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물내용

사기꾼과 사이비, 돌팔이(글/김승열)

감쪽같은 사기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로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기에 속는 사람들이 종종 언론에 보도된다. 몇 년 전 모 종교단체에서 판 생명수가 좋은 한 예이다. 죽은 남편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자그마치 삼천 만원을 주고 생명수를 구입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말에 속아넘어가 수 천 만원을 사기 당한 이 사람은 무지한 사람일까? 아닐 가능성이 더 많다. 사람은 누구나 사기를 당할 수가 있다. 어쩌면 우리는 나날이 사기를 당하면서 산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대형 할인점, 백화점, 카지노에는 시계가 없고 창문이 없다. 손님으로 하여금 시간을 의식하지 못하게 하여 더 많은 돈을 쓰게 하는 책략이다. 더욱 자세히 알아보면 카지노에서는 조명이나 인테리어를 정상적인 사고를 마비시키게, 최면에 걸리게끔 휘황찬란하게, 현란하게 만들고, 술을 마시게끔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면 때로는 보통 사람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돈을 쓸 수가 있다. 적극적인 사기는 아니지만, 이 또한 크게 보면 사람을 분위기로 속이는 셈이고, 홈쇼핑 광고에서 수량이 많이 남았음에도 사는 사람이 많은 듯이 말하면서 사람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어 쇼핑을 유도하는 광고도 크게 보면 사기인 셈이다.
쓰레기 과학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그렇다 치고, 사기를 치는 사람 중에 의료 분야에서 사기를 치는 사람이라면 돌팔이, 사이비라 할 수 있다. 다른 사기와 달리 과학이나 의료에 있어 사이비, 돌팔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사기꾼은 자기가 사기를 치고 있음을 알고 사기를 치지만, 사이비, 돌팔이들 중에는 돈을 목적으로 사이비, 돌팔이 짓을 하는 사람도 있고, 때로는 광신에 빠져 사이비, 돌팔이가 되는 사람도 매우 많다.
이러한 사이비, 돌팔이의 주장을 과학에서는 ‘쓰레기 과학(junk science)’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지구가 평평한 네모라고 믿는 광신적인 믿음에 빠진 사람,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는 지극히 정상인 성인이 4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국도 이에 못지 않다. 2005년 11월 한겨레신문 광고에 이와 비슷한 주장이 실렸다. 모 대학 약학박사라는 분과 수 십 명의 약사를 비롯한 약대생, 한약대생의 이름으로 실린 내용으로, 조류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가 아니며 조류 독감의 원인이 바이러스라는 의학계의 주장은 제약회사가 약을 팔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이다. 이에 나아가, 이러한 유심론에 빠진 광신자들은 세균과 바이러스의 존재를 부정하기도 한다. 즉 세균과 바이러스는 없거나 어떤 질병의 원인도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나아가서 백혈병도 의사들의 음모라고 주장한다. 약학박사와 같이 최고의 지식인이라 할만함 사람들도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쓰레기 과학을 주장한다는 것은, 인간이란 지식이 많다고 항상 이성적이지는 않다는 좋은 증거이다.

농촌 어르신들을 겨냥한 사기 행각
이러한 사이비, 돌팔이 주장은 생명수와 다름없는 광신적인 주장이며, 이러한 주장에 넘어가 의학적인 치료를 거부하여 생명을 위태롭게 하거나, 헛되이 가산을 탕진하는 일도 적지 않지만 이러한 황당한 주장은 소수이기에 그나마 다행이기는 하다. 더더욱 심각한 문제는 과학을 위장한 사이비, 돌팔이들의 주장과 사기 행각에 시골과 농촌의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받는 경제적 피해이다. 즉, 각종 건강보조 식품과 기구의 문제이다. 옥매트, 자기 매트, 황토 매트를 비롯하여 상어유, 마늘환 등 등 각종 건강 보조 식품은 대부분 비용에 비해 효과가 거의 없다. 각종 건강 식품과 기구를 평가한 한국의 의학 관련 학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해로울 가능성이 더 많고, 약을 대신하여 비용 면에서 효과가 있는 기구나 건강 식품은 거의 없다고 발표하였다. 사실, 이러한 기구와 건강 식품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는 거의 사기에 가깝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수나, 조류 독감의 바이러스 설을 부정하는 황당한 이론이라면 소수의 광신에 가까운 사람들만 믿겠지만) 이러한 건강식품, 건강보조 기구는 과학을 위장함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속아 넘어가고 있다. 더구나 몇 년 전부터 각종 선심이나 이벤트를 이용하여 나이 드신 어르신의 판단 능력을 마비시켜 이러한 물품을 강매하다시피 하는 사기가 횡행하고 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만이라도 집안의 .어르신을 비롯하여 가족이나 친지들이 사기에 넘어가지 않으시기를 바랄 뿐이다. 효과가 입증되었다면 의사들이 제일 먼저 사용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해 의사가 권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효과가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함을 기억하시기를 바랄 뿐이다. 각별한 노력이 없이는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카지노, 홈쇼핑에서의 광고에 넘어가지 않기는 어려움과 마찬가지로, 사이비, 돌팔이에 속지 않기 위해서도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더구나 각종 정보의 입수가 가능한 젊은 층이 거의 없다시피 농촌의 어르신들을 겨냥한 이러한 사기 행각을 막기 위해 더욱 더 각별한 사회 각층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속수무책인 농촌의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