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를 향하여(글/김연숙 (안동주부문학회원))
문화원 곁에 이웃하여 둥지를 틀고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 크고 작은 일을 맡겨 주셨지만 때로는 실패하고 칭찬을 듣기도 한 삼년의 세월은 내 삶의 폭을 넓혀 주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민속 한마당!! 난리 한마당!!
여성 민속 한마당!!
천명이 넘게 먹어야 하는 행사를 주문 받았다.
꽃은 피어서 여기 저기 뒹굴고 민속 박물관으로 모여 드는 인파도 여기 저기 고운 옷으로 치장하고 각자 맡은 자리에서 행사가 벌어졌다.
몇 일 고민하며 준비하고 메뉴를 짰지만 경험이 없는 나는 서투르다. 일 하러 오신 아주머니들과도 손발이 잘 맞지 않고 여기 저기서 이것 달라 저것 달라 정신이 없다. 그나마 날씨는 알맞게 부조를 해 주어서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정월 대보름에는 추워서 이른 시간에 돌아간 손님들 덕분에 음식이 남아서 여기 저기 퍼 주느라 고생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는 불어나 종국에는 준비한 음식이 동이 났다.
행사가 마무리 단계라 돌아 가리라던 예상은 빗나가고 동분 서주 뛰어도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구하기도 어려웠다. 후속 조처를 생각도 못했던 터라 마음은 평정을 잃었고 생각은 멈추어 버렸다. 여기 저기 식권을 들고 아우성치는 손님들을 보니 기가 막힌다.
한쪽에는 배 터지고 한쪽에는 못 먹어 불평이 쏟아진다
항상 새로운 환경에 도전하는 야외 상차림은 언제나 나에게 새로움으로 다가 오지만 이렇게 낭패를 볼 때면 맥이 쏙 빠진다. 큰 일이 다가 오면 이리 저리 고민을 하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밤을 세워 일을 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혼란을 일으킨다. 지나고 보면 이렇게 했으면 좀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뿐이다
옛말에 잔치는 한쪽에는 배 터지고 한쪽에는 못 먹어 불평이 쏟아진다 했다.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음식을 먹다 보면 아끼면 충분히 돌아 갈 음식이 남고 모자라기 일쑤다.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되는데 배식을 안하고 맡겨 놓으면 항상 모자란다.
천명의 음식을 만들면서 주문 안 받은 손님도 있다는 생각을 잊었기에 낭패를 당했다. 야외 음식을 하는 나는 늘 대책이 없을 때는 남아도 많이 만들어 부족함을 면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런데 이런 낭패를 당하니, 미안하고 당황스러워 ‘몸둘 바를 모른다’는 말을 쓰는 경우를 확실히 알았다 싶다.
고지를 향하여
부엌 살림을 몽땅 옮겨 놓았으니 수 많은 짐과 뒷정리를 끝내고 서산으로 향하는 햇살을 바라보면서 무더기진 수 많은 꽃밭을 하나 하나 머릿속에 담는다. 밥 장사 하느라 놓쳐 버린 아름다운 장면들을 상상의 나래 속에 펼치자 서울행 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문득 기차에 몸을 싣고 한 없이 달리고픈 마음이 드는 것은 고지를 정복하고 다음을 준비하는 또 다른 일탈이다. 몸이야 아프든지 어쩌든지 간에 잔치는 지나갔고 욕을 배부르게 먹어도 내 배는 고팠던 하루였다.
행사를 치를 때 마다 ‘다음에는 더 완벽해야지.’ 하며 준비를 하지만 그래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모자람이 넘침보다 낫다는 나만의 위로이다.
음식만 만들어 손님에게 대접하면 될 줄 알았는데 경영은 종합 세트처럼 모든 것을 갖추어야 한다. 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수저 하나만 안 놓으면 만사가 낭패인 것처럼 무엇 하나라도 부족하면 먼 길을 돌아가야 한다. 작은 것 하나가 없으므로 모든 순서가 엉클어질 때를 생각하면 어설프고 구질해도 다 소중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음식점을 경영하는 동안 늘 부딪혀야 할 현실 속에서 오늘보다 내일은 더 나을 것이라는 소망을 안고 한 걸음 한 걸음 또 다른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