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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상주참사(글/조동진)

어이없는 상주참사, 무엇이 문제인가?
10월은 가히 축제의 계절이라 할 만큼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자치단체마다 별의별 이름을 붙인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민의 화합을 다지면서 자치단체장의 선전효과까지 곁들여진 지역의 축제는 이제 민선자치시대의 자연스런 풍속도가 되고 있다.
축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사하고 중복되거나 즉흥적인 축제의 지나친 남발은 예산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이번 상주 자전거축제에서 볼 수 있듯 사상 초유의 어처구니 없는 참사까지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자치단체 축제는 공식적으로 412개에 이르고 있지만 이는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를 말하는 것으로 특별한 이벤트로 열리는 기획공연이나 소규모 축제를 포함하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상주 자전거축제 참사의 발생과정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전국 자치단체 축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상주 자전거축제 마지막 행사, 가요콘서트
10월 3일, 전날 계속 내리던 비가 그치고 날씨가 좋아지면서 각 지역의 축제는 개천절 연휴를 맞아 절정에 올랐다.
북부지역만 하더라도 안동국제탈춤축제와 안동문화제가 열렸고 영주 인삼축제와 상주 자전거축제가 거의 동시에 열리면서 북부지역은 축제분위기에 무르익고 있었다.
상주 자전거축제는 자전거 대회와 한우불고기 축제 등 부대 행사를 마치고 3일 저녁 7시 축제의 대미로 MBC의 가요콘서트 프로그램을 유치해 공연하기로 하면서 한달 전부터 언론매체를 통해 농촌 읍면지역 골골이 홍보에 나섰다.
행사 당일 수시간 전부터 남녀노소 관람객들은 몰려들기 시작해 행사가 열리는 상주 시민운동장 주변에는 2만여 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고 사고가 났던 3번 출입문에는 5천여 명이 뒤엉켜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저녁 6시에 입장계획이었지만 5시 40분쯤 갑자기 문이 열리자 관중들은 썰물처럼 밀려 들었고 맨 앞에 서있던 사람들 가운데 노인과 어린이가 넘어지자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쓰러졌고 뒤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앞좌석에 먼저 앉기 위해 쓰러진 사람들을 밟고 운동장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과 10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쓰러진 사람들을 밟고 지나가면서 밑에 깔린 사람들은 말 그대로 압사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넘어져 겹겹이 쌓인 사람들을 짓밟고 지나가니 쓰러진 노인과 어린이의 경우 어찌할 방법도 없이 죽임을 당한 것이다.
언론보도에 초기 생생한 장면을 확보하지 못해 끔찍한 영상이 없었지만 현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상황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고 특히 숨진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그러진 모습이었다고 한다.
결국 11명 사망에 90여명의 부상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에 든다는 나라에서 도대체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문화적 빈곤과 대중문화의 갈증이 낳은 비극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 없는 참사다.

