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새총사랑 동호회(글/이효진)
‘새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내 기억의 새총이라고 하면 플라스틱의 Y자 형태에 고무줄이 있는 장난감으로, 학교 앞 문방구에 팔던 것이다. 만화에 나오던 주인공처럼 멋있게 새총을 가지고 놀고 싶었지만, 막상 고무줄을 당기면 손이 아플까 싶어 전전긍긍했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새총에 대해 잊어버리고 아이들에게나 쥐어주는 장난감으로 생각했다. 대부분 나와 비슷한 기억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안동에 ‘새총’을 당당히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총은 현대 주목받을 건전한 놀이문화’라고 말이다.
안동대학교 근처 ‘고려탈방’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이 무산되고 찻집에서 만난 김경엽(31)씨. 재치있는 말 솜씨와 상대방을 편안하게 배려하는 그의 성격 덕택에 언제 시간이 흐르는지도 모르게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새총을 놀이문화라는 가치을 갖게 하자, 승부를 가릴 수 있는 규칙이나 룰이 있다면 충분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모인 이들이 ‘안동새총사랑동호회’ 동호인들이다. 안동에서 시작한 것이 지금은 전국에 회원이 360여명 쯤 가입되어 있다. 안동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회원은 8명이며, 그 중에서 김경엽씨는 인터넷 까페(cafe.daum.net/adsclove)의 ‘새총지기’이다. 그는 “고려탈방의 김진일씨가 있어야 새총에 대해서 잘 이야기 할턴데…….” 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차에서 가지고 온 새총을 자랑스럽게 꺼내보이며 매일매일 들기름으로 닦으면서 광을 낸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구경해 보니 과연 그리 자랑이 쏟아질만 하다 싶다.
“새총을 쏘고 있으면 다들 이상하게 쳐다보고 우습게 보고 그러죠. 장난감일 뿐이라는 선입견, 편견이 있어서 그래요. 하지만 새총이 어떻다는 거 하고, 지금 만들어지는 새총을 보면 감탄해요.”
이건 옛날 학교 앞 문방구점에서 팔던 장난감이 아니라 흡사 예술품을 보는 것 같다. 손잡이는 소나무고 윗부분은 물소의 뿔로 만들어진 것으로 전부 수공예품이라고 한다. 유효 사거리가 450미터 정도되는 것도 있으며 센 것은 자동차 유리까지 관통할 정도라니, 상당히 위협적(?)으로까지 보인다.
그가 처음 새총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려탈방과 인연을 가지게 되면서 부터로, 다른 동호회회원들도 이리저리 정보를 듣고 고려탈방에 모이거나 지나가다 들르는 식으로 인연을 맺어 동호회원이 되었다. 특히 김진일씨는 안동에서 새총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드는 것을 최초로 시작한 분으로, 전국에 있는 회원들도 고려탈방의 김진일씨가 지방 행사를 가거나 할 때 새총동호회가 있음을 알게 되어 참여한 분들이 많다고 한다.
김경엽씨는 남녀노소 누구나 새총을 좋아한다고 자랑을 늘어놓으며 탈춤 축제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항상 탈춤축제 때는 새총과 관련된 행사를 하게 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새총체험행사를 했다고 한다.
“한번은 아빠랑 아이랑 같이 왔는데, 아빠가 새총 쏴보고 싶은데 아이 눈치때매 못 쏘다가, 아이가 잘못하니까 아빠가 해볼테니까 잘 봐라 하면서 쏘는데, 애가 3발 쏘면 아빠가 7발 쏘더라고요.”
아마도 그 아이는 내일 다시 새총 쏘러 가자고 아빠를 졸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만 보아도 새총을 절대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총하면 장난감일 뿐이라는 인식과 우습게 보이는 이미지 때문에 회원들이 즐기기 힘든 분위기라고 토로한다.
그렇기에 여러 가지 계획을 하고 있는데, 2006년에 전국새총대회를 안동에서 여는 것과 새총사격장을 만드는 일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새총에 대한 이미지 개선의 의미와 동호회의 유지, 홍보의 의미도 있지만, 동호회 회원들은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맨땅을 거의 구경할 수 없고 딱히 즐길만한 놀이문화가 없는 아이들에게 놀이를 제공하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를 보여주어 가족간에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불리는 안동에서 전통문화를 이렇게도 지켜가고 있구나’라고 감탄할 수 있는 관광자원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렇게 인식의 변화가 조금씩 일어난다면 언젠가는 새총이 놀이문화로서 전국적으로 퍼지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새총만 잡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다는, 만원짜리 새총 하나에 삶이 행복하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안동새총사랑동호회’. 그들의 바램처럼 새총이 놀이문화로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할 수 있길 바란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