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 2라운드(글/조동진)176개 공공기관 지방이전 확정
정부는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6월 24일 마침내 수도권에 있는 176개 공공기관을 12개 광역시도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을 내세운 참여정부가 2년간의 논의와 연구 끝에 발표한 작품으로 이제 실행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대구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해 산업지원 기능 군 3개 기관과 교육, 학술기능군 4개 기관, 기타 이전기관을 포함해 모두 12개가 배치됐고 경북은 한국도로공사를 비롯해 도로, 교통기능 군 3개 기관과 농업기원기능 군 4개 기관, 기타 이전 기관을 포함해 13개 기관이 이전된다. 전국 176개의 공공기관의 인원은 3만 2천명이며 최근 3년간 지방세 납부액은 평균 756억원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되면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비중은 85%에서 35% 수준으로 감소되고 지방세수의 증가와 지역 일자리의 창출로 지역경제의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혁신도시 건설과 병행해 공공기관 이전
정부는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들어서는 충남을 제외한 11개 시도에 혁신도시를 건설하고 이곳에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작업을 늦어도 2007년부터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혁신도시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과 지역의 산업, 대학, 연구기관, 지자체가 연계된 새로운 차원의 미래형 도시이며 공공기관 이전의 효율성과 이전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은 반드시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아래 정부는 7월까지 전문연구기관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입지선정 기준을 명시한 “혁신도시 선정지침”을 마련하고 9월까지 후보지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혁신도시 입지선정이 완료되는 9월까지 이전기관과 각 시, 도지사, 관계부처 장관은 이전이행협약을 체결하고 협약서에 정하는 시기에 따라 이전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혁신도시 입지선정과 혁신도시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내년에는 환경영향평가와 각종 인과정을 거쳐 2007년부터는 용지보상과 사옥설계, 또 본격적인 이전작업을 진행해 2012년까지 공공기관이전을 완료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전대상 공공기관은 혁신도시 이전을 원칙으로 하지만 지역특성과 이전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 제한적으로 혁신도시 이외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을 이전하는 것이 대원칙으로’ 바로 이 대목이 공공기관 지방이전 2라운드의 혈전을 야기하는 하나의 요인이다.공공기관입지선정에 갈팡질팡하는 광역자치단체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안이 발표되자마자 기초자치단체는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특히 경상북도의 경우 도지사의 혁신도시 건설은 어렵고 지역별로 분산 배치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 자치단체의 유치전을 더욱 과열양상으로 몰았다. 면적이 넓다는 것과 북부권의 낙후성을 내세워 혁신도시 2곳을 요구했다 인정받지 못한 경상북도로서는 지역특성에 맞는 기능 군을 분산 배치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한편으론 이유있는 시책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공공기관을 분산 배치하면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등 강력한 제동을 걸자 경상북도는 분산 배치는 없었던 일로 말꼬리를 내렸고 뒤이어 대구시와 공동으로 혁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안이 튀어 나왔다. 공동혁신도시 건설안이 나오자 경북지역 기초자치단체는 말할 것도 없고 경상북도의회도 공동혁신도시 불가론을 주장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경북북부지역 11개 시군은 공동혁신도시는 광역시 중심으로 변질될 수 밖에 없고 더구나 대구 인근으로 조성하면 이는 혁신도시가 아니라 대구의 위성도시에 불과해 진다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재정자립도가 평균 16%미만인 북부지역에 혁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구지역 구청장 역시 공동혁신도시 건설을 반대하며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근본취지에 맞게 분산배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공동혁신도시 건설은 기초자치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입지선정에 따른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의견차이가 워낙 커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대구지역 학계와 시민단체 등은 공공기관 이전의 파급효과를 위해서는 공동혁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특수성을 감안해 부분적으로 분산배치를 인정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광역자치단체가 풀어야할 최대 과제이자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2라운드에 사활을 건 자치단체 유치전 백태
