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에서(글/사진/ 장완수 - 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jpg)
<남후면 상하리>
모진 삼동(三冬)의 추위를 잘도 견뎌낸 씨마늘이 해동과 함께 새싹을 틔웠다. 경칩을 하루 앞둔 날, 아낙은 비닐 속에 갇힌 마늘싹이 애처로웠는지 연신 호미 끝으로 숨통을 터주고 있다. 의성이 마늘의 주산지라지만 인근 남후면도 기후와 토질이 비슷하여 많은 농가에서 재배를 하고 있다.
벌써 전국의 각 항구마다 수입쌀이 하역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주력 농업이던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마늘싹도 숨통을 트는 이 계절, 우리 농민들 시름은 누가 달래주나.
<구시장 난전>
돌나물이며 냉이, 쑥, 씀바귀를 파는 할머니의 손길에서 봄의 향기를 느낀다. 나물전을 벌려놓은 할머니는 장사에는 관심이 없고, 또래 할머니와의 담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
나른한 봄날 입맛을 돋우는 데는 봄나물이 제격이다. 양지쪽 밭둑에서 자란 달래와 겨우내 뿌리를 키워온 냉이, 봄을 기다렸다는 듯 돋아나는 돌나물 모두가 고향의 맛을 듬뿍 담고 있다.
봄볕 가득한 휴일, 온 가족이 진달래 피는 시골마을의 언덕배기에서 봄나물을 캐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삼라만상이 기지개를 켜는 계절을 맞아 우리 모두 가슴 가득 새봄을 맞이하자.
<보건소 소공원>
겨우내 방안에만 갇혀있던 아이들이 화사한 봄볕에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와 그네타기에 여념이 없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천진하기가 그지없다. 삼천리가 초만원이 된다며 산아제한운동을 전개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아이를 낳지 않아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을 보면서 변화된 세태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중 하나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봄 아지랑이처럼 어지러울 정도로 많이 피어올랐으면 좋겠다.
<사장뚝>
도심에서의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 중 한곳인 나무시장. 올봄도 어김없이 각종 묘목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오가는 사람들을 한번쯤 기웃거리게 하는 곳, 그곳엔 봄의 향기와 넉넉한 마음씨를 가진 주인의 미소가 함께 있다.
마당 한 귀퉁이에 온 가족이 함께 한그루의 나무를 심는 모습과 그 나무가 자라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다. 조상의 산소주변에 심을 거라며 주목 두 그루를 사가지고 가는 할아버지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 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우리 앞에 묘목처럼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