총체적인 부실로 인한 예고된 인재
참사가 발생하자 너무나 어처구니 없이 발생한 사고의 성격 때문인지 지방에서 일어난 웬만한 사고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던 중앙사 언론도 이번 사고에는 기자들을 대거 상주에 급파해 취재에 열을 올렸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발생했는지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면서 하나씩 그 원인이 밝혀지기 시작했고, 기획과 준비과정, 행사진행의 총체적인 부실이 낳은 인재로 결론지을 수 밖에 없었다.
상주시는 지난 8월 MBC에 가요콘서트의 상주 개최를 의뢰했지만 MBC는 행사장의 문제점과 행사대행업체의 경험부족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상주시는 행사진행과 안전관리 등의 모든 문제는 상주시가 책임진다는 문서를 보내며 다시 한번 의뢰를 요청했고 MBC는 행사개최를 수락했다.
문제는 상주시가 위탁한 행사기획사의 회장은 김근수 상주시장의 매재로 행사 계약 과정이 문제 투성이었음이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는 것이다.
행사기획사는 MBC에 1억 3천만원에 계약했지만 상주시로부터는 1억원을 받았고 거기다가 경비업체에 2천만원을 주기로 돼 있어 결국 기획사는 처음부터 5천만원을 손해보고 행사를 밭은 것이다.
기획사는 상주시로부터 1억원이라는 적은 돈을 받은 대신 자전거 축제기간동안 진행된 한우불고기 축제, 야시장 개최 운영권 등을 모두 따냈다.
여기에서 밑지는 돈을 만회하고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이었고 상주시는 운영권을 주는 대신 적은 돈으로 가요콘서트를 개최할 수 있으니 서로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물론 상주시장은 기획사 대표가 매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어떠한 특혜를 준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기획사는 MBC에 4천만원만 입금하고 9천만원을 입금하지 못하자 상주시에 전후 정산을 약속하며 9천만원을 대신 MBC에 입금시켜 특혜의혹을 불러 오고 있다.
처음부터 재정능력없이 행사를 진행한 기획사는 한우불고기 축제 때의 소고기 납품비와 천막설치비, 음료비, 인부 인건비, 아르바이트생 임금 등을 일부 밖에 지급하지 못해 납품업체의 피해규모가 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기획사는 행사당일까지 경비업체에 지급해야할 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행사진행에 어려움을 겪자 상주시가 지급보증을 선 뒤에야 행사당일 늦게서야 경비업체 직원들이 질서유지에 나섰으니 사고는 이미 이때부터 싹트고 있었다.
경비업체 역시 행사 당일 50명을 주변에 배치해 질서정리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정작 20여명만 배치했을 뿐이고 수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행사에 고작 모범운전자회 30명과 해병전우회 40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교통관리 대책을 세웠을 뿐이다.
여기서 경찰 역시 무대 주변에 경비요원으로 15명만 출동시킨 것이 전부로 상주시와 기획사, 경찰간에 경비병력 요청을 둘러싸고 떠넘기기에 나서고 있어 경찰도 이번 사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결국 이번 참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계약 과정, 행사장 정리 등에 이르기까지 편법과 특혜성 논란이 판치는 총체적 부실 속에 빚어진 것이다.
공연을 녹화 중계하기로 했던 MBC도 유가족들에게 유감의 뜻과 함께 사태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공연행사와 안전관리에 제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공무원 금품수수 확인
사고가 발생하자 상주경찰서장은 지휘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됐고 기획사 관계자와 상주시 공무원, MBC 직원 등을 대상으로 한 다각적인 수사 끝에 기획사 대표와 기획사의 자회사 대표, 경비업체 대표 등 3명이 구속된데 이어 상주시 관계자도 몇 명 사법처리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기획사측은 공무원에게 160만원을 건넨 사실이 밝혀졌고 수사가 진행되면서 추가로 310만원이 건네진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처음에 기획사로부터 160만원을 받은 공무원은 지역 기자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나눠 줬고 나중에 받은 310만원은 3명의 공무원이 70만원을 나눠 가졌을 뿐 나머지 240만원은 배달사고인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실무 간부 공무원에 대한 조사에서는 담당자들의 책임을 미루며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등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려는 공무원이 없었던 것도 씁쓸한 대목이다.
반면 참사과정에서 유족들은 사고발생원인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규명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깨끗하게 3일장과 5일장으로 장례를 치러 떠넘기기에 급급한 공무원의 행동과는 대비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 주었다.
상주시민 역시 성금모금 모임을 구성하고 범시민적인 희생자 돕기에 나섰으며 상주시내 유흥업소는 하루를 정해 유족들과 참사를 애도하는 휴업을 결의하는 등 슬픔을 함께하는 시민의식을 보여 주었다.

급조된 축제에서 기획된 축제로
자치단체 축제의 대부분은 의례히 노래자랑이나 장기자랑, 특산품을 내세운 아가씨 선발대회, 음식축제, 연예인 초청공연 등 판에 박힌 행사로 일관하고 있다.
또한, 정작 주인인 시민은 참여하지 못하고 보는 축제에만 머무르면서 지역성 또한 거의 반영되지 않는 축제로 변질되고 운동장이나 체육관 같은 지극히 제한된 공간 속에서 진행되는 자치단체장의 선심성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이마저 문화적 전통이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기획과 준비에서 나오는 축제가 아니라 갑자기 급조된 축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대형 연예인 초청행사가 포함되는 축제는 면밀한 준비과정 없이 돈으로만 치러지는 일회성 축제로 그쳐 상주참사와 같은 사고요인이 되고 있다.
지역특색을 살리고 지역민의 문화역량과 지역민의 참여 속에 장기적인 기획과 프로그램으로 축제를 진행시킨다면 이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상주참사는 또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나라에 사는 시민의식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화상이다.
총체적 부실이 가져다 준 인재임에는 틀림없지만 그에 앞서 유치원 때부터 배워왔던 시민질서의식이 완전히 실종돼 버린 사건으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곰곰이 성찰해 볼 때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