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5.31 지방선거(글/조동진-안동MBC기자)5.31 지방선거가 끝난 지 6개월이 지나고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지만 지방선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5.31 지방선거에 당선된 민선4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사법당국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가하면 이미 당선무효 형의 선고를 받거나 단체장직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는 단체장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치단체의 행정공백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공소시효는 선거일로부터 6개월까지로 이달 말까지 추가로 기소되는 단체장들도 곳곳에 있어 지방선거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단체장 당선무효 속출 예상
민선4기 지방자치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난 현재, 전국에서 11명의 자치단체장들이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거나 사직했다. 전 충주시장과 전 신안군수가 대법원까지 형이 확정돼 단체장직을 이미 상실했고 한명은 스스로 사직한 상태다.
경북북부지역의 봉화군수와 청송, 영양군수 등을 비롯한 8명은 1심에서 당선무효 형을 선고받고 2심, 3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들 외에도 30여명이 1심 재판에 계류 중이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자리를 잃을 단체장이 더욱 늘어나고 추가기소도 계속될 예정이어서 내년 봄 전국 곳곳에서 재선거를 치러야할 상황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뒤 벌금 100만원 미만의 형을 선고받고 구제된 단체장들의 재판까지 계산하면 전국 곳곳이 선거후유증에 시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기초와 광역의회의 불법선거로 인한 재선거까지 감안한다면 전국은 그야말로 선거 뒤치다꺼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셈이다.
선거수사로 행정공백 불가피
단순히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아니고 금고이상의 형이 선고돼 단체장의 직무가 정지된 봉화와 영양군, 경기도 양평군 등은 부군수가 직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특히 봉화군은 취임조차 하지 못한 채 민선4기 출범부터 대행체제로 군정이 추진되다보니 이런저런 업무공백현상은 불가피하게 나타나고 있다.
공직사회는 물론 지역민심도 보이지 않게 갈라지고 벌써부터 내년 4월 25일 치러질 재, 보궐선거를 겨냥한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단체장이 수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자치단체도 마찬가지 실정이다. 경북 상주시의 경우 검찰이 상주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실뿐만 아니라 축협 조합장으로 재직할 당시의 부정사실까지 몇 개월을 조사하다가 결국 무혐의 결정을 내렸지만 그 과정에서 시정업무추진이 차질을 빚은 것은 사실이다. 문경시 역시 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사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다 최근에 기소됐지만 그동한 발생한 업무공백이나 행정차질은 불가피했다. 비단 행정의 업무공백뿐만 아니라 분열되는 지역민심과 관료들의 보이지 않는 편 가르기 등 그 부작용과 후유증은 심각한 상황이다.
강화된 선거법에 양형기준도 엄격
이처럼 과거 선거 때와는 달리 당선무효 형의 단체장이 속출하고 있는 것은 선거법이 강화된 데다 법원의 양형기준도 한층 엄격해졌기 때문으로 당선되면 그만이라고 안심하던 시절은 아예 과거지사가 돼버렸다. 과거 법원은 유권자에게 돈 봉투를 돌리는 등 금품살포 행위에 대해서만 당선무효 형을 선고해왔지만 최근 들어서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선 엄격한 양형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과거에 비해 선거포상금제가 확대되고 금품향응 수수자에 대한 과태료가 최고 50배로 늘어나면서 그만큼 불법선거신고가 정확해지고 증거확보도 과거보다 쉬워짐에 따라 기소율이나 법원의 유죄판결을 받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민선3기 때는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3명의 단체장이 자리를 잃었고 선거법 위반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단체장은 1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당선무효 후보자 친척범위 확대 추진
법무부는 부정, 불법선거를 확실하게 뿌리 뽑기 위해 당선무효 후보자의 친척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야말로 불법선거는 더욱더 발붙일 곳이 없어지게 됐다.
법무부의 개선안은 현행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인 당선무효 친척의 범위를 “배우자의 직계비속 및 후보자와 그 배우자의 형제, 자매”로 확대하는 것이다. 개선안대로 한다면 앞으로 후보자의 장인과 장모(시부모), 후보자 자신 또는 배우자의 형제, 자매의 선거법 위반으로도 당선무효가 될 수 있다. 웬만한 친척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될 수 있어 아예 불법, 부정선거는 꿈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깨끗한 선거는 결국 유권자의 몫
과거에 비해 불법선거에 대한 단죄가 강화되고 있음은 피부로 느끼는 사실이 되고 있고 이같은 불법선거에 대한 제도적, 물리적 단속장치와 감시는 갈수록 강화될 것이다.
선거관련법과 제도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불법, 타락선거의 방지와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문화의 정착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유권자가 먼저 일체의 금품과 향응접대를 거부하고 이러한 불법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감시활동에 나서는 선진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재선거에 따른 재정적, 행정적 낭비는 차치하고라도 선거로 인한 지역민심의 분열과 갈등, 반목이 다시금 재현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법과 제도의 개선, 후보자와 유권자의 인식전환 등 삼위일체가 병행돼 선거로 인한 소모전이 최소화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