공공혁신도시건 분산 배치건 간에 기초자치단체의 공공기관 2라운드 유치전은 한마디로 자치단체장의 운명을 건 혈전으로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도로공사 유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상주시는 공공기관 임직원에 가구당 월 20만원 상당의 농산물 상품권을 제공하고 사유지 일부 제공, 영구 임대아파트 제공, 생활안정자금 무이자 융자, 특수목적고 설립, 문화행사 무료입장 등을 내걸며 물량공세를 펴고 있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심에 있고 사통팔달의 교통망에다 광대한 평야지 등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 판단하고 있는 상주시는 도로공사의 경북이전은 상주시가 범시민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 서명운동과 대정부 홍보활동을 벌인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며 도로공사 상부 유치의 당위성을 외치고 있다. 문경시 역시 폐광지역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녀학자금 제공, 배우자 취업알선과 주거환경 조성 등의 인텐시브를 내세우며 한국전력기술의 유치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는 안동댐과 임하댐 등 2개의 댐이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경북 북부권 자치단체와 연대해 공공기관 유치전에 나서면서 이미 한국전력기술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의 의사타진과 함께 주택보급율 실태와 의료시설, 교육여건과 문화적 기반 등의 장점을 내세워 홍보에 나서고 있다. 이번에 경북으로 확정된 한국전력기술은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기관으로 본사 인원이 1,793명으로 176개 이전대상 기관 가운데 최대 규모로 문경은 물론 안동, 경주시 등 여러 자치단체의 유치목표가 되고 있다. 포항과 경주, 영천, 영덕, 울진 등 동해안 지역자치단체는 동해안권에 공공기관에 유치하는데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하는 등 경북지역은 이미 이해관계에 따라 자치단체간 연대 또는 독자노선의 합종연횡이 기승을 부리며 유치전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르고 있다. 이밖에 김천시와 경산시, 군위군, 칠곡군도 대학과 연대하는 등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공기관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들의 무리한 구애작전은 오히려 자치단체의 재정에 짐이 될 수 있고 기초자치단체간 첨예한 이해관계로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공공기관 이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정치적 판단에 따른 나눠먹기식 입지선정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공공기관이전 분산이냐, 집중이냐? 앞으로의 과제
정부방침을 전제로 한다면 공공기관은 분산배치가 아닌 혁신도기 일괄이전으로 진행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들은 혁신도시 일괄이전은 지역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심화시켜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이전취지에 역행한다며 기능 군별로 분산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지만은 그 목소리는 메아리가 없어 보인다. 정부 스스로가 예외상황을 인정하는 터라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혁신도시 일괄이전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습이다. 일괄이전은 말 그대로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지고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양상이 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의 이러한 유치경쟁은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마다 공공기관 유치에 “올 인”을 하다보니 유치가 무산되면 단체장의 정치력은 땅에 떨어지고 내년 선거에도 심각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뻔해 입지선정 결과를 과연 순순히 승복할지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시군민의 혈세를 기준도 없이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공공기관이전은 자치단체의 유치경쟁과는 별도로 이전기관의 선택에 크게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이들 이전기관은 자체적으로 협의회를 구성해 혁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현지답사에 나서고 직원을 대상으로 입지 선호도와 혁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현지답사에 나서고 직원을 대상으로 입지 선호도와 입지선정의 주요소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 나서는 등 이들 나름대로 이전 준비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당연히 수도권과의 접근성, 주거 환경, 교육 여건 등을 고려해 대도시 주변의 혁신도시 입지를 내심 기대한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아무것도 얻지 못한 낙후된 지역의 상실감과 박탈감은 차라리 공공기관 이전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입지선정기준인 업무의 효율성, 형평성, 지역의 낙후성 그 자체가 서로 모순되는 개념으로 양립하고 있으니 어느 기준을 강조해서 결정해야 할지는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이다. 공공기관이전의 지나친 경쟁으로 자칫 지역민의 분열이 우려되고 이전 거론지역의 부동산 불안까지 야기되는 것도 풀어야할 숙제다. 뿐만 아니라 상당기간 가족과 생이별해야하는 이전기관 직원들의 분만과 수조원이 소요되는 이전비용의 문제, 이전에 따란 업무효율성의 저하문제 역시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이다. 집중이냐, 분산이냐?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어느 누구도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다. 혁신도시 일괄이전이 원칙이라지만 정부 스스로 지역의 특성과 이전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면 제한적으로 혁신도시 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인정했듯 그러한 예외적 특수성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있을 때 진정 참여정부의 대역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지 않을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