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 간이역(글/주영욱-시인)

오지 않는 이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
바람만이 휑뎅그렁한
간이역에서,


 


두 가닥 철길은
마른 삭정이처럼 휘어져
소실점을 남기며 사라지고
그리움도 이렇듯 평행선인가.


 


기다리는 이
올 리도 없는데,
기다림의 시간은 자꾸만
하얗게 표백되어 쌓이는데,


 


내 삶의 어디쯤에
노을 한 자락 얹어두고
끝내 오지 않는 그 사람


 


대합실 한쪽
나뒹구는 빈 커피 캔처럼
남겨진 외로움만 아득하여라.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면
역사 마른 나무 꼭대기 위에
까치 한 마리,
한참을 말갛게 울다가 갔다.




주영욱 시인 
1955년 경북 청송 출생. 1976년 <시문학> 추천 등단.
시집 「마른 풀」, 「동박새 생각」, 「그 겨울의 하늘 수박」 등.
현재 문협 안동지부장, 안동강남초등학교 교사.


 


 


 


 


- 용궁 간이역, 그 뒷이야기 -


예천, 그 단맛 나는 마을
용궁순대 집에 자주 간다. 용궁 간이역 앞 박달식당이 -아마 상호가 맞을 것이다.- 단골로 제일 맛있다. 다른 데 순대와는 맛이 비교되지 않는다. 내게 다른 순대는 솔직히 순대라 할 수가 없다. 값도 싸다. 순대국밥 한 그릇에 삼천 오백 원, 순대 -약간의 돼지 수육을 곁들여- 한 접시에 오천 원이다. 아내와 같이 순대 국밥 두 그릇에 순대 하나 시키면 다 먹지도 못한다. 맛도 기가 차다. 거기다가 동동주라도 한 병 곁들이면 예천 군수가 안 부럽다. 시쳇말로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특별히 내가 그 집에서 홍보비를 받은 것은 아니다. 그 맛은 한 번 가본, 아는 이는 모두 안다.
안동의 시인 홍경숙은 ‘용궁순대 국밥집’에서 ‘낡은 인생/ 닷새장마다/ 허기진 배 채웠던/ 추억의 주막/ (중략) / 이래저래 엮어 풀지 못한 매듭/ 술잔 속에 달 들여다보며/ 아픔도 미움도 쏟아 붓는다.’라고 읊었다. 이렇듯 용궁순대는 장터 음식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꽤 알려진 향토음식이 되었다.


순대와 막걸리를 한 잔 걸쳤다면 그 앞, 용궁 간이역을 들러보라. 차는 아예 처음부터 역에 두는 것이 좋다. 차 세울 자리도 넉넉하고 그늘도 있다.
언제부턴가 촌에 사람이 줄고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시골 역은 이미 그 기능을 상실했다. 가히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영주에서 김천으로 이어지는 경북선 그 한적한 시골 간이역 용궁, 그 역두에 서면 간이역이 주는 아련한 정감과 외로움이, 쓸쓸한 그리움 같은 것이 가슴 한쪽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이 시는 간간이 그곳을 들렀을 때 가슴에 갈무리되어 걸러진 것이다.


예천을 들르면 나는 그곳에서 단내를 느낀다. 멀리 백두대간의 영봉들이 둘러서 있는 소백산 자락, 거기 명당처럼 들어앉은 고장이 예천이다.
오는 길에는 산택지(池) 연꽃을 구경하거나, 과자봉지 하나 들고 가오실 못에 들러 떡버들 아래 잉어들과 놀아도 좋다. 시간이 난다면 회룡포로 가서 맨발로 백사장을 걸어보자. 모래알이 발바닥을 간질이는 감촉과 재미도 오랜만에 쏠쏠하겠다. 또, 장안사 비룡산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내려다보는 조망도 그지없을 것이다.
더 케케묵은 예스러움을 좋아하거든, 금당실 마을에 들러 돌담길을 걷거나 솔수펑이* -이 소나무 숲은 얼마 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에 쉬었다 오자. 어쩌다 운이 좋은 날이면 하얗게 날아가는 왜가리 떼도 볼 수 있으리니.
삼강(三江)나루터 옛 주막에 앉아 지난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멋스러우리라. 거기 오백년 세월의 바람을 맞으며 나루를 지켜본 회화나무가 할아버지처럼 서 있다.
오가는 길섶 살살이꽃**도 손을 흔들어 반기리라. <안동>


 


* 솔수펑이 - 순우리말로 솔숲을 말함.   ** 살살이꽃 -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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