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종합유교문화센터 입지 재검토 필요하다(글/권오혁)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이 유교문화권으로 지정되어 다양한 사업들이 펼쳐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국학진흥원의 설립, 하회지역의 보존 및 개발, 종합유교문화센터 건립 등이요, 이 밖에도 크고 작은 관련 사업들이 전개되고 있다. 영국 여왕이 안동을 방문한 후 안동과 안동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발맞추어 안동시와 안동의 관련 인사, 단체들이 안동을 유교문화의 중심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지역개발과 지방문화 창달에 자못 기대되는 바가 적지 않다.


경북북부지역을 유교문화권으로 지정하고 안동을 그 중심으로 키워나간다는 발상은, 안동의 장래 발전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때 나무랄 데 없는 방향설정이다. 세계화시대에 있어서는 각 고장이 자기만의 특색을 갖추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각 지방은 저마다 독특한 전통과 색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보존하고 계승하기에 진력해 왔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각 고을마다 나름의 지방성을 키워 가는 데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안동은 퇴계, 서애, 학봉 등 거유, 대학을 다수 배출하여 추로지향이라 하였고 인근 경북 북부지역은 조선조 유학의 큰 산맥을 형성하였으니 안동과 경북 북부지역을 한국 유교문화의 본고장으로 키워나가는 것은 마땅하고도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더구나 유학은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재평가되기에 이르렀고, 21세기의 가치규범으로서도 의의가 큰 것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종합유교문화센터 건립의 의의

이러한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종합유교문화센터 건립은 참으로 의의가 큰 사업이다. 안동이 한국 유학의 본고장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데는 부족함이 적지 않았던 바, 그 문화를 중흥하는 훌륭한 전기요 기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래 안동은 한문과 경전, 도학에 능하던 유림들도 맥이 끊어져가고 여러 골짜기들에 산재해 있던 전통 촌락들도 점점 쇠퇴해 유가의 전통이 희미해지고 있다. 안동대학에 한문학과, 동양철학과, 민속학과 등이 있어 이 분야 인재들을 길러내고 있으나 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이 고장에서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기도 했다. 이 때에 국학진흥원에 이어 종합유교문화센터가 건립되면 이 젊은 전문가들이 안동에 정착하여 전문연구를 지속할 수가 있게 될 것이요 지방민들에게도 보다 고급의 문화적 향수가 가능해 질 것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향토 문화의 수준향상과 미풍양속의 보존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은 중앙정부가 안동을 중심으로 한 경북 북부지역만을 위해 특별히 지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더욱 크다. 기실 중앙정부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특정의 지역문화지원사업을 펼친 것은 일찍이 전례가 드문 것이다.


종합유교문화센터와 입지

어떤 기업이나 기관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그것이 소기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입지를 잘 잡아야 한다. 조그만 가게를 예로 들더라도 입지가 좋지 않을 경우 장사가 잘 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사업에 실패하기가 십상이다.


 
그러면 입지를 잡는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변수는 무엇인가? 그것은 기관의 성격에 따라 다를 터이지만 다음의 세 가지를 일반적으로 들 수 있다. 첫째는 고객들의 접근에 있어서 편리성이다. 둘째는 관련 활동들과의 연계성이다. 셋째는 근무인력들의 편리성이다.


그런데 종합유교문화센터의 경우 가장 중요한 입지요인은 무엇보다도 고객들의 접근 편리성이라고 할 것이다. 문화센터란 각종의 퍼포먼스를 개최하여 고객들을 참여시키고 보여주는 장소이다. 만약 고객들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퍼포먼스를 보러오지 않고 참여하기가 어렵다면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국악협주회를 공연하는데 관객이 없다면, 서예교실을 열었는데 학생이 오지 않는다면, 초청강연회를 개최했는데 관중이 차지 않는다면 그것은 무용지물을 넘어서 낭패가 되고 말 것이다. 문화센터란 기본적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지역주민이 참여하지 않는 문화센터는 유권자가 없는 선거와 같이 무의미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동문화센터는 기본적으로 안동지역 사람들과 경북 북부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늘 가까이 있으면서 언제라도 시간 날 때 들러 볼 수 있고, 조금만 관심이 가는 기획이 준비되면 잠깐씩 가서 즐기고 배울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돌아보면 지금은 용도 전환된 안동문화회관은 참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필자가 안동에 살고 있을 때 이따금씩 거기 가서 문화적으로 신선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적지 않은 축복이었다.


그런데 지금 막대한 국가예산(184억원)과 지방비(332억원)를 들여서 만드는 종합유교문화센터를 안동시내에서 차로 30분이나 떨어져 있는 도산면에 건립하려 한다니 좀 어리둥절한 생각이 든다. 물론 그곳이 도산서원과 가깝고 국학진흥원과 연계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될 수 있겠고, 이 센터 내에 유교문화박물관, 문중유물전시관, 유교문화학교, 청소년문화체험관 등이 포함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으나, 문화센터의 고객은 지역주민이라는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다. 종합유교문화센터를 외지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시설 정도로 생각한다면 이는 단견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사족을 달자면 한국국학진흥원도 안동대학 인근이나 안동시내에 건립하였다면, 학문적 발전에 보다 많은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고 여러모로 쓸모가 더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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