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미래의 재미있는 여행(글/김수형).jpg)
내가 하는 일은 어린이들에게 체험학습을 시키는 일이다. 요즘에는 체험학습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다. 그러나 막상 체험학습이 뭐냐고 물으면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의 우리 동료들도 잘 모르고 있었다. 일을 시작하고 영업을 위해서 전화를 하고 노리누리와 체험학습에 관해 설명을 하면 그게 뭐냐고 묻는 분이 대부분이었고 체험학습이 뭔지 안다고 해도 대부분 그저 관광으로 알고 있었다. 1960년대 이전부터 수학여행은 지금과 같은 형태였고 관광도 지금과 같은 형태였다고 하니 그렇게 인식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바꾸어 우리의 관광과 여행을 조금 짚어보고 가고 싶다. 관광이 무엇이냐고 하면 많은 사람이 “중국의 고사에～～”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며 책에도 그렇게 적혀있다. 그러나 자세히 집어보면 재미난 부분이 많다. 어찌 보면 재미난다고 하기보다 가슴이 아픈 역사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관광은 두 가지가 있다.
관광이라고 다 같은 관광이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을 나는 “식민지 순례형” 관광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을 왜하느냐 하면 과거 유럽에서 최초에 이루어진 투어가 만국박람회를 둘러보는 단체관광이었기 때문이다. 이 관광을 시작으로 단체가 하는 여행과 관광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태의 관광은 주로 제국의 국민들이 지배국인 식민지를 둘러보는 형태이고 보여지는 대상 또한 재국보다 미개하고 야만적인 모습이었다. 그때의 만국박람회 또한 그러했다. 세계 각처에서 진귀한 것들을 모아왔는데 그중에는 아프리카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니 어떠했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우리들 중에서도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관광을 이러한 형태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실상 많은 사람들이 국내에서도 이러한 관광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식민지 순례형 관광” 은 자기들 보다 미개하고 원시적이며 야만적인 곳을 봄으로써 보는 이가 그보다 나은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관점으로 관광지를 둘러보기 때문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 “식민지 순례형” 에 반대되는 형태를 말하고 싶다. 반대되는 형태는 “성지 순례형” 이다. 이 말을 들으면 “식민지 순례형” 과 “성지 순례형” 의 차이를 아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성지 순례형” 은 많은 유학자들이 중국의 공자?맹자의 고향을 찾는 것과 같고 불교신자들이 인도의 성지를 찾는 것과 같고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을 찾는 것과 같다. 이들은 그 곳을 지키고 싶어 하고 그 곳에 다시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
우리나라의 많은 관광객들은 안동의 하회마을을 다녀가면서 다시 오고 싶어 하지 않아 한다. 하회가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지 모르지만 현대와 동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는 우리가 서구적인 “식민지 순례형” 관광에 찌들어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때 시작된 관광을 그대로 지금까지 답습하면서 일본인의 시각인 제국주의자들의 시각으로 우리의 문화를 업신여겨왔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한국 관광회사는 대부분 내국인을 위한 국내 관광가이드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많은 관광회사들이 여권과 비자발급을 대행하거나 버스를 임차해주는 것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물론 몇 군데 예외적인 곳도 있다.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우리나라의 수학여행을 1960년대와 무엇하나 바뀐 것이 없다. 지저분한 숙소, 맛없는 식사, 줄을 서서 이동하며 관람하며 사람이 많으면 다보지 못하는 문화유적과 전시물, 하나하나를 제대로 보고 이해하기보다 사진촬영이 목적인 듯한 관람형태 이러한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노리누리』가 하고 있는 체험학습은 관광은 아니지만 이러한 모습을 바꾸고 싶어서 젊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고 이를 후원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신다. 이 것이 노리누리의 복인 것 같다. 노리누리는 일차적으로 “성지 순례형” 학습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도 제공하고 싶다. 물론 하나하나 그 뜻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말 못하는 문화재와 대화하려 노력하도록 아이들을 학습시키는 것이 노리누리의 목적 중에 하나이다.
