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풍경을 품고 있는 일휴당(日休堂)과 쌍송정(雙松亭)(글/정연상_안동대 건축공학과 교수)

일휴당 그리고 이웃한 쌍송정 가는 길
과거 선조들이 남긴 안동지역의 많은 건축문화유산은 다양한 사연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 유산들은 근현대기를 거치면서 또 다른 사연을 만들고 있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건축문화유산 순례 길도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가기 위해 나섰다. 이번 길에는 연구실 대학원생이 동행을 했다. 동행하게 된 것은 안동의 건축문화유산 외에 봉화의 건축문화유산을 볼 수 있다 해서다. 문화유산은 태어난 곳에 있을 때 그 가치가 높은데, 터전을 떠나 다른 곳에 새로운 터전을 만들고 있는 문화유산은 그 가치를 유지하고 높이는데 어려움이 많다.
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듣고서 감동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을 뒤돌아보게 된다. 나와 나의 절친과 제자가 떠난 지난 순례 길도 우리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이런 것이 문화유산이 지닌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따라서 문화유산이 곁에 많으면 많을수록 사람으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각을 많이 한다는 것은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정신적 안정을 갖게  해준다. 그래서 안동을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하나.



우리는 경산의 영남대학교 민속원으로 순례 길을 떠났다. 달리는 차안에서 지난 순례 길에서 만난 의인정사와 구계서원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 이들 건물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잘 관리 및 활용하고 있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건물은 영남대학교에 터를 잡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늘 순례는 지난번 입을 다물고 말없이 소나무 숲에서 우리를 보고만 있던 일휴당을 찾아가면서 시작한다.
지난 순례 때 우리는 소나무 숲에 있는 일휴당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담장 너머로 모습만을 훔쳐보다가 왔다. 그리고 당시 순례는 일휴당과 이웃한 쌍송정도 내부가 궁금했는데 보지 못하고 외관만을 보는 것으로 만족했었다. 번거롭더라도 다시 한 번 찾아와 그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 우리는 이번 순례 전에 민속원을 관리하고 있는 박물관 관계자의 허가를 받고 안동에서 경산으로 출발했다



우리는 먼저 박물관 관계자의 인솔 하에 일휴당(日休堂)과 쌍송정(雙松亭)을 둘러보았다. 관계자는 관리 및 활용의 어려운 점을 토로하면서 활용 사례 및 현황을 우리에게 설명했다. 그런데 관계자들은 전통건축물의 보존 관리 및 활용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또한 문화유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일부 사람들이 건물을 훼손하여 유지관리의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특히 건축물 수리 및 보존처리 비용 마련도 어렵다고 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건물의 관리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만약 일휴당과 쌍송정이 안동과 봉화에 있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일휴당은 금응협(琴應夾)의 정침에 딸린 별당이고, 쌍송정은 금혜(琴)의 정침에 딸린 누정 건축물이다. 별당은 용도 및 기능에 따라 내부공간의 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건물 주변 외부경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이들 건축물은 지형의 흐름 및 여건을 반영하여 조영하기 때문에 그 환경, 풍경, 정취를 품을 수 있었다. 일휴당과 쌍송정은 초기 건립이후 현재에 이르는 동안 많은 환경변화를 겪었으며, 주변 경관 및 풍경도 바뀌었다.




소나무 숲에서 말없이 서있는 일휴당
일휴당은 안동댐이 건립되기 전 경북 안동시 예안면 오천동에 있었다. 안동댐 건설 이후 일휴당은 주변 지역이 수몰지역에 포함되어 봉성금씨(鳳城琴氏) 문중이 1974년 봄 영남대학교 박물관에 기증하였고, 박물관에서 야외전시장인 민속원으로 이건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와 같은 별당 일휴당은 계획 하에 조성된 것보다 주인이 직접 자신의 터를 정하고 정침, 별당, 가묘의 위치를 정하고 그 건물의 배치와 구조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휴당 조영은 주인의 안목이 크게 작용하여 조영되었으리라 생각된다. 일휴당의 금응협은 퇴계 이황의 문인으로 영남학파의 성리학자이며, 건축적인 탁월한 견문과 조경에 대한 뛰어난 식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건 전 일휴당은 강변의 나무가 울창한 언덕과 절벽, 산을 배경으로 터를 잡고 동북향을 하여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낙동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한적하면서 고독해 보여 유학자의 절제된 공간을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을 보고서 많은 문인들이 글을 남겼다. 일휴당은 안빈도학을 즐기면서 은자적 삶을 살고자 했던 유가들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이전 이후 현재 일휴당은 소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경사면에서 동북향을 하고 있다.


