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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한 길로 열심히 걸어온 해방둥이 곽만영 교장(글/이미홍)

경안고등학교 해방둥이 교장 곽만영씨늦은 오후, 또 한 사람의 해방둥이를 만나러 가는 길, 타박타박 내딛는 발걸음 마디마디에 이런저런 상념들이 하나씩 깃들고 있었다. 6.25와 8.15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여기저기에서 광복 60년이니 해방둥이니 하는 말들이 들려오고 있는데다, 몇 달 째 해방되던 해에 태어난 이들에 대한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이다 보니 근래에 내 관심은 그쪽으로 15도 정도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하여 유월의 언저리에서 새로운 이웃을 만나러 가는 내 머릿속에는 해방둥이에 대한 잡다한 문구들로 가득했다.
태평양 전쟁 말기에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던 관계로 태어나면서부터 젖배를 앓았던 세대, 겨우 젖을 떼고 걷기 시작할 무렵 엄마 손 잡고 따라나서는 것으로 6.25라는 전쟁 상황 앞에 내던져졌던 세대, 그래서 이산이라는 단어와도 무관하지 않은 세대,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로 시작되던 6.25노래를 부르며 반공을 온몸으로 배우며 자란 세대.
이들 해방둥이들이 군복무를 끝내고 사회에 진출했던 무렵이 70년대 초반이었다. 60년대 우리의 GNP는 80달러 수준이었다. 그런데 2005년 우리의 GNP는 1만 2499달러로 세계 36위, 60년부터 1995년까지 단기간의 경제성장률은 7.1%. 35년간 줄곧 1위였다. 경쟁이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어느 한 나라가 1년 동안 성장률 1위 자리를 고수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인데 그런 믿지 못할 일을 해낸 세대가 또한 이 해방둥이 세대들인 것이다.
곽만영 교장의 모교이자 평생의 일터였던 경안고등학교내가 만나러 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그런 흔치 않은 대단한 세월을 살아낸 이들이라는 사실이 묵직하게 느껴지는데 우리의 발길은 어느새 목적지에 닿아 있다. 안동시 금곡동 경안고등학교 교장실 앞이었다. 퇴근시간이 지난 시간, 해방되던 해에 태어나셨다는 이유로 우리의 성화에 설득 당한 곽만영 교장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방둥이 닭띠
“우리 해방둥이들이 닭띠예요. 집사람하고 내가 동갑내기로 닭띠이고 서른여섯 살 난 우리 첫째 아들놈이 닭띠예요. 띠가 같으면 성향도 어느 정도는 비슷하다고들 하잖아요. 그래서인지 아들놈하고는 지금도 친구 같고 이야기가 잘 통해요.
음력으로 3월 5일이 생일인데, 아무 별다른 감회는 없고 다만 인생을 벌써 이만큼 살았구나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삶을 한 번 정리한다는 의미랄까 살아온 걸 죽 한 번 뒤돌아보게는 되더라고요. 환갑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환갑이 별 의미가 없어요. 그래 집사람하고 저하고 둘 다 그런 거 하지 말자 그랬어요. 그런데 누님들이 그냥 지나가면 섭섭하다 해서 저녁식사나 하고 지나갔죠.”

모교의 교사가 되다
“아시다시피 우리 세대가 이런저런 역사적 사건들을 많이 겪은 세대잖아요. 제 고향이 영양인데 제가 일월초등학교를 다녔어요. 30리가 넘는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녔는데, 거의 맨발로 다니다시피 했죠. 신발도 신발이지만 양말을 신은 기억이 거의 없어요. 거기에다 우리 세대가 보리 고개를 겪은 세대잖아요. 학교 다닐 때 배곯은 기억은 저만 아니고 저희 또래면 누구나 겪은 일이었죠. 4.19가 일어났을 때가 제가 안동에서 중학교를 다니던 때였는데 당시는 선생하고 순경이 가장 좋은 직업이었어요. 안동에 그때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학교 하고 사범학교에 가기 위한 병설중학교(병중)가 있었는데, 사범학교에 가기 위해서 제가 그 병설중학교를 나왔어요. 그런데 제가 중학교를 다니던 중에 사범학교가 없어졌어요. 그래 다들 중학교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다른 데로 갔죠. 저는 그때 경안고등학교를 왔지요. 그래 경안고등학교가 제 모교가 된 거죠. 그때 친구들 중에 4.19나 5.16의 영향을 받은 친구들도 많았죠.”
