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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오프로드 클럽(글/이효진)

누구나 ‘오프로드(off-road:일반 포장도로를 벗어난 주행)’란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길이 아닌 길을 자동차로 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스릴, 그 묘한 매력에 빠진 사람들을 만났다.
옥동의 한 식당에서의 만남. 동호인 몇몇이 만나기로 했다는 장소에 기꺼이 우리를 불러주었기에 가능한 만남이었다.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하는 남욱원(29)씨와 이동현(27)씨는 활기차보였다. 회원의 대부분이 20대 후반이나 30대란다. 역시 역동적인 오프로드를 즐기는 동호회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식사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 최연장자이자 회장인 홍석태(34)씨와 이동현(28)씨가 도착하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정회원수가 49명이고, 오프라인상 활동하면서 자주만나는 회원이 한 열명 정도라고 한다. 처음에는 한 차종의 이름을 걸고 시작됐지만 점점 사람이 모이는데 차종은 제각기였다. 그래서 새로운 까페를 개설하고 2004년 4월에 ‘안동 오프로드 클럽(cafe.daum.net/andongoffclub)’이란 이름을 걸고 다시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차종에 국한되지 않고 오프가 좋으면 누구나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동호회로의 탈바꿈이었다.
이들이 모일 수 있었던 계기는 한마디로 ‘차가 좋아서’, ‘오프가 좋아서’ 였다. 그랬던 것이 ‘이제는 사람이 좋아 만난다’면서 웃는다. 동호회 회원들은 그 좋은 사람들과 어디를 가는 것일까.
“요즘은 어딜가도 길이 잘 되어있어서 코스가 많이 한정되어 있죠. 멀리는 못가고 주변으로 자주 갑니다. 오프차량들이라서 승차감이 나쁜 관계로 멀리가면 피곤하고 먼 곳에서 차량에 트러블이 생기면 복귀하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걸릴 수 있어서 가까운데로 주로 가죠.”
안동에서 구미로 칠곡으로, 이들은 주변 지역을 많이 돌아보았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작년에 비가 삽시간에 엄청 왔을때가 있었잖아요. 안동댐 가기전에 법흥동 기찻길 굴다리 밑에 물이 다 차서 어떤 아주머니가 그리로 갈려다가 엔진이 물 먹고 서버렸어요. 물은 자꾸 불어서 차가 거의 다 잠겼죠. 레카차도 손 못쓰고 있는걸 석태 형님이 윈치로 구난 해준 적이 있어요. 갑작스럽게 많이 온 비라서 주변에 물이 화장실 넘쳐가 나온 물도 있고 엄청 더럽더라고요. 그거 다 하수구 물인데. 거길 석태형님이 들어가서 와이어 걸고 끌어내왔어요. 그걸 방송국에서 찍어갔는데 그날 뉴스 보니깐 얼마 안나오더라구요.”
왁자지껄 웃는 사람들에게 홍석태씨가 한마디 던진다.
“나 그거 하고 여기 배위까지 전부 두드러기 났잖아. 온몸에 두드러기 나가지고.”
그 말에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이동현(28)씨가 또다시 홍석태씨의 자랑과 더불어 오프로드 자랑에 나섰다.
“(오프로드를 하다가) 진흙뻘에 차가 빠졌잖아요. 발이 쭉쭉 빠지는 곳에 누가 들어가고 싶겠어요? 근데 우리 석태 형님 같은 경우는 나이도 젤 많으신데 제일 먼저 바지 걷어 가지고 들어가세요. 형님부터 솔선수범하시니깐 밑에 우리들은 더 열심히 안할래야 안 할수가 없죠. 이런 자발적인 마음이나 협동심이 없으면 오프로드 못해요.”
아까부터 이야기 중간중간에 나오는 말은 ‘차가 빠진다’느니,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져서 사람들이 반대편에 매달린다’는 거였다. 오프로드를 하면서 고생이 많았던 것일까?
“차량이 고장나서 못 나오는거가 다 고생이라, 현지에서 맞는 부품을 다 조달할 수 있는 것도 아이고, 거기 서가지고 차를 버리고 가야 되나 아니면 다른 사람 차 타고 가야되나 엄청 고민해요.”
“예전에 예천으로 오프갔을때는 차량 한대가 빠져서 구난하다가 구난하던 차량까지 빠지고 거기에다 비까지 와서 레카는 아예 들어올수도 없는 곳이라 전부 차를 내버려두고 그 먼 산속을 걸어내려와서 그 다음날 포크레인을 불려서 빼냈죠”
“매번 오프 갈때마다 고생은 하지만 다 지나고나면 고생한게 젤 기억에 남고 그런게 다 재밌었던 추억이죠.”
이들은 그런 고생담을 이야기할 때조차도 즐거워 보였다. 다같이 도와가면서 간다면 못갈 것도 없다는 태연스런 말투들이다. 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엄청 고생스럽지 않았을까 싶다. 고생과 함께 하는 오프로드, 과연 이들은 어떤 이유로 오프로드를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것일까? 중간에 한번 오프로드를 쉬었다가 잊지 못해 다시 시작했다는 이동현(27)씨는
“.......몇번의 실패를 거듭해도 포기하지않고 도전해서 언덕하나 넘고 장애물 하나 넘을 때의 그 스릴과 짜릿함 그리고 난 뒤의 성취감. 그 맛에 하는거죠.”
라고 대답했고, 회장 홍석태씨는
“힘든 장애물이 있으면 다들 도와가지고 넘고, 거기서 성취감과 팀웍이 생기는거죠.”
라고 말한다.

이들은 오프로드를 하면서 속상했던 적은 없을까? 마냥 밝고 즐거워 보이는 이들은
“일부 사람들이 저희를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신다는거죠. 차량이 눈에 잘 띄어서 그런지 같은 짓을 해도 나쁜 소릴 더 많이 듣는 거 같아요. 그래서 항상 안전운행과 솔선수범을 할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자연파괴한다는 소리도 있는데 저희는 오프가면 항상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않을려고 노력하고 자연 그대로를 즐깁니다.“
“우리는 자연 그대로의 길을 가면서 즐기는 거지, 자연파괴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거든요. 우리가 차 가게 할라고 돌 여기 있던걸 절로 던져놓고 하진 않아요. 자연 그대로의 길을 가는거죠.”
여기저기서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오프로드를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그들의 하소연에 미안해졌다. 동호회 회원들은 이런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다고 했다.
“레카도 못들어 가는데 있으면 우리한테 연락을 하면 끌어내주고 하는거죠. 지금도 한두달에 한번씩 연락받고 나가요.”
“구조대나 쓰레기 수거 그런 활동을 계획 잡을라카고 있어요. 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니까 우리가 스스로가 바꿔놔야죠. 취미활동으로 그치지않고 좋은 일을 해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부담일수도 있기에 규칙이나 회비같은 것은 애초부터 없고, 아무리 친하더라도 동호회 회원간 높임말을 써주고 예의와 선을 지킨다는 ‘안동 오프로드 클럽’은 그들의 젊은 모습 만큼이나 자유롭고 쾌활해보였다.
‘길이 끝나는 곳에 우리의 길이 시작된다’
이 말은 일반적인 길, 일반 사람들이 다니는 포장된 도로의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이 시작된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이들이 포기하고 더 이상 가지 않는 길을 과감히 간다’는 의미로.<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