짧은 시간동안 쌓인 노하우
얼마 전에 서울 여행사관계자가 노리누리사무실을 방문했다. 물론 서울에서부터 노리누리를 찾아서 온 것은 아니다. 안동에서 노리누리를 응원해주시는 분이 소개를 해주어서 찾아왔다. 안동 코스를 개발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것저것 코스와 프로그램을 소개하니 그렇게 뭐든지 다 말해줘도 괜찮은 것이냐고 물어왔다. 지금 말한 것은 일, 이년 이일을 하면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 상대방이 웃기만 했다. 그리고 노리누리 회의에서 그 이야기가 나오자 모두 말해도 될 만큼만 말했다고 했다. 이렇게 나에게 글 쓸 기회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 그 노하우를 조금 풀어놓으려고 한다. 노리누리는 어린이들과 많은 행사를 하고 있다. 노리누리에서 하는 행사에서는 밥이 일정의 정시에 나간 적이 없다. 언제나 일정보다 조금 늦게 나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즘 아이들은 먹을 것이 풍부해서 음식을 잘 먹지를 않는다. 하지만 노리누리 행사에 오면 언제나 잘 먹는다. 이유는 간식을 노리누리에서 적시에 주고 아이들을 많이 움직이게 하고 밥은 일정보다 조금 늦게 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단체로 어린이들을 데리고 식당에 가면 식당 쪽에서 일방적으로 메뉴를 바꾸어버린다. 이유는 아이들이 음식을 남기고 다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노리누리에서는 매번 식당 쪽을 설득해서 언제나 어른들과 같은 음식이 나가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평소에 잘 먹지 않던 나물과 젓갈류까지도 잘 먹는다. 이것이 노리누리의 노하우라고 하겠다. 그리고 간식을 통제함으로 해서 아이들은 차멀미를 유발하는 음식을 먹지 않게 되어 편안한 이동을 하게 되고 학습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노리누리의 또 하나의 노하우는 안전을 중요시 하는 부분이다. 노리누리 행사에서는 지도자들이 위험한 길목에 언제나 서서 어린이들이 안전을 확보한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행사가 많기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많이 들리게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경우 시속 100킬로미터 이상의 고속으로 달리던 차량이 휴게소를 진입을 하며 아이들은 버스가 주차하는 가장 바깥쪽 주차공간에서 휴게소까지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가장 높다. 이 구간에서 지도자가 차량이 소통하는 통로를 지켜주면 어린이들의 안전이 자연히 확보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안전 확보방법이 휴게소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거의 보지를 못하고 있다. 이러한 노하우는 하루빨리 서로 공유하여서 아이들의 안전이 확보되어야할 것이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노하우가 있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노리누리가 하고 있는 일들
여름방학이 시작되자 많은 일들이 몰려오고 있다. 올해 들어서 노리누리는 남해만 10번 정도 다녀온 것 같다. 강화도도 7번 정도 다녀왔다. 갔던 곳을 또 가고 또 가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남해의 생태와 임진왜란 때의 국난극복에 대해서 무수히 이야기를 나누었고 강화도에서는 강화도의 지형과 환경 그리고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해상 관문의 역할에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노리누리는 많은 행사를 할 때 꼭 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공부하러 가는 지역에서 가능하면 그 지역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며, 그 지역에 맞는 놀이를 해야 하며, 그 지역에 맞는 공예체험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놀이와 만남으로 인해서 아이들은 그 지역의 역사적인 의미와 지역적 특성을 더욱 잘 인식하게 된다.
작년에 처음으로 부산의 명덕초등학교 수학여행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올해도 부산 명덕초등학교의 수학여행을 진행하였고 안동강남초등학교의 수학여행도 진행을 맡게 되었다. 가을에도 부산의 몇 학교와 수학여행진행이 약속되어있다. 수학여행을 하면서 참 아쉬운 것은 안동에 200명 이상의 어린이를 수용할 숙소가 없는 것이다. 여관, 모텔, 호텔이 있지만 어린이들을 재우기에는 좋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안동은 아이들의 평생의 추억이자 학습의 장으로써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숙소를 타 지역으로 옮기고 일정도 거기에 맞추어서 움직이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참 안타깝다. 타 지역보다 안동을 더욱 잘 설명하고 체험시킬 수 있는 데에도 불구하고 숙소가 없어서 안동에서 활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매우 안타깝다. 우리 같은 회사가 힘을 얻어서 타 지역 학교의 수학여행과 학원 등의 체험학습을 많이 진행하게 된다면 안동에 머지않아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양질의 숙소가 생겨날 것을 기대해 본다.
노리누리의 꿈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에게 묻는다. ‘평생 체험학습진행 할 거냐?’고 그럼 우린 이렇게 말한다. ‘아뇨! 딴 거 할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그리고 그런 정신으로 어떻게 교육 사업을 하냐고 한다. 하지만 우린 생각이 다르다. 우리 같은 회사가 없으면 참 좋겠다. 옛날엔 이런 회사가 없었다. 세상이 변해서 이런 회사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전국을 다니면서 체험학습을 하는 요즘 아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학교와 학원 그리고 체험학습 다니느라 어른보다도 더 빡빡한 스케줄로 움직이는 아이들이 불쌍하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공부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사 속에는 참 재미난 사람도 많고 재미난 이야기도 많다. 물론 역사만은 아니다. 많은 것이 재미있어졌다. 아이들도 이러한 재미를 알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다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얼마 전 충주아이들이 안동에 체험학습을 와서 들었던 덕담이 생각난다.
“사람이 돈을 많이 벌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요. 돈을 많이 벌려면 같이 많이 벌어줄 사람이 있어야해.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봤자 잘 쓰지 못하면 그만이야. 밥 많이 먹는다고 세끼이상 먹지 않고, 맛 나는 것만 많이 먹으면 뭐가 맛있는지 잊어버려.”
예전엔 이렇게 우리주위에 덕담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다. 지금 아이들은 우리 같이 대학을 졸업한지 얼마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세상과 공부를 배운다고 빠듯한 스케줄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일생의 노하우가 쌓여있는 어르신들이 하셔야 할 일을 우리 노리누리가 하고 있으니……. 노리누리는 놀이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할 것이고 그런 세상이 오면 딴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노리누리의 역할은 과거와 현재의 만남을 주선하고 재미없는 것의 재미를 찾아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과거를 아는 문화재와 어르신들 그리고 미래를 살아가 아이들의 만남, 그것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