그는 한일간 국교정상화 논의가 한창이던 시절 대학을 다녔다. 학교마다 한일회담 반대운동이“우리나라에 있었던 큰 사건과 변화를 모두 겪은 세대가 바로 우리예요.” 한창이었다. 대학생 데모대가 국회의사당 앞까지 진출했고, 급기야 6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되어 대학교는 휴학에 들어갔다. 그 6.3 사태의 끄트머리쯤에 선배들을 따라 해방둥이들이 가세했던 셈이다. 학교를 어떻게 마쳤는지 모르게 졸업을 하고 군대엘 갔다. R.O.T.C로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하고 나니 취업이 문제였다. 2～3년간은 취업이 안돼 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다가 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제개발이 최상의 화두가 되면서 산업현장에 일할 사람들이 부족한 현상이 나타나 너도나도 산업체로 몰려가기 시작했고, 그 영향은 학교에 있던 선생님들에게까지 여파를 끼쳐 그 시절 학교를 그만두고 더러 기업체로 자리를 옮겨간 선생님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렇게 빠져나간 자리는 새로운 선생님들로 채워졌다. 덕분에 그에게도 교직에 설 기회가 찾아왔다. 모교에 빈자리가 생긴 것이었다. 그렇게 그는 모교인 경안고등학교에서 교직과 첫 인연을 맺었다.
“우리가 대학 다닐 때 6.3사태가 일어났는데 그 영향이 우리한테는 컸지요. 동기들 중 대부분이 교직에 있는 친구들이 많죠. 그런데 게 중에 정치 쪽이나 기업 같은 데로 간 친구들이 늦게 와서는 후회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 지나 놓고 생각해보니 그때 교직을 택한 게 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어요. 다른 직업보다는 보람도 있고요. 사회에서 한 몫들을 하고 있는 제자들을 볼 때 제일 보람을 느끼죠.”

유신, 5.18
유난히도 많은 부침을 겪으며 산 시간들이었다. 때로는 그 한가운데서 또 때로는 그 변두리에서 그는 한 개인으로 그 역사의 시간들 속을 통과해 왔다.이웃이야기-98
“유신 때 제가 군대에 있었는데 그때 부재자투표를 제가 처음 했어요. 그때는 그런 투표도 처음이었고 위에서 하라니까 그냥 투표한 거죠. 그때 투표율이 99.9% 그렇게 나왔잖아요. 그런 시대를 저희가 살았죠. 그리고 5.18때는 제가 모교에 교사로 재직하던 중에 마침 기회가 되어서 미국에 2년간 공부하러 가 있을 때였는데, LA에서 텔레비전을 보는데 CNN에서 한국의 광주사태가 보도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한국에 난리가 난 줄 알고 집에 전화를 하니까 집에서는 뭐가 뭔지를 하나도 모르더라고요. CNN에서는 연일 중계가 되고 있는데 집에서는 무슨 말이냐고 그런 일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해요. 그래 81년도에 귀국을 해서 물어봐도 주위에서 다들 잘 모르더라고요. 나중에 5.18 관련 일들이 밝혀지는 걸 보면서 아 언론통제가 이런 거구나 하고 제가 실감을 했죠.”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지 않아요.”
그는 이제 노후를 앞두고 있다. 바야흐로 노후문제가 지금 해방둥이들의 화두이다. 2004년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75.5세, 그러니까 평균적으로만 봐도 해방둥이들은 앞으로 최소한 15년은 더 살아야 한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과 우리나라 고령화 인구의 추세를 보면 앞으로 평균 수명은 더 늘어날 게 분명한 일이다. 그래서 이제 해방둥이들에게는 노후가 큰 문제로 다가와 있다. 모이면 모두들 노후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이들 세대를 고령화 사회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늙어가면서 30년 이상 중년 노릇을 해야 하는 세대라고 했다.
