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지의 복간을 알리며(글/서수용_본지 편집위원장)

 



오랫동안 ‘안동의 어느 계곡에 묻어둔 안개 같은 그리움’을 『안동』지를 통해 일상적으로 반갑게 읽다가 이제 막상 『안동』지를 편집하는 막중한 소임을 맡고 보니 그 감회가 예사롭지만은 않습니다.

한 번도 거르지 않았던 지난 호들에는 그리운 이들이 향토를 사랑한 흔적과 지역을 선도하며 계도한 글들 그리고 주옥같은 문학 작품, 구석구석을 숨 가쁘게 누빈 취재물, 따뜻한 소식들로 지면이 넘쳐났습니다.



『안동』지는 본인에게는 청장년기의 고색창연하고도 굳건한 성채城砦였습니다. 그 성에는 오방색 깃발들로 장엄한 자태를 지닌 장대將臺는 물론 민초民草들이 고단하고 정겨운 삶을 영위했을 초가와 선비가 그리고 반가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가면서 성채의 곳곳은 상처와 흔적들이 생겨났고 수몰의 아픔을 안고 대처로 옮겨간 이들의 빈집들도 눈에 띄게 늘어만 갔습니다. 30만의 당당했던 대한민국의 전통문화도시가 16만 중소도시로 전락한 것을 우리는 목도했습니다. 이에 뜻있는 이들은 지역 발전과 일신을 외치며 노심초사했습니다. 산업화의 와류에 휩쓸린 채 지역 발전은 더디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상북도 개도 700주년을 맞았고 거기에 더해 우리 안동은 신도청 중심도시가 되는 경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동』지는 그러한 흥분과 희망을 잠시 내려놓고 아쉬움을 삭히며 중흥을 기다리자는 선택을 했습니다.

중흥의 로드맵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안동인과 독자 제현들의 종간에 대한 아쉬움과 속간에 대한 기대는 점차 커져만 갔습니다. 이에 새로운 발행인과 운영위원 그리고 편집위원들을 구성하여 수다한 어려움을 감내하며 더욱 반듯하게 사랑방을 꾸미고 『안동』지를 알차게 꾸려가겠다는 다짐을 통해 속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먼저 우리들은 『안동』지를 속간하면서 선배들의 빛난 그간의 업적을 계승하고 분명하게 지켜왔던 가치와 담론을 확실하게 따르고자 합니다. 

‘안동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올곧게 담아내는 문화예술 정보지’ 이것은 격월간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의 노정이요 좌표입니다.

새롭게 꾸려진 우리 편집인들은 편집編輯에 있어서의 편집偏執을 배격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박아군자博雅君子와 같은 자세를 견지할 것입니다.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은, 안동인이 필요로 하는 읽을거리의 제공자로, 향토문화와 지역발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제언자로, 건전한 문화 활동과 수준 높은 창작을 위한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안동발전의 디딤돌이 되고자 하며, 이 같은 발간이념의 실현을 위해,



 



 



 일체의 정치적 종교적 목적의 이용과, 어떤 특정 단체나 개인의 편에 서기를 거부하며, 항상 객관적인 시각과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여, 안동인의 보편적 품격을 지킴으로써 남녀노소 및 신분의 차별 없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다.”



위의 글은 1988년 4월 26일 창간호부터 2014년 12월 종간호(통권 155호)까지 27년간을 일관되게 공지하고 지켜온 안동지의 발간 이념과 각오를 담은 글입니다. 종간호를 내며 잡지발간의 일선에서 물러나신 前운영 · 편집진들의 그 소중한 글을 이 시점에서 상기함은 그 바른 궤도를 잠시라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새로운 운영 · 편집진들의 다짐이기도 합니다.

이제 거듭 그 글들을 정독한 뒤 ‘신들메를 고쳐 매며’ 잠시 종간했던 격월간 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을 속간續刊하려합니다.





이 대목에서 떠올린 것은 ‘온유돈후溫柔敦厚’였습니다. 같은 글이나 말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효용가치나 반응은 천양지차가 될 것입니다. 한恨이 많아서, 또는 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서 그 직무를 논하게 되면 본래의 의도와는 달리 오해나 시비를 초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각박한 현 사회에서 지면을 통해 직설적으로 오로지 두들기거나 대안 없는 비판만 일삼는다면 일시적인 통쾌함은 취할 수 있을지언정 우리 사회와 지역을 분열시킬 뿐 아니라 자기만족이나 독선에 사로잡혀 소득이 없이 시간만 낭비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사표인 퇴계 선생께서는 진작 온유돈후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문학적으로는 ‘괴이하거나 익살스럽거나 노골적이지 아니하고 독실한 정취가 있는 경향’을 말하는데, 달리 표현하면 ‘마음이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인정이 많음’을 뜻하는 어구입니다. 절제와 조화가 이미 그 속에 들어 있는 아주 좋은 관점이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철학적으로 이를 천착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태도로 따뜻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나 역사적 사실이나 지역 발전을 도모할 지혜를 모으고 찾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안동』지는 창간 이래 27년간 한 호도 거르지 않고 지속한 바 있고, 잠시 종간되었지만 이제 다시 속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인문 가치와 신도청의 중심적 고장이며 세계로 그 무대를 넓혀 ‘인문가치포럼’을 지속하는 유서 깊은 안동에서 『안동』지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잘 가꾸어서 안동의 한 상징으로 이를 남기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변함없는 격려와 후원 그리고 아낌없는 질정을 아울러 부탁드립니다.[향토문화의 사랑방 안동 1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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