지금의 일휴당이 자리한 곳은 예전만 못해 보이지만 주변의 보전관리 상태가 양호하다. 그렇지만 이들 소나무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목으로 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면의 무성한 나무는 정면의 시야를 가리므로 일부를 제거하여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소나무도 그 수가 많으면 그 가치가 떨어지지만 몇 그루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그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이전하기 전 일휴당을 보면 주변에 담장은 보이지 않고 잡목으로 둘러싸여 있다. 현재 일휴당은 나지막한 토석담장을 쌓고 정면에 사주문을 세워 출입하고 있다. 담장 내 마당을 정갈하게 꾸며 일휴당의 얼굴이 밝다. 이런 모습은 영남대학교 박물관 관계자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 정도와 관리의 노력을 보여준다. 이들의 노력은 실내에서 외부를 보았을 때, 예전의 모습이 아니지만 유가들이 추구하는 절제미를 제공한다. 이 건물이 안동에 있었으면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일휴당 내부공간의 절제미
일휴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로 한식기와를 올린 팔작지붕의 건물이다. 내부 평면은 전면 열에 툇마루를 꾸미고 위열에 실을 꾸며 놓았다. 툇마루는 난간을 두르지 않고 기둥 밖으로 돌출시켜 툇마루 폭을 좀 더 넓히는 동시에 정면의 간결함을 강조했다. 뒷열의 실은 중앙의 마루간을 중심으로 좌우에 온돌방이 있다. 중앙의 마루간은 정면에 두 짝 여닫이문을, 방쪽에는 외여닫이문을 달아 출입하도록 하였고, 배면에도 두 짝 여닫이문을 달아 정면과 배면의 공기가 마루간을 중심으로 흐르도록 했다.


중앙의 마루간에 앉으면 정면과 배면은 다른 경관 및 풍경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정면은 문이라는 가치관의 틀을 통해 정면의 툇마루와 토석 담장의 수평선, 측면의 작은 수직의 일각문, 그리고 강한 수직의 소나무 선들이 중첩하여 만들어진 풍경, 인공의 선과 자연의 선이 중첩하여 만들어낸 풍경을 마루에 앉아 우리는 품을 수 있다. 이때 담장 너머 자연의 수직선, 소나무 수량을 줄여 정면의 절제된 풍경을 제공하면 과거 유학자들의 추구하던 절제미학을 엿볼 수 있을 터인데, 아쉽다. 아직 늦지 않았다.




마루간의 배면의 풍경은 정면과 사뭇 다르다. 창이라는 액자를 통해 밖을 보면, 기단과 흙바닥, 일부가 흙과 야생화로 덮인 바위, 그리고 바위 토석담장, 소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따라서 배면의 창틀을 통해 우리는 바위와 토석담장과 야생화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마루간에서 품을 수 있다.
예부터 동양 사람들은 변하지 않는 것을 잘 살펴보고 이치를 깨달으면 우주의 근본 원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에 초연하며 늘 한결같은 것들을 무척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 수석 및 바위를 사랑하고, 변함없는 녹각을 우주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나무를 보면, 계절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하는 잎과 꽃이 있는 여름 나무보다도, 변하지 않는 가지와 줄기를 드러낸 겨울의 나무가 더 유학자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자연관에 가깝다. 따라서 건물의 경관 및 풍경을 조성할 때 일휴당 뒤뜰의 바위는 유가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



좌우측 방은 정면 툇마루쪽에 머름을 꾸미고 두 짝 여닫이문을 달아 또 다른 유가의 가치관의 틀을 만들어 외부의 풍경과 경관을 품고 있다. 우측의 방은 머름대 너머 수평선의 토석담장과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품고 있다. 좌측의 방은 머름대 너머 대문, 배경이 되는 소나무 숲이 중첩된 풍경을 담고 있다. 우측방의 풍경은 정적이지만 좌측의 풍경은 여러 사람들이 출입하는 풍경을 담기 때문에 동적이다.


좌우측 방은 정면 외에 좌우측 벽면에도 외여닫이 창을 달아 측면의 풍경을 품도록 했다. 창문의 크기도 거의 같으며, 밖으로 보이는 요소들도 토석담장과 소나무 숲이 만들어낸 풍경이 창의 틀을 통해 관입되는 것도 같다. 측면의 풍경은 정면과 배면의 수평적인 담장이 만들어 내는 정적인 풍경과는 달리 계단식 토석담장이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만든 동적인 풍경을 방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제공한다. 계단식의 토석담장은 새로운 터전에 흐르는 자연적 것들을 반영한 결과다. 따라서 방안 주인이 품는 풍경은 단순히 인간이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자연의 흐름 및 이치를 반영한 것이다.




