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글/김승열-안동성소병원 응급의학과장, 그림-손수호)

지식의 팽창이 불러온 지식의 분화
과학의 시대가 시작 되면서 늘어난 인류의 지식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과학 시대 이전의 선사시대 수십만 년은 제외하고 문자 기록이 시작된 역사시대만 고려해도, 역사시대 5천년동안 늘어난 지식보다 최근 200년 동안의 지식이 더 많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였던 종이로 된 백과사전인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더 이상 종이로 된 사전의 출판을 중지하고 인터넷 판으로 전환 한 이유도,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더 이상 늘어난 지식을 종이책에 집어넣을 수 없을 만큼 지식이 팽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날이 바뀌고 늘어나는 지식을 한번 개정판을 내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 이상 걸리는 종이판 백과사전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의 팽창은 지식의 분화를 초래하였다. 200년 전만 하더라도 지식인은 그때까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에 알려진 거의 모든 지식에 통달하였다. 서양의 경우에도 100-200년 전에는 철학자이면서 수학자, 생물학자, 물리학자였던 사람이 수없이 많다. 유명한 철학자로 알려진 데카르트는 또 미분과 적분을 발견한 수학자였고, 과학은 자연철학이라고 하여 과학도 철학의 한 분야로 볼 정도로 학문의 분화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시대는 학문과 지식은 분화에 분화를 거듭하여, 같은 학문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주전공이 아니면 논문을 보아도 핵심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솔직히 필자도 노력이 부족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필자의 전공인 응급의학 외에 다른 의학 분야는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세부 전공의 논문은 읽어도 이해하기가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분야가 대부분이다.


치료에 있어 의사와 환자의 신뢰는 기본
이러한 지식의 폭발이라고 할 정도의 지식의 팽창은 의료의 관행도 많이 바꾸게 하였다. 바뀐 의료 관행의 하나가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secondary opinion)이다.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란, 쉽게 말하면 처음 진료한 의사 외에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많은 의사들이나 의료 전문가들은 단골 주치의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즉 평소에 환자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의사를 선택하여 지속적으로 진료 받을 필요성을 많은 의사와 의료 전문가들이 권고 하였고 이는 물론 아직도 매우 중요하다. 단골 주치의의 중요성은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가 초점이다. 즉 작은 치료 효과의 차이보다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가 치료에 더욱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단골 주치의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권고의 배경에는 대부분의 의사가 자기의 전공 분야에 대한 의료 지식을 다 알고 있다는 전제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의사들의 지식의 차이나 다름이 거의 없다는 전제를 배경으로 하였다. 그러나 지식의 폭발로 인해 새로운 진료 방법, 진단과 치료 방법이 날이면 날마다 쏟아지고 있는 현시대에는 의사를 대부분이 자기의 전공 분야라 할지라도 최첨단 분야의 지식은 미처 소화 하지 못하고 있음도 사실이며, 이로 인해 의사들 사이에도 진료 방법, 치료 방법이 다르고, 또 어떤 치료가 더 좋은 치료인지 아직 의학계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치료 방법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수년 전만 하더라도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는 환자의 행동은 오히려 적절한 진료에 해로움이 많았지만, 현재는 부분적으로는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도 조금씩 권장 하고 있다.


최선의 치료방법 모색을 위한 의견 구하기
그러나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를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만 권장된다. 다시 말해 보통 널리 알려진 질병, 즉 감기나 단순 복통과 같은 질병에 대해서 의사 2명 이상의 진료를 받는다면 매우 어리석고 낭비에 지나지 않는 행동이다. 다른 의사의 의견 구하기는 대부분 응급상황은 아니나 매우 위중한 질병이나 심각한 장애가 초래할 수 있는 질병이나 수술 등에서만 권장된다. 예를 들면 암이나, 혹은 척추 수술 등에서 권고 된다.
또 다른 이유로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기를 권장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팔이나 다리, 손가락 등의 절단이 불가피 할 때와 같이 치료 후에 치명적인 문제가 남을 때, 만약 처음 치료 방법을 제시한 의사의 권고에 따랐을 경우에는 인간의 마음에는 항상 ‘다른 치료 방법은 없었을까?’ 혹은 ‘다른 의사의 의견도 들어 볼걸’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고, 정도가 지나치면 처음 의사를 원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다른 의사의 의견을 권장하기도 한다.
지식 폭발은 이와 같이 의료에 있어서도 의사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나날이 습득해야할 필요성과 의무, 스트레스를 부과하고 있고, 환자들에게도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으니, 과연 지식의 폭발이 오히려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새로운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지는 않는지 이 또한 연구해 볼만한 문제라면 문제이리라.<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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