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돌이 블루스 <안녕, 마징가>(글/백소애_편집기자)

며칠 전 고3 실습생이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제 갓 주민등록증이 나왔을 아이에게 이 사회는 주 70시간 초과 근무라는 고강도 노동을 강요한 것이다. 아이는 아직도 의식불명이라고 한다.
현실이 이러하니 소설 속 고3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기 공고생의 취업일기를 다룬 소설 <안녕, 마징가>가 있다. 공고는 언젠부턴가 주민들의 혐오시설이 되어갔다. 난지도나 핵 폐기장처럼 집값 떨어진다고 동네 근처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그런 혐오시설 말이다.
‘대학 진학 못하는 죄로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언제나/ 열등감으로 주눅이 들어 있는 아이들/ 이웃 여학교 학생들과 미팅할 때도/ 공고 학생이라고 제풀에 눌려/ 미팅 비용 다 대기로 소문난 측은한 아이들’(김용락 詩 ‘운전사’中) 점심시간이면 교복바지 둥둥 걷고 축구에 열중하는 이제 수염 거뭇한 아이들에게 속물덩어리 어른들이 들이대는 잣대는 한심함을 넘어서 섬뜩하기까지 하다.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소설가 이승현의 첫 장편소설 <안녕, 마징가>는 말썽쟁이 주인공 ‘정민’이 마징가처럼 주변머리만 남은 담임 마정구 선생에의하여 선택의 여지없이 졸업을 담보로 취업전선에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학교에서는 주먹 좀 날렸던 정민은 일터에서는 보잘 것 없는 사회 초년생일 뿐이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고 싶어 안달이었지만 정작 학교를 벗어나자 ‘아이’도 ‘어른’도 아닌 나약한 자신을 만나게 된다.
열악한 공장생활에서 동료의 사고를 목격하고 이것이 냉정한 ‘사회’임을 깨닫게 되는 정민의 혹독한 성장통을 다룬 <안녕, 마징가>는 자신의 스무 살은 멋질 것만 같았던 모든 청춘들의 암울한 일기를 다룬 소설이다. 교문을 나서는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고 사회에 내던져지는 많은 아이들, ‘대학’이라는 새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는 공고 실습생들의 슬픈 현실을 재기발랄한 언어로 그려낸 소설이다.
1977년 대구 출생인 저자 이승현은 2009년까지 학교 다닌 시간과 군대 복무한 시간을 빼고는 공장에서 살았다고 한다. 공장생활 중 잠깐 종합격투기 선수로 활동했으나 4승 8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는 그의 특이한 이력이 생생한 목소리를 내는 성장 소설을 쓰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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