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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인가?(글/김승열-안동 성소병원 응급의학과장)

옛 말에 오동나무 잎 하나로 천하에 가을이 옴을 안다고 하였고,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불교 용어로 모든 진리는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이라는 말도 있다. 궁극적인 원인이나 결과는 하나라는 뜻이다. 이러한 말에 대응할 수 있는 의학계의 말이라면 “스트레스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일까? 흔히 사용하는 뜻으로는 스트레스는 정신과 마음을 괴롭히는 갈등을 뜻하지만 의학에 있어서 스트레스는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즉 정신과 마음의 갈등뿐만 아니라 인체에 자극을 주는 물리, 화학, 마음, 감정을 비롯하여 인체에 병을 일으키는 세균 등 모든 요인을 스트레스라고 한다. 그러므로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동어반복일 수 있고 너무나 흔히 사용하는 말이므로 그 올바른 뜻이 왜곡되는 말이기도 하며, 정확한 뜻을 알면 건강하게 살기 위한 지침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마음과 정신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
통증을 느끼는 감각신경을 잃은 환자가 아니라면 벽을 주먹으로 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아프다. 그래서 이유 없이 벽을 치는 사람은 없다. 정상인이라면 벽을 치고도 주먹이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계속 받으면서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다시 말해 마음과 정신의 갈등이 있으면서 아프지 않기를 바란다면 이는 주먹으로 벽을 치고도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마음과 정신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대표 질환이 위장장애이다. 즉 마음과 정신의 스트레스도 몽둥이로 몸을 두들겨 패듯이 위장을 두들겨 팬다. 예를 들어 의대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80% 정도가 설사나 변비가 오는 과민성 대장염을 비롯하여 위장장애를 겪는다. 위장뿐만 아니라 인체의 모든 부위가 물리적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문제를 일으킨다. 심지어 두통의 80%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통계도 있다.

스트레스의 관리가 중요, 예측 가능한 삶 모색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의 삶 자체가 스트레스이므로 스트레스가 없이 사는 삶은 불가능하며, 또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스트레스의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다시 말해 당연한 말이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즉 인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현실적인 문제가 된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방법 중에 첫 번째는 예측 가능한 삶이다. 무슨 뜻인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실제로 이루어진 실험이다. 군인들로 하여금 행군을 시키면서 두개의 부대 중에 각각 한 부대씩 10Km와 12Km를 행군하게 하였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측정하였는데 10Km를 행군한 부대원들이 더 많은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두 부대는 모든 사항은 동일하였지만 한 가지만 달랐다. 10Km를 행군한 부대원들에게는 언제 행군이 끝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12Km를 행군한 부대에게는 언제 행군이 끝나는지를 알려 준 차이만 있었다. 심지어 10Km를 행군한다고 한 후에 다시 2Km를 더 행군 시킨 부대도 언제 행군이 끝나는지 알려주지 않은 부대 보다 스트레스가 적었다고 한다. 이는 인체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인체의 각 부위도 예측 가능한 삶을 살 때, 다시 말해 하루의 생활이 규칙적일 때 가장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다. 식사와 위장을 예로 들면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면 위장에서는 소화액과 위산이 일정한 시간에 적절하게 분비되지만 불규칙하게 식사를 하면 음식이 없는 상태에서 위산이 분비되고 위산은 위에 심한 자극을 주어 강력한 위궤양을 만드는 공격인자가 된다. 그러므로 규칙적인 삶, 특히 일정한 수면 습관과 일정한 시간에 적절한 양을 먹는 식사 습관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이다.

진인사대천명의 마음가짐으로 스트레스 해소
다음으로는 인생의 목표나 목적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즉 결과 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어떻게 보면 포기하거나 체념을 할 줄 아는 마음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요인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일이 수없이 많다. 자녀의 학업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한국의 학부모는 거의 없다. 그래서 자녀가 명문 대학에 입학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체념하지 못하면 이는 평생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므로 학부모나 자녀 모두 결과보다 열심히 공부한 과정에 만족하는 마음가짐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가 없다.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이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마음의 병뿐 아니라 몸의 병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선을 다하지만 체념도 할 줄 아는 마음은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녀에게 집착하거나 자녀에게 너무나 엄격하여 결국 자녀가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여 힘들어 하거나, 각종 심신장애를 비롯하여 정신병을 앓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다른 방법도 많지만 ‘안동’지를 읽는 모든 독자들께서 새해에는 스트레스 관리에 가장 중요한 규칙적인 생활과 진인사 대천명의 마음가짐으로 건강하시기를 기원하며.<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