가까이하라고 권장하는 것이야 나무랄 수 없겠지만, 이날과 같은 분위기에서의 무용제 참관태도는 모처럼 무용공연을 찾은 관람객들에게까지 제대로된 관람을 어렵게 했다.
지역민들에게 한발 다가선 예총 예술제
개막공연에서 단아한 이미지의 사회자는 "여러분들이 볼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안동에는 이런 예술인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안동시민들에게는 지역예술인들과 그들이 펼치는 예술공연을 볼 기회가 없었다. 수도권이나 몇 개 대도시에서처럼 예술행사가 빈번히 열리는 것도, 이렇다할 예술단체가 순회공연을 자주 오는 것도 아닌 까닭에 안동시민들은 드물게 열리는 지역행사에 기댈 수밖에 없음에도 지금까지 지역예술인들이 펼쳐보인 행사는 일반시민들이 접근하기에 거리가 있었고, 자주 열리지도 않아 지역에서 예술에 대한 일정정도의 수요층을 형성해놓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안동예술제는 그러한 공연풍토에서 어느정도 달라졌다는 것이 예총을 비롯한 주변의 평가다. 안동예술제의 기획단계에서부터 공연전반의 행사진행까지 실질적인 책임자로 발로 뛴 예총 이춘은 사무국장은 "이전까지 소극적이었던 예술제를 과감하게 끌어냈다. 문화의 거리나 조각공원과 같은 지역문화공간의 확충을 통해 예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데, 예술제 행사또한 작년부터 획기적으로 바꿔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를해왔다. 그렇지만, 개별행사를 통합, 예술제 안에서 묶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며 이번 예술제의 의의를 설명했다.
창단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지역의 또다른 문화예술의 한 축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있는 민예총의 권두현 사무국장 역시 "그동안 예총이 다룬 예술은 고급예술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예술이 아니었다. 대중에게 다가가는 점에서 이번 예술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개막공연에서부터 예술주체자들이 다가가려고 시도한 점에서 고급예술과 대중예술이 구분되어온 이전과 비교할 때 안동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한 단계 높은 평가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대중들은 냉소적이라며, 아직 안동에 그러한 예술행사를 찾는 향유층이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는데, 그것은 모두 지역 예술주체들의 책임이라며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예술행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상에서 돌아본대로 이번 예술제는 예술행사가 드문 안동에서 시민들의 문화적인 갈증을 해소해줄 수 있는 대표적인 단체인 예총의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시설적인 면에서 문화의 거리 공연장소가 너무 좁다거나, 예술향유의 면에서 무용이나 인형극, 마임공연에서 보여졌듯 일부 예술분야에 대한 수요나 제대로된 관람문화가 형성돼있지 않다는 지적이 없지 않지만, 이는 꾸준한 예술공연을 통해 지역문화가 자리를 잡아간다면 자연 해결될 문제다. 대중예술을 포괄해 처음으로 개최한 주부가요제도 예술제 안에서 치러지는 것을 계기로 좀더 폭넓은 계층의 행사로서의 안동예술제를 가능하게 하지 않았는가.
그렇더라도 굳이 아쉬운 점을 짚자면, 행사내용면에서 예총산하의 7개협회 모두가 지역예술주체들의 활동성에 바탕하는 공연을 보여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마임이나 무용공연의 경우 초청공연 또한 이례적인 것이었고 이는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이 아직까지는 어려운 배경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앞으로는 지역예술주체들의 활동에 기반하는 공연들이 선보여야 할 것이다.
설명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이라면, 설명해서는 안되는 일을 설명하는 것은 종교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설명하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이 있다. 지위의 높고 낮음, 지식의 많고 적음을 떠나, 인간은 누구나 예술을 동경하며 산다. 성악가들이 부르는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 화가들이 그리는 의미를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그림에도 사람들은 막연한 어떤 감동에 젖는다. 예술에 대한 인간의 동경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나약한 인간의 당연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통의 고장 안동은 예술과는 거리가 멀었다. 안동의 시민들은 그러한 당연성, 예술을 동경하는 본성을 부정당해왔는지도 모른다. 지역의 예술인들은 지역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나름의 지역문화를 일궈나갈 책임이 있다. 지역의 문화수요가 적고 향유문화의 폭이 좁다면 꾸준한 공급을 통해 문화풍토를 바꾸고 폭넓은 향유층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예술제를 통해 안동의 예술공연은 닫힌공간에서 열린공간으로의 옮겨갔다. 작년의 경우에도 공연과 전시회를 모두 문화의 거리로 끌어내 시민들에게 접근하려는 시도를 했으나 공연의 완성도를 따져볼 때, 개별적인 행사로 치러지던 부분별 행사를 통합해 집중도를 높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 점에서 이번 예술제는 성공적으로 볼만하다. 열한번째에야 안동예술제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 안동예술제가 앞으로도 예술주체들의 활동성에 바탕하는 행사, 다양하고 깊이있는 내용으로 안동의 문화예술을 선도해갈 것을 기대한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