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V 안동총회의 성과와 과제(글/권두현)
189개국의 회원국(군도 포함)을 가진 유네스코 산하단체인 IO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Folk art)총회가 안동에서 열렸다. 당초 100개국 이상이 참여하리라고 예상했지만 미국과 한국의 비자를 받지 못하여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대거 불참한 관계로 74개국 102명과 요르단 문화부장관 등의 초청귀빈이 참여한 가운데 28일부터 30일까지 3일 동안 개최되었다.
28일 개회식에서는 IOV 추진위원장인 안동시장과 칼멘 페딜라 회장의 연설과 함께 유네스코 대사로 온 Ms.Beatrice kaldu가 유네스코 활동과 관련된 내용의 발표가 있었고, 막사이사이 재단 이사의 초대 강연이 있었다. 칼멘 페딜라 회장과 Ms.Beatrice kaldu 유네스코 대사의 강연은 현재 유네스코가 각 국가의 동의를 구하고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논의를 강조하였고,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내용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어떤 이해를 가지고 있는가가 주를 이루었다.
이후 각 대륙별로 자신들의 입지에 맞는 다양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발표된 내용은 각 지역의 문화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대체적인 흐름을 이루었으며 특히 민속문화, 무형문화를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일부 발표는 지역성을 담보한 민속문화가 최근 유네스코와 관련된 문화적 다양성의 흐름에 근거가 되며, 이것이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IOV 설립취지와도 관계를 설정하고 있기도 하였다. 모두 8인의 지정발표자에 예비발표자 4인이 포함되어 12인이 발표하였는데 이들의 발표는 현재 세계문화예술 관련자들의 관심사항이 어떤 것인가를 파악하게 하였다.
일부발표자의 경우 문화재의 보호와 계승 그리고 연구와 더불어 인력양성, 현대적인 감각을 덧보태는 길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도 강렬하였다. 자국과 자신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화행사의 홍보와 IOV 총회에 참여한 국가들의 지원을 호소하는 발표도 2~3건 있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이러한 민속과 무형문화 계승의 계기로 축제를 활용하는 논의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현재 한국사회 상황과 매우 흡사하여 비록 지역은 다르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특히 계승관계에서) 관심사항은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하였다.
안동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안동지역 유교의 건강성을 세계적으로 이해시키는 작업을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유교문화에 대한 발표가 기조강연을 포함하여 3건이 있었고 그중 안동유교문화자산에 대한 상세한 자료도 표로 제시되었다. 이번 IOV 안동총회의 주제로 선정된 “일상적 삶의 가치” 또한 유교문화의 가치를 표제화한 것으로 참여자들에게 각별하게 다가갔다.
한편 IOV 안동총회가 열리기 전인 7월에 추진위원장인 안동시장과 IOV회장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회관을 방문하여 월드헤리티지센터와 “아시아 유교문화 가치보전을 위한 교류협력” 서를 인증한 바 있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고이치로 마츠라씨를 만나 아시아적 가치, 특히 유교문화의 가치를 가진 안동문화에 대하여 각별하게 논의한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유네스코 측은 두가지 문제를 제기하였는데, 하나는 대한민국 안동이 가진 유교문화 가치를 21세기 세계인들에게 알리는 홍보활동이며, 두 번째로 안동이 다른 지역과 다르게 유교문화 가치를 어떻게 건강하게 유지 계승하고 있는가를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류가 가진 문화적 다양성 속에서 안동이 가진 문화적 의미는 어쩌면 우리만의 자족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유네스코 방문에서 느낀 것은 세계문화는 각각의 다양성 속에서 자신들의 의미를 가꾸어 왔고, 안동 역시 그러한 고장 중 하나라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안동이 가진 문화는 분명 의미있는 것이며, 다만 안동이 보다 건강함을 유지하고 문화적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유네스코가 권장하는 일면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IOV 폐막일인 30일에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 외무부장관 호세라모스의 강연이 있었다. 그는 동티모르 독립과 관련되어 문화와 평화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설명하는 자리였고, 참여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폐막식에 앞서 안동전통문화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전통문화가 문화다양성과 문화다원주의, 그리고 문화권리의 확보와 실행에 기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밝히는 한편, 각국 정부와 민간단체, 시민사회에 전통문화의 보존과 육성을 위해 협력해줄 것을 권고” 하는 합의문이었다.
이 선언문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제1장 전통문화의 성격, 제2장 전통문화의 현실적 효용성, 제3장 전통문화와 문화다양성, 제4장 전통문화와 문화권리, 제5장 전통문화와 문화다원주의에 대한 규정과 함께 제6장은 전통문화의 보존과 육성을 위한 실행계획으로 6-1 전통문화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연구, 6-2 전통문화 교류의 제도화와 지역간 협력, 6-3 전통문화관련 포럼의 정례화, 6-4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한 문화산업의 육성을 제안하고 있다. 이러한 안동전통문화선언문은 이제까지 전통문화에 대한 선언문이 없었고, 또한 안동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때 선언의 충분한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어떻게 안동문화를 응집시키고 세계화하며, 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단초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IOV 안동총회에서 외형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국제적인 문화행사를 치루었다는 사실이다. 안동시, 국학진흥원 그리고 지역 문화단체들이 국제적인 문화행사의 경험을 가졌다는 그 자체로 안동문화의 자긍심과 역량이 높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혀 IOV 행사기간 내내 진행된 문화예술행사와 전시는 IOV회원 국가들에게 커다란 이미지로 다가갔으며 IOV 회원단체 국가에서 안동을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건의하고 동의한다는 건의서 채택도 향후가 기대되는 성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이번 IOV 주제였던 “일상적 삶의 가치” 속에서 찾아져야 하지 않을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