곽만영 교장이 평교사일때 시작해 근 20년째 계속되고 있다는 선교관 “제가 지금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데 노인문제가 정말 심각해요. 아버님이 80세, 어머님이 81세신데 저희도 이제 노인이 되어 가는데, 같이 늙어 가는데..., 우리 아버님 같은 경우는 으레 니가 나를 모셔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는 세대거든요. 자식에게 미안하다는 그런 생각 같은 걸 아예 안하시는 세대시죠. 그런데 우리는 또 사정이 다르거든요. 우리 스스로도 자식에게 기대지 않으려고 하고 또 사람도 문화도 그렇게 바뀌어 가고요.”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걸 당연하게 알고 또 그렇게 살아온, 아니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그들 세대이지만,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노후를 자식들에게 기대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자식들에게 자신을 모시라고 낌새도 낼 수 없다. 그렇게 키워왔고 시대가 변했다는 걸 체감하며 살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들 스스로도 문명의 혜택을 받고 살아온 세대답게 자식들이랑 부딪치지 않고 노부부가 단촐하게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 그렇다고 약간은 섭섭하고 무언가 허전한 그런 마음마저 없다면 거짓말일 터이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들을 접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그는, 온갖 부침을 겪으면서 온몸으로 생의 한복판을 지나 이제는 한숨을 돌리려는 때에 IMF라는 때 아닌 생의 폭풍을 만나 미처 준비도 없이 조기퇴직,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황당한 퇴직을 당해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많은 또래들에 비해, 그 세대에서는 비교적 연금이 빵빵한(군인, 공무원, 교원 등) 교직에 있어서 노후걱정을 어느 정도는 덜해도 되는 편이다. 지금 생각으로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이가 많아 거동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부인과 함께 형편에 맞는 양로원에 들어가 생활할 계획이다.
“머리에서는 그런다 생각하지만 아직도 정서는 그렇지 않은 측면도 물론 있지요. 섭섭하지요. 우리 친구들 중에서도 아직 자식들이 번듯하게 잘 살고들 있는데 늙어서 자식들 떠나서 양로원 같은 데를 들어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어요. 그렇지만 우리 친구들끼리도 말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자식들한테 기대지 않고 사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자식을 위하기다보다는 내 자신을 위해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 우리가 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고 싶어요. 제가 부모님이랑 지내보니까 그래요. 나이가 많아지면서, 교장이라는 경영층에 올라오니까 혼자가 되어 간다는 걸 느껴요. 외롭다는 것을 느끼죠. 동료 선생님들도 멀어져가고 남는 건 결국 부부 밖에 없더라고요. 그래 노후는 부부끼리 오순도순 살아봐야죠.”

변해가는 학교와 제자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그리고 다시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신없이 자신을 마모시켜가면서 달려온 그들이다. 그처럼 많은 변화를 그처럼 짧은 시간 안에 다 겪은 세대는 우리 역사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제자들에 대해 이야기 말하는 동안 내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었다.“학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생활기록부를 일일이 장판지에 기록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 사이 컴퓨터가 없으면 선생님들이 업무를 못 보는 상황이 되었어요. 단순히 컴퓨터로 수업을 하고 업무를 보는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교육의 패러다임이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거죠. 저는 가끔 지금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이 아이들이 나중에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모습일까를 생각해 봐요. 그만큼 교육도 바뀌었고 그런 바뀐 교육을 받고 자란 요즘 아이들은 정말 많이 다르거든요. 예전에는 공부를 안하면 몽둥이를 들고 때려가면서 공부를 시켰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잖아요. 교직에 오래 있으면서 제 생각도 자꾸 변하더라고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공부하라는 소리만 듣고 사는 아이들인데 저까지 그러면 아이들이 숨을 못 쉴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주로 아이들의 인성 교육에 많이 신경을 쓰려고 하죠.”
“우리학교에 선교관이라는 게 있어요. 제가 미국에서 돌아오고 나서 제안을 해서 만들어서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는데, 성적이 상위권인 우수학생들을 20명 정도 이곳 선교관에 모아서 지도하는 거예요. 그런데 제가 지도를 해 보니까 사실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게 참 어려워요. 공부하느라고 다른 모든 걸 누르고 살고 있는 거거든요. 보이지는 않지만 늘 문제를 안고 있다고나 할까요. 선생님들도 정말 치열하게 공부를 해 본 사람만이 그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다고 말해요. 공부는 좀 못해도 인간적인 친구들이 더 기억에 남지요. 제가퇴직 후에는 시간을 내어 하던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싶단다. 기억나는 제자 중에 권오석이라는 학생이 있는데, 이 학생이 사고를 많이 치느라 졸업이 늦은, 동년배들보다 서너 살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복학을 했는데 아무도 담임을 안 맡으려고 하는 거예요. 그래 제가 우리 반에 데리고 있으면서 붙잡고 신경을 많이 썼지요. 그런데 나중에 이 학생이 대학교를 조리학부를 나와서 지금은 호텔에 주방장으로 있어요. 가끔 찾아오는데 정말 너무 반갑고 한편으로 보람을 느끼죠. 제가 매를 들고 때리면서 가르치던 아이들이 지금 40대, 50대인데 그런데 옛날의 그 친구들이 찾아오면 그때 맞은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맞았던 그때가 참 좋았다 하거든요. 저도 그 친구들한테 남 같지 않은 친근감을 느끼고요. 그런데 지금 30대인 제자들을 만나면 안 그래요. 약간 찬바람이 분다고 할까요. 거리감을 느끼죠. 요즘 학교에 교생 실습 나오는 20대 제자들하고는 더 하죠. 제자들이 많다보니까 가다가 교통신호 위반이 걸려도 ‘아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하고, 식당에 들어가도 인사하고 병원에 가면 의사가 된 제자도 있고 검찰청에 가면 검사 제자도 있고..., 어디를 가도 뿌듯하고 또 든든하지요. 내가 무슨 도움을 받아서가 아니고 다들 제 몫들을 하고 있는 걸 보면 기쁘죠.”

