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大)사모님을 꿈꾸며(글/윤순희-안동시 태화동)얼마 전부터 가슴은 두근거리고 마음은 설레었습니다. 결혼하면서 만나지 못한 옛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것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15년이란 세월이 모두를 얼마나 변하게 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들 한창 예쁠 때 헤어졌는데, 삶이 무엇인지 옆도 안보고 내 삶에 충실했는데.......
옛 친구들에게 내 비록 생활에 찌들어 있어도 마음에 여유 있어 보이길 바라며, 얼굴에 비록 기미, 잔주름 있어도 평화로워 보이길 바라며, 비록 화려하게 치장하진 않았지만 내 몸에서 순수한 기품 배어나길 바라며, 비록 운전 못해 기차타고 버스타고 옛 친구 만나러 가지만 내게서 아직 매력 넘치는 우아한 여인의 향이 풍기기를 바라며, 애들이 친구네 애들에 비해 공부 못한다 해도 너그럽게 웃어주고 칭찬해주고 포옹해주는 그런 여자로 비쳐지길 바라는 42살 아줌마의 마음이 너무 사치스런 것일까요?
옛 친구 만나러 가는 마음이 새색시가 새신랑을 만나러 가는 것 같습니다. 자꾸만 거울을 쳐다보게 되고 화장은 짙어지고 머리에도 손이 한 번 더 갑니다. 만나서 그 설레었던 마음이 나의 짝사랑이었는지 첫사랑이었는지 옛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친구들을 만나는 순간 우리는 소녀처럼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15년이란 세월은 장벽도 없고 담장도 없고 울타리도 없는 그런 만남이었습니다. 모두들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채 내면의 아름다움과 성숙, 그리고 자신들을 가꾸면서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승희, 외숙, 영숙, 봉숙 그리고 나. 연락되지 않는 경옥이. 그간 서로 연락하지 못한 일들, 만나지 못한 사연들을 모두 덮어두고 20년 전의 세월로 돌아갔습니다.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다 못할 것 같은 이야기들.......그 많은 사연 속에서 한 가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20년 전 승희, 나 그리고 친구들. 그때 우리 중 누구누구가 갔는지는 기억이 가물 하지만 신통하다는 할머니 집에 우리는 점을 보러 갔습니다. 아마 우리의 멋진 왕자님은 언제쯤 나타나고,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할머니께서는 각자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중에서 대(大) 사모님이 한명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난 그 대 사모님이 우리 중 가장 야무졌던 승희가 될 것이라 생각을 했으나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는 그때 그 일을 까마득히 잊었답니다.
그런데 저녁을 먹는 자리에게 승희가 이 이야기를 꺼내며 “이제 대 사모님이 어느 정도 드러난 것 아니냐?” 하는 겁니다. 아무도 대 사모님이 누구냐고 묻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감히 묻지를 못했습니다. 나 또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대 사모님이 누구냐?” 라는 소리를 꾹 참고 삼켰습니다.
모두들 가슴속에 표출되지 않는 그 무엇이 끓고 있는지 모릅니다. 내 가슴 속에도 그 무엇이 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대 사모님을 결정하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 우리는 아직 무한한 가능성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에 대 사모님을 결정하는 시기를 다음으로 미루자.’ 하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1박2일의 시간이 훌쩍 가버리고 헤어져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했습니다.
그날 저녁, 남편에게 20년 전의 이야기를 하며 “여보, 어쩌면 그 대 사모님의 주인공이 나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어. 그리고 대 사모님의 주인공이 나였으면 좋겠어. 난 당신의 능력을 믿어. 나도 열심히 내조할게.”
비록 내가 그 대(大) 사모님의 주인공이 아닐지언정 내 가슴 속에 그 꿈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그날 저녁 남편에게 나와 똑같은 얘기를 했으리라 믿습니다. 친구들 모두 가슴 속에 대 사모님의 주인공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아마도 점집 할머니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요? <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