이웃사촌 쌍송정(雙松亭) 마루에 앉아보다
쌍송정은 경북 봉화 물야면 북지리 북지동에 있었던 누정건축물이다. 쌍송정도 일휴당과 같이 1974년 겨울에 이건 계획을 수립하여 1975년 봄 민속원으로 이건되었다. 이 정자는 고려 평장사 금의(琴儀)의 후손 생원 금혜(琴嵇)가 조영했다. 금혜는 호를 쌍송정이라 하고 노후에 은거하며 도학을 수행하고 강학하고, 문학을 연찬하기 위해 정자를 조영했다. 일휴당 금응협은 금혜의 후손인 교수공 금재(敎授公 琴榟)의 아들이다. 쌍송정은 건립이후 1819년에 거주하던 금씨 문중이 이사하게 되어 정침과 더불어 금씨의 소유가 되었다.



이건 전 쌍송정은 금혜가 북지동에 터를 잡고 정침을 세운 후 정침 서편에 정자 터를 마련하였고, 산기슭의 나지막한 언덕 위에 아늑하게 앉아 남향을 하고 있었다. 정자 남쪽 뜰에는 만년송 두 그루가 있었다. 구불구불한 두 그루의 소나무 가지와 줄기는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뒤엉켜 하늘로 오르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민속원으로 이건 된 쌍송정은 토석담장으로 구획된 공간에서 서북향을 하고 있으며, 가옥 앞마당 끝에도 소나무를 심어 옛 모습의 정취를 살려 놓았다.


이건 이후 쌍송정의 출입은 서북측 담장의 사주만을 이용하는데, 이전하기 전에는 담장이 없이 사방이 열려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담장 안 쌍송정은 과거와 달리 담장 안 주변 및 안마당에 백토를 깔아 정자의 얼굴이 훤하도록 하였다. 이런 모습은 봉화에서 누릴 수 없는 호사로서 민속원 관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의 결과다. 이번 순례 중, 우리는 쌍송정의 보수 및 관리 등을 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노력을 엿보았다.




쌍송정은 정면 4칸 측면 2칸 규모로 좌측의 온돌방 2간과 우측 마루간 6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방과 마루간 사이에는 3짝 불발기 들문을 달아 필요에 따라 공간이 합치거나 분리하도록 하였다. 온돌방은 대청쪽 외에 온돌방 중앙에도 들문 달아 공간 확장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전통창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정자건축물의 공간 확장은 내부공간의 칸막이를 여는 방법 외에 외부의 넓은 공간, 열린 공간, 자연 요소 및 풍경을 끌어들여 내부 공간 이용자의 시선 및 생각 등을 밖으로 유도하여 좁은 공간이 넓게 느끼게 하는 방법도 있다. 


좌측 온돌방은 대청을 제외한 삼면은 두 짝 여닫이문을 달아 외부 공간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끌어드리고 있다. 온돌방의 정면 창문은 머름을 일반적인 머름보다 높게 하여 툇마루 끝의 수평적인 난간선, 백토의 마당, 자연스럽게 휘어 뻗어 오르고 있는 나무줄기, 수평의 담장, 늘 푸름을 자랑하는 소나무 줄기와 잎이 정자의 경관과 풍경을 만든다. 경관과 풍경은 정적인 고요 속의 움직임이 있는 유가적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정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과 인공적 조영물이 만들어내 풍경을 품는다. 배면의 창문은 난간과 가까이에 있는 담장, 소나무줄기가 만들어내는 단순한 풍경이 들어온다. 이와 같은 외부 풍경을 내부공간으로 관입하도록 한 경관계획은 6칸 규모의 마루간도 같다.




우리는 타향살이하는 두 건물을 엿보았는데, 특히 두 건물의 경관 및 풍경은 기존의 터전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옮기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들 건물의 현재 모습은 희망적이다. 앞으로 이들이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경관과 풍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유지관리하고 적극 활용하여 그 지역 구성원이 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경관 및 풍경 만들기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인가?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만남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늘, 나무, 바위, 바람, 빛 등 자연적인 것들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담장, 마당, 난간 등 인공적인 것들에 대해 관찰하면 어딘지 보이지 않을까?


가치관의 틀, 창과 문, 기둥과 기둥은 어떤 모습인가? 창과 문의 가로세로 위치에 대한 이해, 창과 문의 가로세로 비례에 대한 이해, 기둥과 기둥의 주간과 수직 비례에 대해 이해하면 그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 1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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