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자락에서의 아름다움(글/사진/이현정)
<이승의 마지막 정거장 상여집>
자기 생을 다 마치고 마지막 떠나보낼 때, 꽃가마를 만들어 태워 보냈다. 얼마 전만 하더라도 동네마다 상여집을 두어, 죽은 이를 위해 꽃가마를 보관하던 집이 차차 사라져 이젠 상여집이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문짝은 이가 맞지 않아 닫혀지지도 않고 잡초가 무성하게 벽과 지붕을 덮어져 있지만, 문짝을 열어 제치면 꽃가마가 번쩍이며 있을 것만 같다.
<한 학년을 마감하는 교문>
올해를 고되게 보낸 이들 중 하나가 바로 고3 수험생들일 것이다. 일 년 내내 가슴 졸이며 준비한 대학수학능력고사를 11월에 치렀고, 마지막 기말고사까지 마치면 이들의 어깨는 어느 때 보다 가벼울 것이다. 살면서 풀어야 할 수많은 시험 중 객관식 시험이 끝났을 뿐이지만, 새로운 삶의 그림을 저마다 그리고 있을 12월의 고3 교실은 추워도 춥지 않을 것이다.
<선어대의 마지막 모습>
마지막 겨울을 맞이하는 선어대이다.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산의 절반이 뚝 잘려 나가면 아름다운 선어대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다. 도로가 좁고 굽이가 심해서 종종 차가 막히는 까닭에 그윽히 선어대의 풍경들을 내다 볼 수 있었다. 이제 도로가 곧게 나면 차를 타도 몸이 기우뚱하지도, 차들이 막히지도 않겠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선어대의 풍경들을 놓치기가 아쉬울 것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너머로 흘러가는 강물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세모를 밝히는 등촉>
12월의 거리에 서서 1월의 계획을 얼마큼 이루었는지 반성하지 말자. 1월, 2월, 3월…… 숱한 날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이 주저앉고 싶었던가. 다만, 일 년 내내 열심히 뛰어 준 나의 팔과 다리를 위로하고, 변함없이 곁에 있어 준 가족과 이웃과 친구들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자. 그리고 하루가 남았거들랑 조용히 새날을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