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관광산업 친절로 승부하자(글/권용탁)1996년 8월, 전역 때쯤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한여름이라 등줄기에 땀이 쉴 새 없이 타고 내렸지만, 민간인(?)의 신분으로 홀가분하게 고향 땅을 밟은지라 그 감회가 새로웠다. 늘 다니던 거리도 하릴없이 걸어 보고,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도 찾았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들을 보면서 역시 고향은 내 집처럼 안온하고 푸근하다는 생각에 미칠 때 쯤 버스에서 내려 목을 축일 요량으로 가게에 들어갔다. 냉장고 안에는 몇 안 되는 청량음료만 있었다. 그냥 물을 마시고 싶었던 나는 TV를 보고 있는 아주머니께 물었다.
'아주머니, 생수 없나요?'
'...'
아주머니는 눈길조차 마주치지도 않고 턱으로 냉장고를 가리켰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냉장고에 다가가 살펴봐도 없었다.
'아주머니, 없는데요…'
'거 없으믄 없니더.'
'...'
황당하기도 했지만, 늘 살아왔던 안동 방식에 잠시 적응이 되지 않았던 나를 탓하며 돌아왔다. 그때는 그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지만 이제 안동 밖으로 나와 살게 된 지금, 그리고 관광관련 업종에 종사하게 되고 보니 보통 문제가 아닌 것으로 새삼 다가온다.
TV 매스컴들을 보고 있노라면 월드컵을 맞이해서 친절캠페인이다 뭐다 해서 몰래카메라로 친절시민들을 찾아 상을 주는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버스 운전사가 하루종일 운전하며 승객들에게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해도 그 인사를 받는 사람은 가뭄에 콩나듯 한다.
이야기를 잠시 바꿔서, 안동에는 단일지역에서는 예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문화적 유물이 많다. 불교, 유교, 그리고 무속신앙 등의 종교적 색채가 어우러진 문화재의 형태를 볼 수 있는데, 이 많은 문화재들이 이제 빛을 발하게 되었다. 1999년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안동 방문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미처 준비되지 않은 채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다 보니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많이 안겨다 주었고, 초·중·고교생들 수학여행 1순위까지 급부상했던 관광안동의 위상은 1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급격한 관광객 감소로 실추되고 말았다.
얼마 전 중앙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으로 개통 전보다 관광객 수는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쪽 지방 사람들이 타지방으로 나가는 것을 고려한다면 적자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정부의 학생, 교직원의 금강산 수학여행 경비지원으로 인한 점진적 관광지수의 감소는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간단히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도로정비, 음식점 간판 정비, 업종별 친절서비스 교육 등을 통하여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고무적인 현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웃는 얼굴에 침을 뱉을 수 없다고 했던가. 어떨 땐 이런 느낌을 받는다. 안동 사람들은 손님을 하인 대하듯 한다는…
사실 안동은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지리적 제약으로 공장은커녕 최근에는 '낙동강특별법'으로 인해 농·축산업마저도 타격을 받게 된다. 안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굴뚝없는 산업, 고부가가치 산업인 관광산업을 육성해야하고, 안동 시민은 그에 맞는 자세로 탈바꿈해야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주소 이전을 하지 않았다. 타지 생활을 오래 할 걸 알면서도 옮기지 않는 이유는 내 고향 안동이 좋기 때문이다. 내 이리도 좋아하는 고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월드컵을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한 결과가 헛되지 않도록 시민 개개인의 친절함이 돋보여야 할 것이고, 이런 단기간에 국한되지 않고 멀리 앞을 내다 볼 수 있는 높이 나는 새가 되길 바란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