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언저리에서(글/사진/장완수-한국사진작가협회 안동지부 회원)
<용상동 강둑>
반변천의 물안개가 서리가 되어 갈대밭에 허연 입김을 뿜어내고 있다. 이른 아침 긴 강둑에 할머니 한분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조용히 감상하고 있다. 드넓은 강줄기를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가다가 저렇게 멈춰 바라보기를 수차례. 뼈마디가 시린 계절에도 찬밥처럼 방안에 덩그러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세월은 빠르고 계절도 빠른데 기구에 의지해 걷는 더딘 발걸음이 아쉽다. 풍경처럼 그림처럼 앉은 할머니, 야무진 입성으로 아침을 맞는다.
<북후면 북절골>
올 겨울 날씨가 따뜻하다지만 산촌의 겨울은 골바람 한풍으로 여전히 차갑다. 말끔하게 정돈된 삼간 토담집엔 겨울나기를 위하여 땔감이며 시래기를 준비해두고 양지바른 자연석 위엔 약초를 말리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마실 나간 할머니는 돌아오지 않고 뒤뜰 나무에는 떨어지기 싫은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울어댄다. 긴 겨울이 지나가고 따사로운 봄이 오는 날 부지런한 할머니는 호미 들고 산으로 들로 나물 캐러 나가시겠지.
<서후면 태장리>
정오의 햇살은 천등산 기슭의 산촌마을에도 따사로이 비추고 있다. 겨울의 긴긴 밤을 연탄불로 군불을 지피고 다 탄 연탄재는 가지런히 뒤뜰 한켠에 쌓여있다. 주변 산에 오르면 지천으로 널려있는 땔감 나무가 있지만 연로한 집주인은 아마도 힘에 부쳐 연탄을 사용하나보다. 평화가 고요히 가라앉은 산골 모습이 서서히 사라진다면 봄날 진달래와 산 벚꽃은 누가 감상하고 구슬픈 뻐꾸기소리는 그 누가 들어 줄까?
<도산면 서부리>
지난 밤 싸락눈이 내린 언덕배기 집 한 채. 굴뚝엔 아침밥을 짓는 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여름날 무성하던 나무들도 옷을 몽땅 벗어버리고 온 몸으로 겨울을 견뎌내고 있다. 집으로 통하는 길목엔 사람들 왕래한 흔적 하나 없고 집안엔 아이들 떠드는 소리마저 끊어졌다. 지난날 모여 살던 사람들은 모두 다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아름다운 고향 산하를 잊지는 않았는지, 아늑한 마을에 사람 사는 냄새가 새삼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