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사운드 ′해울′(글/편집기자)
7080세대치고 그룹사운드의 꿈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없었으리라. ‘도전’과 ‘반항’의 상징물이었던 그룹사운드를 사회인이 되고도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그 ‘도전’과 ‘반항’의 코드를 ‘봉사’와 ‘희망’으로 바꿔놓은 안동직장인밴드 ‘해울’이다. 해울은 순 우리말로 이른 아침의 첫 이슬을 말한다. 순수하고 맑은 음악을 하고자하는 해울 멤버들의 바람이 반영된 밴드 명이다.
KT 서안동지점 부근의 건물 지하에 얼마 전에 마련한 연습실의 문을 두드렸다. 회원들 대부분 40대 전후의 나이에 자영업자와 공무원들로 이루어졌다. 동호인 인원은 꼭 9명.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맞춤한 인원이다. 동호회 인원이 늘어나는 것보담은 내실을 다져서 좋은 연주를 하고 싶다고 한다. 이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대놓고 물어보았다. “아마추어보단 낫고 프로보단 못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회원들의 아지트를 급습한 친구들의 증언에 의하면 너무 점잔을 빼는 것 아니냐고 한다. 중상급 정도의 연주 실력이 맞다고 정정해준다. 이들은 영남가요제에서 반주를 맡았고 탈춤페스티벌 때도 탈춤공연장에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안동음악동호회 ‘뮤직패밀리’에서 활동하다가 규모가 커지자, 음악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회원들끼리 의기투합하여 새로운 밴드를 결성하게 되었다. 작년 10월에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서 바로 얼마 전에 연습실을 마련했다. 연습실에는 드럼, 건반, 기타, 베이스 등 여러 악기가 세팅되어 있고 방음시설도 갖춰놓았다.
일주일에 한번은 모임을 갖고 있으며 인원도 적당하니 가족 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이제 연습실도 생겼으니 수시로 아지트에 모여 개인연습도 하고 만남도 갖는다고. 그동안 대성요양원, 애명복지촌, 시온재단 등에서 연주를 해본 이후, 음악봉사활동의 필요성을 갖게 됐다고. 특히 휠체어에 앉아서도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자부심도 느끼고 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로 좋은 일도 한번 해보자싶어 뭉치게 되었다. 지금 계획으로는 3월까지 연습을 해서 날 따뜻한 4월부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다. 안동은 물론이고 영주, 영양, 청송 등 경북북부지방에서 자신들을 원하는 복지시설에는 어디든 달려가 음악을 들려줄 거란다. 이들의 공연이 필요한 단체는 인터넷 해울까페로 (http://cafe.daum.net/haewool6740)연락하면 된다. 장비를 옮기는 것도 큰일이 아니냐고 묻자 오원규 회장이 말한다. “힘 안들이고 봉사활동 하는 사람도 있습니까?” 과연 우문현답이다.
6명은 연주파트, 3명은 보컬이다. 보컬은 얼마 전에 오디션을 통해 모집했는데 밴드가 잘되려고 하는지 보통 이상의 실력파들이 모이게 되었다고 회원들 모두 흡족해 한다. 회원들 중 회장인 오원규(52)씨는 취미생활로 테너 색소폰을 연주한지 6년이라고. 고교 때부터 기타를 친 홍장표(42)씨, 베이스기타에 김영호(41)씨 등 모두 음악이 좋아 모인 사람들이고, 이 계통에선 한 가락씩은 한다고 자부한다. 특히 드럼 치는 윤대희(50)씨 같은 경우 드럼스틱을 한번도 놓아보지 않았다고. 지금껏 계속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이고, 현재 아리랑팝스오케스트라에도 소속되어 있다한다.
가족들이 적극 지지를 해주는지를 물으니, 행사가 있으면 직접 와서 성원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다만, 최근 연습실을 새로 구하고 꾸미느라 귀가시간이 늦어진 것에는 약간의 불만을 나타낸다고. 그것도 2월이 지나면 자리가 잡힐 터라 문제없을 거라 말한다. 연습실은 방음시설이 잘 안되면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적당한 곳을 물색하다가 지금의 연습실로 결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끝없는 연습으로 비록 아마추어지만 실력만은 프로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해울.
80년대 유명한 그룹 ‘들국화’의 최성원이 콘서트 무대에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팬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음악과 함께 하고 그 음악을 들어줄 사람과의 인연을 계속 이어갈 그룹사운드 해울의 맑고 청아한 음악이 끊이지 않길 기대해본다. 해지고 어둠이 내린 저녁 ‘해울’의 연주를 들으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들이 연주하는 자우림의 ‘매직카펫라이드’를 들으며 나오는 길, 홀로 ‘이렇게 멋진 하늘 아래’를 허밍하며 그들의 멋진 연주를 여러 사람 앞에서 들을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안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