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글/이효진).jpg)
바야흐로 여름이다. 매미가 나무 그늘에 숨어 자지러지듯 울어대고, 해는 아스팔트 위의 사람들을 흐물흐물 녹아내리게 만든다. 이런 때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당연히 시원한 물가다.
여름 한철 물가에 있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며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동 수상스키 동호회원들이다. 물살을 가르며 시원하게 수면 위를 활주하는 수상스키. 그 매력에 빠져든 사람들을 만나보자.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고 돌아돌아 간 곳은 임동면 중평리 임하댐에 있는 수상스키 선착장이었다. 휴일이었고 날도 더웠던 탓인지 사람들이 꽤 몰려 있었다. 언젠가 본 신문에서 안동이 수상 레저로 유명해 지고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얼핏났다. 동행 중 하나가 안동 사람들만 잘 모르지 다른 지역에서는 안동이 수상 레저로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주차해 있는 차번호판의 지역도 경기, 대구 등 전국구다.
주차된 차들을 지나 선착장으로 가기 위해서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갈 때마다 시원한 기운이 나에게로 쭉쭉 뻗어오는 것 같았다. 역시 이래서 여름에 물을 찾는 구나 싶었다.
선착장은 물에 둥둥 떠있는 것이 모터만 달면 배처럼 물위를 떠다닐 것 같다. 선착장에는 사람들이 복작 거린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만나고자 했던 수상스키 동호회 회원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동호인 한분께 물어봤더니, 주로 가족끼리 모인다고 대답한다. 아이들이 어려서 그렇지 조금만 더 크면 수상스키를 가르칠거라며 웃는다. 온가족이 같은 취미를 즐기는 가족이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자리를 잡고 앉아 회장 장갑수(39)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약간은 생소한 수상스키 동호회가 시작된 계기가 궁금했다.
“동호회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그게, 원래 4～5년 동안 있었지만 제대로 운영이 안되는 상황이어서 동호회식으로 운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호회식으로 운영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이 모여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5명이었죠. 그렇게 제대로 운영되기 시작한 것이 2년 정도부터예요. 매달 한번씩 모이고 하게 된 것이. 지금은 친구들, 선후배들이 모여 7명이 가입돼있어요. 가족을 제외한 회원들, 남자 숫자만요.”
7명의 회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이지만 가족과 함께 모임을 하다보니 가족끼리도 서로 친한 사이라고 웃는다. 분명 적은 회원을 가지고 있어 좋은 점도 있겠지만 회원을 더 늘리고 싶은 생각은 없는 걸까.
“일부러 나서서 모집하지는 않아요. 내실을 다지기 위해서죠. 마음이 맞고 같이 즐기실 수 있는 가족적인 분을 원해요. 그렇다보니 회원 누가 추천을 하면 한번 만나 본 다음에 우리와 맞겠다 싶으면 회원으로 받아들여요. 회원이 많지 않다보니 한사람이라도 겉돌면 안되거든요. 준회원을 모집하려는 계획도 있지만 그것도 나중에 동호회 기반이 확실히 잡히면 그후에 계획이죠.”
옆에서 음식을 나누고 웃는 동호회 회원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이 정겨워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을 묶어준 수상스키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을까?
“알던 사람들을 따라서 왔는데 처음에는 제트스키를 탔죠. 그것만 타고 한바퀴 쭉돌아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근데 같이 갔던 분들이 가르쳐줄테니 타봐라, 타봐라 해서 처음탔죠. 지금은 어쩌다 한번씩 제트스키타죠. 시간있으면 한번이라도 (수상스키를) 더 타지 딴건 안해요. 회원 대부분이 그렇게 시작했죠.”
그렇게 같은 취미로 하나하나 모인 동호회 회원들, 많은 모임을 가졌을테고, 많은 일이 있었을거다.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원스키부상했던 날이예요. 원래 원스키를 타야 수상스키 제대로 탄다고 할 수 있거든요. 스키하나만 가지고 출발하는거요. 처음 시작할 때는 고생고생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저는 한번에 올라갔어요. 사장님하고 다들 한턱 내라고 했죠.(기자가 감탄하자 웃으며) 그래도 맨 다음번엔 물에 박았죠.
또 회원 중에 덩치가 좀 있는 사람이 있는데 저는 처음에 그날 물에 못뜰줄(뜬다는 건 줄을 잡고 수상스키를 탄다는 말이다.) 알았어요.”
그 사람이 옆에 서 있던 임성범씨였나보다. 그날 뜨긴 떴다며 항의한다.
“사람 몸무게에 따라 좀 달라요. 가벼운 사람은 줄잡고 있기가 힘들기도 하고. 여기 사장님이 우스개소리로 그러시더라고요. 몸무게 100kg이 넘는 사람이 타면 배가 딸려 간다고.”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단체로 온 사람들이 수상스키를 배우느라 난리다. 물에 빠지는 사람도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웃고 난리법석이다. 과연 저 사람들은 수영을 할 줄 알면서 저렇게 용감하게 물속으로 뛰어드는 건지 궁금했다. 나의 이런 물음을 장갑수씨가 풀어주었다.
“수상스키는 수영 못해도, 맥주병이라도 상관없어요. 구명조끼가 있으니 물에 저절로 둥둥 뜨거든요. 손만 저으면 앞으로 나가요. 배우는 것도 어렵지 않아요. 처음에는 기본적인 물에 뜨는 방법이나 자세를 배우고, 더 연습하면 왠만한 사람은 하루만에 스키를 탈 수 있어요. 다만 줄을 당겨서 물위에서 버티는 것이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근육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일주일은 온몸이 아프죠. 그래서 10분 수상스키를 타고 나면 몸에 힘이 다빠져서 한번타고 난 다음에 30～40분 동안 쉬어야 해요. 쵸코렛이나 열량이 높은 걸 먹으면서. (수상스키) 타러들어 올때 먹을 걸 사들고 들어오거든요.”
라시며 옆을 가르킨다. 옆에는 과자며 먹을거리가 봉지마다 그득히 담겨 있었다. 그걸 바라보고 있자니, 동호회 회원의 부인되는 분이 나의 손에 캬라멜을 한웅큼을 쥐어준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함과 물에서 뻗어오는 시원한 기운에 행복해졌다. 마냥 그렇게 있고 싶지만 계속 장갑수씨를 잡아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동호회 배를 따로 사서 언제 어디서든지 우리끼리 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회원 대부분이 배조종면허증이 있으니까 가능하죠. 그래서 회비도 좀 많이 내는 편이예요. 배를 사기위해서 적립하는 거죠. 또 하나 계획이라고 한다면 월령교에서 수상스키를 탈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수상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은 임하댐 말고도 안동댐도 있다지만 안동댐엔 안 가봐서 잘 모르겠고, 임하댐이 거리가 좀 되거든요. 그래서 월령교에도 수상스키가 가능하다면 괜찮을꺼 같아요. 가깝기도 가깝고, 놀러왔다가 볼 사람들도 많으니 홍보효과도 있고 보기도 좋을 테니까요. 그게 지금 저희 계획이라면 계획이죠. 아직 추진한 건 아니고 생각만.(웃음)”
대화을 마치자 마자 수상 스키를 탈 준비를 하는 장갑수씨. 보트가 수상스키를 끌때 잘 태워준다며 보트를 타게 해 주었다.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며 물위를 달리는 배 뒤로 물살을 가르는 수상스키. 배를 얻어타는 것만으로도 여름의 더위를 날릴 수 있었다.
더위에 지쳐 축축 늘어진 몸에 시원한 활기를 불어 넣어보는 건 어떨까?<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