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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제비원 마라톤클럽(글/백소애 - 편집기자)

바야흐로 마라톤의 계절이다. 추운 겨울 내내 안동의 강변도로를 너무 놀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젠 가벼운 옷차림으로 조깅하는 사람들의 수가 적지 않게 눈에 띤다. 따사로운 봄빛에 한쪽 손을 이마에 붙이고 손 그늘을 만들어야 하는 계절, 이 계절에 가장 어울리는 동호회와의 만남을 가졌다. 마라톤 인구가 증가하고 유행처럼 ‘웰빙 라이프’가 확산되는 중에도 내실을 다지며 마라톤에 대한 애정을 놓지 않고 있는 사람들 ‘안동 제비원 마라톤클럽’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날씨가 이쿠루 따뜻하이 오늘은 별로 안모일 것 같네요.”
‘안동 제비원 마라톤클럽’의 회장 이동진(51세) 씨가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곤 가볍게 트랙을 뛰어오며 말한다. 날씨가 너무 좋으면 회원들의 이탈(?)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난히 부부회원들도 많은 제비원 마라톤클럽인 만큼 가족끼리 오붓한 주말을 보내려 훈련에 참가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베테랑의 예상대로 평소보다는 적은 인원이 하나둘 모였고 가볍게 몸을 풀고 관절체조를 하고는 트랙을 돌았다.
주5일 근무로 인해 느슨해진 주말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는 더할 나위가 없다고 한다. 자녀들도 더러 따라 나와서 엄마 아빠 꽁무니를 쫓아다닌다고 한다. 회원들의 연령 대는 대부분 40대 전후이다. 2002년에 10여명으로 시작해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원은 30여명 정도라고 한다. 아는 사람 소개로,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인연으로 알음알음 모여든 사람들이 지금은 제비원 마라톤클럽의 든든한 지주목이 되어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안동시민운동장에 모여서 연습을 한다. 가볍게 트랙을 몇 바퀴 돌다가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남선으로, 길안으로, 안동 주변부를 코스로 해서 장거리에 나서기도 한다. 요즘같이 살랑거리는 봄바람 맞으며 뛰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란다. 어느 정도 뛰다보면 꼭 득도한 사람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숨소리만 들으면서 뛴다고 하는데, 그 묘한 맛에 취하면 헤어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중독성 강한 운동인 듯싶다. 마라톤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거리에는 혼자 뛰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 같이 뛰는 것이 서로 격려도 되고 성취감도 훨씬 좋고 지치지 않는다고 한다.

안동에서 활동 중인 마라톤 클럽 중에서도 제비원 마라톤클럽은 체계적으로 마라톤을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자부심 또한 대단하다. 하긴, 제비원 마라톤클럽의 온라인 다음카페를 (http://cafe.daum.net/jebiwonmarathon )방문해보면 각 회원들의 만만치 않은 프로필을 볼 수 있다. ‘용감한 사나이 풀코스 5회 하프 20회, 고독한 하이에나 풀코스 14회 하프 25회, 제비날자 풀코스 3회 하프 10회.....’
그들의 목표는 ‘서브쓰리(Sub 3)라고 한다. 즉 풀코스를 3시간 이내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는 것이다. 서브쓰리, 그들의 표현을 빌자면, 일반인이 고시 패스하는 것과 같고 군대에서는 별 다는 일만큼 힘들다고 하니, 어느 정도의 목표인지 짐작 하고도 남는다.
마라톤이 좋아 취미생활로 가볍게 뛰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포부도 하나씩 갖게 되었다.. 바로 100회를 훌쩍 넘긴 전통의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출전하는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이다. 마라톤인들의 꿈인 보스톤 마라톤대회는 여타 마라톤대회와는 달리 참가비용만 내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이별 제한 기록을 달성해야지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이다. 물찬 제비처럼 보스톤에서 뛰고 싶은 안동 제비원 마라톤 클럽인들의 소망이 이루졌으면 한다.
마라톤인구 중에 젊은 사람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왜 그런 거냐고 묻자, ‘젊은 사람들은 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마라톤을 취미로 삼겠느냐’며 이동진 회장이 웃는다. 회원 중에는 평소 고혈압으로 고생하다가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정상 혈압으로 돌아온 사람도 있다고 한다. 멀리서 볼 것도 없이 가까운 사람들의 운동으로 인한 결과물은, 운동은 시간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걸 절감하게 한다.
비 오는 날의 달리기는 어떨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 비 오는 날 좋지요. 일부러 비 오는 날 뛰기도 하는데요.” 비 오는 날 달리기의 운치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라고 한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의 달리기라.....그러고 보니 비 오는 날 강변을 달리던 사람을 본 기억이 난다. 야구모자 챙 끝에 간들간들 달린 빗방울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마라톤에는 기록단축이나 페이스 조절을 하며 완주할 수 있게 도와주는 ‘페이스메이커’가 있다. 가끔은 이변도 있어서 페이스메이커가 우승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인생이나 마라톤이나 긴 경주를 하며 완급조절도 잘해야 하고 꾸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변이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것 같다.
회원들 서로서로 페이스메이커로서 서로의 완주를 도와주는 모임. 어느 날 TV에서, 보스톤 마라톤대회에 참가해 그 속에서 뛰고 있는 제비원 마라톤클럽 회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