아쉬운 안동 문화
교직에 있으면서 그리고 안동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그가 절실히 느끼는 게 나보다 후배들을 키워주는 문화가 아쉽다는 점이다.
“안동은 아직 어른들이 대접받고자 하는 문화가 강해서 잘난 후배, 젊은 후배들이 선배를 앞서나가는 걸 잘 용납을 못합니다.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안동에서는 웬만해서는 잘 인정을 못 받습니다. 교회 계통에서도 안동을 떠난 분들이 오히려 다들 크게 성공해서 이름을 떨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잘나신 선배님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리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놓지를 않으려고 하는 건 물론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가지고 있는 어찌 보면 자연스런 욕심이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그걸 놓을 줄 아는 것, 은퇴를 해서 재량권을 기꺼이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그래서 더 의미가 큰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새롭게 해야할 일, 봉사
그런 그가 근간에 환갑을 겪으면서 생각해보니, 요즘은 평균 연령도 70을 넘어가는데, 다행히 연금도 70까지만 하면 본전을 찾는다는데 앞으로 새롭게 해야 할 일을 찾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란다.
“안동재활원에서 정창근 이비인후과 원장님이 봉사를 많이 하셨는데 덕분에 제가 그 안동재활원 자원봉사 일에 조금 관여를 하게 됐어요. 그래 앞으로 저도 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우리 재단에서 관계하고 있는 선교재단이 해외에 많거든요. 미얀마에도 있고 캄보디아나 베트남 중국에도 있어요. 미얀마하고 중국 신림학교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 했던 가나안 농민학교 같은 농민학교가 있어요. 거기에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60년대 70년대 같은 그런 현실이거든요. 미얀마 농민학교나 중국 신림학교 같은 경우는 제가 처음 설립할 때부터 같이 참여를 했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죠. 교장이 되기 전에는 일 년에 두어 번은 꼭 나가서 한두 달씩 선교도 하고 봉사활동을 하곤 했는데 교장이 되고부터는 방학 때도 이런 저런 공무가 많다 보니까 한 일주일 정도씩 밖에 시간을 낼 수가 없어 잠시 짬을 내 다녀오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요. 이제 퇴직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우리 삼형제중 밑에 두 동생이 다 목사 집안이지요. 집안 자체가 기독교 집안이라 종교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자연 봉사도 종교의 테두리 안에서 접하게 되었죠.”

정직하게 살아라
교직과 종교 이 두 가지가 평생 살아온 것의 다라고 말하는 그.
“저는 선교사이기도 하고 교장이기도 한데 두 가지 일이 겹치면 저는 학교 일을 우선시해요. 학교에 계시는 목사님한테 그래요 제가. 저는 학교 일을 먼저 볼 테니까 목회일은 목사님이 맡아 주시라고요. 모교가 아니라면 떠날 생각도 더러 했지만, 모교니까 또 그만큼 애착이 가서 결국 떠나지 못하고 모교에서 한평생을 보내게 되었네요. 별일이 없다면 2년여 조금 못되게 남은 시간 동안 학교나 가꾸면서 지내다 여기서 퇴직을 하게 되겠지요. 한길로 열심히 살아오긴 했다 싶어요. 대신에 돈 모은 건 없죠 뭐. 앞으로 봉사활동 하면서 연금이 있으니까 이제 그걸로 당겨 살아야죠.”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는 그게 자신에게로 돌아온다는 걸 믿으며 한평생을 살아온 해방둥이 곽만영 교장이 우리에게 말했다. 정직하게 살라고, 뭐든지 피해가지 말고 정면으로 내 몫으로 맞서면서 살라고.<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