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의료제도, 자본주의 의료제도(글/김승열 - 안동성소병원 응급의학과장)2006년 7월의 언론에 한국의 의료제도가 세계에서 최고의 효율성을 가진 제도라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나 의사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외국에서 한번 진료를 받아보면 비난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한국 의료제도의 어떤 점이 장점일까?
의료제도는 크게 나누면 자본주의 의료제도와 사회주의 의료제도로 나눌 수 있다. 미국이 자본주의 의료제도의 대표라면 유럽과 캐나다는 자본주의 사회체제이지만 의료제도는 사회주의를 많이 채용한 제도이다. 굳이 나눈다면 한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절충형이다.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문제점
먼저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의 문제점을 보자. 수년전에 싱가포르의 수상을 역임한 권력자였던 이광요 수상의 부인이 영국 방문 중에 중풍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영국의 병원에 갔으나 담당 의사가 컴퓨터 단층 촬영을 하려면 3일 후에나 가능하다고 하여 영국의 총리까지 나서게 된 사례가 있었다. 그래서 크게 노한 이광요 수상이 다음날 바로 싱가포르로 돌아갔다고 한다.
또한 캐나다는 MRI를 찍으려면 보통 3일, 3주도 아닌 3달이 걸린다고 한다. 대부분의 의료비가 무료인 대신 극단적인 경우에는 죽고 나서야 진료를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실정이므로 무료인 국가가 보장하는 공적 의료 대신에 본인이 의료비를 내는 사적 진료를 받거나 심지어 외국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또 공적인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는 열심히 진료하려 는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다. 또 완전한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의사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다보니 의료의 질도 낮아지기 마련이다.
자본주의 의료제도의 문제점
반면에 자본주의 의료제도의 문제점 또한 매우 심각하다. 보험에 들 수 없는 빈민층의 의료 문제도 심각하지만, 미국에서 중산층이 빈민층으로 전락하는 가장 큰 이유가 질병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공적 보험이 없으므로 질병에 대해서는 개인이 보험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취업을 할 때 회사에서 이러한 보험금을 지불한다.
문제는 만성병이나 앞으로 심각한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당연히 취업이 어려워지고, 보험에 들기도 어려워진다. 실업 상태에서 질병이 생기면 가히 천문학적인 진료비는 곧바로 중산층을 빈민층으로 만들 만큼 막대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캐나다에 거주하는 교포가 수백만 원에 이르는 비행기 탑승료를 내고서도 한국에서 치과 진료를 받고 돌아가도 비용은 비슷할 정도라고 하니 자본주의 제도에서의 의료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캐나다는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나 치과 진료는 예외가 많아 필자의 친척도 치과 진료가 필요하면 한국에 방문을 겸해 와서 치료를 받고 가기도 하였다.
최선의 의료제도를 찾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
과연 어떠한 제도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한국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절충형으로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러나 날로 심각해지는 문제가 있다. 의료자원을 낭비하게 하는 문제들이다.
즉 병원에 입원하여도 자기가 내는 치료비가 거의 없는 환자 아닌 환자들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들이다. 분명히 입원할 필요가 없어도 의료 외적인 문제로 입원을 원하는 환자들이 날로 많아지고 있다. 단순히 피곤하여 쉬고 싶어서, 영양제를 맞고 싶어 입원을 원하거나, 심지어 자녀들이 돌보기에 부담이 된다고 하여 병원에 떠맡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만성 알코올 중독의 경우도 비슷하다. 만성 알코올 중독으로 체력이 저하되면 술도 마실 수가 없게 된다. 이런 사람의 경우에는 입원하고 치료받으려는 목적이 다시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태만이 목적이다.
빈곤층도 부담 없이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과 의료 자원의 효율성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절묘한 균형을 갖추고 있다. 무료 치료가 주는 부정적인 측면, 즉 치료의 지연이라는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관료화 되는 문제점과, 과도한 의료비용으로 사회적 안정망의 붕괴라는 자본주의 의료제도의 문제들 사이에서 과연 어떠한 제도가 최선인지 우리 사회 모두가 고민해야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